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전기 부족한 우리 가족의 겨울나기

산들무지개 2014. 12.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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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우리 집 전기는 풍족하지 않습니다. 겨울은 낮이 짧고 또, 햇살도 강하지 않아 태양광전지에 축적되는 전기는 아주 아껴 써야만 한답니다. 그래서 가끔 구름이 끼고 흐린 날에는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못할 경우도 있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걱정하실 정도로 그렇게 열악하지는 않습니다. 잘 충전된 바테리는 일 주일 정도 부족함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장기간에 걸친 험악한 날씨에 대비하여 전기를 언제나 아껴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댓글은 어느 분이 이런 우리 가족의 삶에 비판적 시각으로 보셨습니다. 

선진방식이라고 말씀은 드리지 않았는데에도, 이런 삶에 대해 부정적 시각으로 보셨네요. 한국에서 이런 삶을 사시는 분이 있다면 정부 탓을 한다고 말이지요. 그러나 각자가 선택한 삶에는 뚜렷한 철학과 그 배경이 있을 겁니다. 제가 전기도 없고, 수도 시설도 없는 이곳을 선택한 삶은 제 몫이라는 것입니다. 


선진방식?! 환경을 위한다는 차원에서는 이것만큼의 선진방식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도시적 삶과 비교한다면 역시나 후진방식이 되겠지요. 전기도 없고, 수도 시설도 없으니 말입니다. 


다 개인이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삶의 방식도 선진이 될 수 있고, 후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 부부가 이 삶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의도한 삶이라는 것이지요!!! 


프랑스에서 수입하는 전기를 끌어다 쓸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스페인 정부가 지원하는 태양광전지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정부가 방치한 것 같은 이 고산 산중의 세금은 엄청나게 쌉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해 준 것이 별로 없기에 세금마저 많이 내라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런 검소한 삶이 좋습니다. 



겨울에는 텔레비전을 전혀 볼 수 없습니다. 아니,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겨울에는 냉장고마저 끄는 날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그래서 제철 먹거리만 먹습니다. 

겨울에는 세탁기를 돌리는 날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부모님댁에 자주 갑니다. 

겨울에는 전기를 더 많이 절약해야 합니다. 언제 전기가 바닥날지 모르니 말입니다. 

겨울 저녁에는 우리 가족이 한곳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놉니다. 왜냐하면, 한 곳에서만 전깃불을 켜야 하기 때문이지요. 


 

여러분은 만 3세의 어린 쌍둥이의 고사리손이, 볼일을 보고 나온 화장실의 불을 끄는 모습을 보셨나요? 

저는 매일매일 봅니다. 이 어린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이런 환경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전율합니다. 과연 도시의 아이들은 전기 걱정을 하면서 살까요?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며 (정말) 그 나이에 벌써 전기 걱정을 하며 삽니다. 아니, 전기의 소중함을 알고 자라납니다. 




우리는 해가 쨍쨍한 몇 시간을 소중하게 기다립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엔 컴퓨터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가끔 태양광 냉장고도 꺼놓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꺼내 바깥에 놓아둡니다. 왜냐하면, 바깥이 더 차가우니 말이지요. 


참 불편하게 보이는 삶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런 삶이 좋습니다. 감성이 살아나기 때문이지요. 

인간이 자연과 교류하지 않는 현대 사회에 저는 이런 자연 환경이 실제적으로 절 성장시키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라나면서 이 현상을 스스로 익혀갑니다. 


지루할 것 같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곳의 삶이 풍족하답니다. 



우리 가족은 길고 긴 겨울 저녁,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전깃불 아래에서 더 재미있는 놀이를 합니다. 텔레비전 볼 일도 없고, 컴퓨터 사용할 일도 없는 저녁, 아이들과 놀이를 한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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