내 행동에 스페인 할머니가 놀란 이유
뜸한 일기/이웃

거센 바람이 시속140킬로미터로 어지럽게 휘황차게 불어대고 있습니다. 인터넷도 오락가락하고 요즘 산전수전 다 겪는 우리 고산의 가족입니다. 그 와중에 우리 부부는 겨울철 채소밭이 어떤가 살펴보러 갔습니다. 또한, 양배추며 브로콜리 등 겨울에 나는 채소를 수확하기 위해서도요. 바람 불고 나면 채소밭이 쑥데밭으로 변하기도 하니 아침 일찍 나섰습니다. 


저는 당연히 허리가 삐어 차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똘님은 혼자 오지 않았습니다. 글쎄 꼬장꼬장 스페인 할머니, 마리아 할머니와 함께 오는 것입니다. 

'아니? 이런 추운 날, 마리아할머니 혼자 밭에서 뭘 하신 거야?'

할머니는 당신보다 더 큰 봇따리 두 개를 남편과 나누어 가지고 오십니다. 

'아! 대단하시다."란 생각을 하자, 마리아할머니는 괄괄한 말투로 제 생각을 읽으신 듯 그러십니다. 

"아! 이 노인네가 미쳤지? 추운 겨울에 나와 이렇게 보따리 두 개나 만들었으니, 남들이 보면 너무 하다 하겠지?"


아이고, 할머니는 그렇지않아도 추위를 막기 위해 50개의 모자를 겹으로 쓴 듯하셨고, 50개의 외투도 겹으로 입으신 듯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역시 할머니를 댁으로 모셔다 드렸습니다. 


이번에도 할머니께서는 집에서 '귤'을 잔뜩 가져다 주십니다. 

"고마워서 그래, 받아. 아이들 갖다줘." 

귤이 어디서 났을까요? 아랫마을 지중해 연안에 있는 딸이 가져온 것이랍니다. 


이렇게 받고 가려던 참에 할머니께서 달걀 줄까? 그러시면서 닭장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데 전 헉?! 하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답니다. 글쎄 닭장 창고에 엄청난 '비트(영어 beet, 스페인어 remolacha, 한국어 사탕무우)와 무가 있었던 것입니다. 


할머니의 창고입니다. 

뒷편에 천장 가득 쌓여있는 사탕무우와 무입니다. 

앞에는 케일 양배추 및 브로콜리. 양배추 잎 등이 쌓여있었고요. 


이런 비트가 가득했어요. 

흰 비트이지만 식용으로도 좋은데......



"아니! 할머니 저 레몰라차와 나보(무)를 왜 저기에 쌓아두신 거에요?"

"아?! 저거? 닭 주려고!"


헉?! 할 머 니!!!!

저거 사탕무우, 무 맛있게 먹는 방법 아는데...... 아흐! 아까워라. 저 무우, 김치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할머니, 왜 안 드세요?"

"저걸 먹어? 저건 동물에게 주려고 키운건데......!"

'........ㅠ,ㅠ.........(혼자 생각으로) 아! 아깝다. 김치가 운다.' 

농촌 사시는 스페인 할머니께서는 이 사탕무우와 무는 동물에게만 먹이는 것이라고 하네요. 

"할머니? 저 맛 좀 봐도 될까요?"


할머니께서는 눈을 크게 뜨시고, 또 괄괄한 목소리로 쩌렁쩌렁 떠나가게 그러십니다. 



"뭐라고? 이것들을 먹겠다고? 

아이고! 동물이 먹는 것이야! 그래도 먹고 싶으면 하나 맛 봐!"



그래서 갖고 있던 손칼로 반을 잘라 맛을 보았습니다. 

"아흐......! 달달하니 맛있네요."

산똘님도 옆에서 같이 맛보더니 그러더군요. 

"아! 정말 달다. 김치하기엔 딱이다."


이 사진은 지난 여름에 우리 가족에게 

복숭아와 토마토를 주시는 모습입니다. 

관련글은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blog.daum.net/mudoldol/646

"꼬장꼬장한 스페인 할머니에게 배운 것"



그러나, 우리는 할머니 세계를 침범하지 않도록 그냥 보기만 하고 왔습니다. 할머니가 몇 개 가져가라고 난리셨는데 닭장의 닭을 위해 아니라고 사양했습니다. 대신, 맛난 귤은 받아왔지요. 

할머니가 놀라며 경악하시는 표정, 역시나 문화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십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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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찬우유2014 2014.12.11 01:53 신고 URL EDIT REPLY
ㅎㅎ 그곳에서 오래 생활하셨어도 아직도 서로 놀라는 일들이 있네요. 역시 나고 자란곳이 달라서 그러겠죠? 허리가 빨리 괜찮아 져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다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ㅎㅎ
luna 2014.12.11 09:35 신고 URL EDIT REPLY
워메 아까비!!!
김치거리가 닭모이로 가다니 양도 아주 많은데 농사도 부지런히 많이 지으셨네요.
노인분들은 겨울 한번씩 날때마다 약해 지시는데 건강 하셔서 산들님 블로거에 자주 등장 하셔야 할텐데요.
여그도 어제 오늘 해도 뜨고 바람도 없지만 그야말로 시리고 시린 공기에 아우 추워 소리가 절로 나와요.

지난 주말에 팬션으로 사촌 계모임겸 단합대회 다녀온 언니가 아주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네요.
이미 이혼서류 내놓고 진행중이던 사촌 언니가 이혼하지 않기로 했다네요. 이 얼마나 다행인지...
늦둥이까지 아이들도 셋이나 되는데 사실 당사자들보다 어린 조카들이 더 걱정이 되었거든요.
많은 분들이 좋은 에너지를 보내준 덕분인것 같아요. 너무도 감사해요.

그나저나 큰조카 며느리가 산달이 다가오는지라 이것저것 보내 주려고 소포를 싸다가 팔찌를
선물 하려고 보석함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읎어서 곰곰히 생각 해보니 올여름 포루투갈에
가믄서 잘 숨겨놓고 갔었던게 기억나 이틀째 온집안을 다 뒤지고 난리치는데도 당췌 찾을수가 읎어요.
으으 이 건망증을 어쩐대요. 도대체 어디다 숨겨 놓은걸까요? 정말 감도 오지 않으니 찾을수나 있을지.......

노을 | 2014.12.11 15:23 신고 URL EDIT
루나님 저도 그럴 때가 있어요 찾을 때 다 뒤져도 안나오다가 다른 물건 정리하다가 아니면 청소하다가 찾기도 하더라구요
나이 드니 확실히 건망증이 생기네요 ㅠㅠ
BlogIcon 탑스카이 | 2014.12.13 19:56 신고 URL EDIT
반가운 소식에 안심하셨다니 좋네요. ^ ^

한바탕 선물준비하시는 루나님 모습 상상에 떠올라 혼자 실실 웃고 갑니다. 하하하
BlogIcon 있는 그대로 2014.12.11 13:51 신고 URL EDIT REPLY
와~~동물사료용으로 먹이는군요.사람이 먹고 남긴거 아닌.직접 농작해서!! ㅎㅎ더불어 사시는 멋쟁이 할머니께 사랑과 존경을요.ㅎ
BlogIcon 레잇고우 2014.12.11 16:24 신고 URL EDIT REPLY
닭이 비싼 모이를 먹네요ㅋ산들님 허리는 어떠세요??차도가 있어야할텐데 걱정입니다
BlogIcon 비단강 2014.12.11 18:51 신고 URL EDIT REPLY
마리아 할머님은 어쩌면 그리 늙으신 우리 어머니와 똑 같을까요?
우리 시골집 광에는 없는 곡식이 없답니다.
강낭콩 녹두 팥 돔부 메주콩 서리콩 완두콩 조 수수 옥수수 땅콩 마늘 양파 대파 쪽파 생강
들깨 참깨 검은깨.... 한 움큼의 고추씨까지

마리아 할머님의 저런 유형 무형의 자산들을
산들이님이 고스란히 전수받았으면 좋겠네요.
... 그냥 생각해봤습니다.^^
허리는 좀 괜찮아지셨는지
산들이님 즐거운 목요일 되세요.ㅎ
BlogIcon nana 2014.12.11 19:09 신고 URL EDIT REPLY
고산의 겨울수확 채소라니
상상만 해도 재밌고 풍성하고 넉넉한 생활향유같아요 왜 남의 집 텃밭 겨울 채소 근황이 궁금해 지는 걸까요? 이건 고산의 청정한 지역의 차고 맑고 아름다운 냉기와 대기의 내음 조차도
상상하게하고 느끼게하는 산들님의 탁월한
글솜씨 탓입니다
BlogIcon 히티틀러 2014.12.13 21:51 신고 URL EDIT REPLY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식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 나라도 흔치 않은 거 같아요.
우즈벡에서 지낼 때 아는 분이 공터에 마구 자라있는 민들레와 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열심히 캤더니 현지인들이 정말 의아하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들에게는 그냥 길가에 자라는 잡초 혹은 동물들이나 뜯어먹는 것이지 사람이 먹는게 아니라서요ㅎㅎㅎ
BlogIcon 치키타 2014.12.14 12:54 신고 URL EDIT REPLY
ㅎㅎ 중미에서 온 남편, 마트가서 망고나 파파야를 보며 시무룩....이유는 이런 퀄러티는 소나 개나 돼지사료에 섞어 준다공...망고 겁나 좋으하는 전 뜨악~ 이정도면 꽤 먹을만 한디 ㅋ 참고로 사는 곳은 캐나다에염.ㅎㅎ글쓴 님의 맘도 이해될 듯 하네요. 참고로 제 레시피 하나 알려드릴께염. 1.beet는 끓는 물에 삶은 후에 비벼주시면 껍질이 살살 벗겨져염. 2.감자도 삶아주시구염. 3. 포크가 쑥 들어갈 정도로 beet 를 삶아 다져주시구,감자 으깬것과 섞어주시구염 4.마요네즈 식초(white 식초)를 3:1정도로 소스 만들어 다 같이 비벼주시면 맛있는 감자 beet샐러드가 됩니당!!!
BlogIcon 살다보이 2014.12.14 19:29 신고 URL EDIT REPLY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
어쩌면.. 사람이 먹었을 때 뭔가 안 좋은 물질이 있어서 그런 건지도...
BlogIcon Jessica's 2014.12.15 20:16 신고 URL EDIT REPLY
동물먹는것까지 빼앗아 먹겠느냐는 말인가요..? 저야말로 문화적 충격이네요..ㅋㅋ 글 잘읽고 갑니다~^^ㅎ
댕씨 2014.12.16 21:18 신고 URL EDIT REPLY
ㅎㅎㅎ 없어서 못먹는 여기아짐도 눈돌아가요!! ㅎㅎ
근데 바람이 시속 140 이라니....상상만해조 심란하네요.
전 툭툭 턴 대신 좀 방어적이 됐어요. 잘 지내봐야죠!!
좋은하루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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