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한국 며느리 부담 주는 시아버지의 행동

산들무지개 2015. 1.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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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렌시아에 간 동안 제가 부담을 느낀다고 생각한 시아버님의 행동이십니다. 


평소에는 예의 바른 한국인 며느리는 시아버님 앞에서는 최선을 다해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그 행동에 금이 간 시절이 있었지요,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고 산보다 더 커진 배를 어찌할지 모를 때의 일이었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 소파에 앉을 때에 다리가 찌릿찌릿하여 견딜 수가 없었지요. 그때 시아버님께서는 쿠션 서너 개를 가져와, (제 다리를 소파 앞 테이블에 올리라고 하시면서) 그 다리 밑에 넣어주셨습니다. 

제삼자의 풍경은 임신한 며느리가 건방지게 테이블에 다리 올리고 늙으신 시부모님 앞에서 대화하는 겁니다. 어찌 껄렁껄렁하게 보이지 않습니까? 

뭐, 임신했으니 봐줄 수 있다고 해도 되지만, 제가 최근에 이런 바쁜 일상으로 시댁에만 가면 졸음병에 걸려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습니다. 그럼, 시아버님께서는 소파에 누우라고 하시면서 쿠션을 갖다 주십니다. 아! 아! 아버님, 아니에요, 아니에요.... 가 아니라.... 네, 감사합니다. 

하면서 소파에 벌러덩 누워 피곤을 잠재웁니다. 아! 건방지게도 오랜만에 온 며느리가 소파에 누워있는 꼴로 보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재미있게도 한국에서는 외국인 사위가 친정 부모님 앞에서 벌러덩 누워 텔레비전 보는 것을 아주 귀엽게 보는데, 만약, 며느리가 그렇게 벌러덩 누우면 참 꼴사납다고 합니다. 이런 명백한 차이점이 있지요. 

스페인에서는 며느리가 이렇게 시부모님 앞에서 벌러덩 눕는 행위가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부담을 느껴 시부모님이 소파에 가까이 오실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 후다닥 일어나기도 했답니다. 후다닥! 후다닥! 후다닥! 그러자 시부모님께서는 오히려 이런 저를 더 이상하게 보셨습니다. 

"너, 피곤하면 그냥 누워있어. 자꾸 후다닥, 벌떡벌떡 일어나지 말고! 텔레비전 켜줄까?" 

아! 민망하고 죄송하여 어찌 그럴 수 있사옵니까? 가 아니라..... 네, 아버님!

그런 식으로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발렌시아 시댁에 갔다가 아이들 빨래를 하고 말린 옷가지를 개려고 하는 찰나, 아니, 가만히 계시던 시아버지께서 제게 오십니다. 

"너는 집에서 너무 일을 많이 하니까, 내가 도와줄게"

아니, 시어머님도 아니시고, 시아버지께서 아이들 옷가지를 개주신다니?! 

"아! 아버님.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뭐, 이 옷가지 개는 것이 뭐가 어렵다고?!"

하시면서 열심히 개 주십니다. 아!!! 이런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시어머님이 개어 주시는 것은 괜찮고, 시아버님이 개어 주시는 것은 부담이 된다? 

하도 제가 부담스런 표정을 보이니, 시아버님께서 물으십니다. 

"왜? 한국에서는 내 행동이 잘못 된 행동이니?"

아! 제가 생각하는 것의 정곡을 찌르셨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시아버님 나이 대의 남자들이 집안 일하지 않는 것은 거의 당연한 일이라, 차마 이 말을 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 친정 아버님께서는 한 번도 빨래를 해보신 적이 없고, 한 번도 옷가지를 정리하신 적이 없습니다. 물론, 요리는 가끔 하셨지만 말이지요. 

시아버님께서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능숙한 솜씨로 빨래를 개어주십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정말 스페인과 한국이 비슷하면서도 엄청나게 다르다는 느낌도 가끔 받는답니다. 

물론, 지금의 젊은 세대는 남자들도 알아서 잘한다지요...... 

평소 맞벌이를 해오신 두 시부모님이시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그러니 평소 습관이 아주 길게도 갑니다. 두 시부모님께서 다정하게 같이 이불을 개는 모습입니다.


저는 부담을 느꼈다고 하는 시아버님의 행동이 사실은 큰 깨달음으로 왔습니다. 나도 엄청난 유교 사상을 받고 자란 한국 토종이구나, 싶은 것이 말이지요. 

지난 바르셀로나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봤답니다. 

디아고날 거리의 산책로 풍경이었는데요, 다 쌍쌍으로 걷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주 늙으신 커플들이 두 팔을 끼고, 두 손을 잡고 그렇게 나란히 걷고 있는 것입니다. 나란히 걷는다는 의미가 얼마나 크게 다가오던지...... 서로를 위하는 동반자의 모습이 이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요. 어느 쪽도 우월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그런 모습이...... (물론, 제가 생각하는 개인적인 것입니다.) 남자가 앞에서 걷고 여자가 뒤에서 졸졸 따르던 그 시대가 저 멀리 사라져 가는 풍경을 미리 이곳에서 접했다고 할까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공감(아래의 하트♥) 꾸욱~! 한 번 응원해주세요. 

감쏴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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