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눈 오는 날, 4년 만에 감행한 엄마의 단독 외출

산들무지개 2015. 1.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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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eye)을 떠보니 눈(snow)이 또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해발 1200m의 우리 참나무집은 겨울마다 이렇게 눈을 맞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포근한 눈이 이렇게 안녕? 아침 인사를 했네요. 스페인은 해가 쨍쨍한 열정(정열?)의 나라라고 보통 생각하는데, 우리 집에 눈이 왔다, 그러면 다들, 오? 스페인서 눈? 하고 놀라워하십니다. 그런데 우리 비스타베야 고원은 역시나 눈이 없으면 서운한 겨울이랍니다. 



그런데 이날 아침은 반갑지가 않았답니다. 


왜냐하면? 일단은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골골대고, 뜨거운 열에 펄펄 끓고 있어서 말이지요. 다행으로 아빠는 눈이 와 숲 속에 위치한 자연공원 사무실에 갈 수가 없어 집에 머무르기로 했답니다. 그럼 문제 해결이다! 가 아니라, 글쎄 이날은 제가 발렌시아의 치과 약속이 있어 꼭 집을 빠져나가야 하는 일을 겪게 됐답니다. 아픈 아이들 남겨두고, 눈 쌓인 해발 1200m를 빠져나와 외출을 해야 하다니...... 


약속을 취소해요~, 하실 분 계시나, 마음으로는 취소하고 싶은데, 이 스페인에서의 치과 약속은 한국과는 판이하게 달라, 다음에 약속 잡으려면, 또 한두 달은 기다려야 하므로 일단은 감행키로 했습니다. 감행하다 안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돼~지~! 내 배 째, 식으로 외출을 결심했습니다. 



아빠는 혹시, 가다가 눈 때문에 꼼짝달싹 못 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 집 사륜구동차를 타고 가라 일렀습니다. 

자고로 이 사륜구동차는 30년 묵은 오래된 차이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사륜으로 놓으면 마음 놓고 운전을 할 수 있다나요? 그래서 열심히 손을 보고 아빠는 이런 소릴 하네요. 


"기어가 잘 안 들어갈 수도 있어. 당황하지 말고, 기어를 한두 번 밟아서 전환해. 그리고 여기 냉각수가 모자랄 수도 있으니, 여기 온도 올라가면 앞뚜껑 열고 이것을 집어넣어~!" 하면서 당부를 해줍니다. 아! 정말 한 번 외출하기 이렇게 힘드네~. 이 소리가 어쩐지 더 불안하네~! 여기가 고산이자 시골이라 그래요. 



그래서 전 가까운 도시까지만 이 차를 타고 갔다, 기차를 갈아타고 발렌시아에 다녀오기로 했답니다. 


자~ 아픈 아이들 남겨 두고 떠나기 정말 싫지만, 빨랑 치과 갔다 오마!, 하면서 시동을 걸고, 30년 된 오래된 차를 덜덜덜 끌면서 간답니다. 그래도 전 이런 수동차가 참 좋네요. 아! 익사이팅하잖아요? 눈이 쌓여 마을을 못 빠져나갈까 조바조바 2단으로 갔답니다. 정말 다행으로 그 다음의 구불구불 도로는 소방차가 깨끗이 길을 닦고 소금을 뿌려 빠져나갈 수 있었답니다. 


그리하여 무사히 발렌시아 도착, 치과일을 후다닥 보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발렌시아 기차역 앞의 풍경입니다. 


스페인의 제3 도시, 발렌시아도 아기자기 예쁘답니다. 

세계대전에 휩싸이지 않은 스페인의 건축물이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그때 남편이 아이가 눈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장면을 메세지로 보냈지요. 우와! 아이가 즐거워하니 그나마 안심이네~!

소리가 나오는데, 남편은 그러네요. 

"아이들 열이 더 오르고 있어. 해열제 좀 사와."

아! 아이들 열이 오른다고? 눈이 더 와 우리 집이 고립되면 큰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해열제 찾아 삼만리를 했답니다. 무사히 해열제도 사고, 그렇게 오다 차 안에 가스통 두 개를 발견하고, 가스통도 새로 갈아오게 된답니다. 


우리 집 고립되면 정말 큰일이야. 


그 와중에 세차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왜 일었는지? 30년 된 차가 30년보다 더 두꺼운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다녀 그래요. 그래서 세차도 끝내고, 차 바퀴 공기 압력도 제대로 확인하고, 집어넣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집으로 오르게 된답니다. 


혹시, 눈으로 고립되어 필요한 약품과 차 정비는 미리 해놔야 되므로......! 



아! 이거 4년만의 첫 외출이네. 혼자만의 외출~! 


그런데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아이들이 보고 싶네~! 


이런 마음이 막 들면서 아이들이 아프다는 생각에 마음이 찌리리리 아프더라고요. 집으로 가는 어두운 밤, 벌써 밤8시가 다 되어가더라고요. 아이고! 이렇게 도시와 떨어져사는 우리 집 참, 멀기도 하다! 겨우 하루 외출한 것이 꼭 80일 외출한 것처럼 시간이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홀로 떠난 외출이 그렇게 즐겁지가 않았답니다. ㅠ,ㅠ 


집에 도착하면 아이들이 엄마보고 막~ 달려들겠지? 혼자 신 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우리 비스타베야 여전히 눈이 내리면 안 될텐데....... 소방관 아저씨들이 깨끗이 다 눈을 치워놨겠지~. 

이런 저런 생각이 오가고, 전 비스타베야에 도착했습니다. 아~! 역시나 깨끗한 도로에 마음이 안심이 됐답니다. 이제 집으로 직행이다. 그런데 도로가 아닌 곳은 여전히 눈이 쌓여있고, 낮에 녹았던 눈이 꽁꽁 얼어붙어있더라고요. 



아이들 보러 빨리 가자~! 

재촉하여 집에 도착! 

문을 빼꼼히 열고 집에 도착하여 얘들아! 소리를 지르면서 들어가는데...... 

아이들도 엄마와 같이 소리를 꽥 지르며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멘붕~!


아이들 셋이 쪼르르 소파에 앉아, 아주 쿨~ 하게 

"엄마, 안녕?"



헉?! 날 반기지 않아? 놀라 아빠를 쳐다보니, 

"안녕? 잘 다녀왔어?"

아빠도 아주 쿨~하게 반응을 합니다. 



헉?! 이 반응이?! 아~~~! 그래, 좋아하자. 좋아하자........


얼마나 즐겁게 잘 놀았으면 엄마가 와도 그렇게 기뻐하지 않는지, 이 증거는 정말! 엄마 없어도 불안해하지 않고 잘 놀았다는 증거야! 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빠도 매번 장보고 온 후, 우리 모녀들의 반응을 보고 놀랐을 것이란 생각에 다음엔 외출 다녀온 아빠한테 아주 기쁘게 반응해야겠다 다짐하기도 했답니다.)


그래, 엄마는 역시 조바심으로 걱정했지만, 우리 식구들은 역시 다들 그 자리에서 잘 지냈구나. 

알았어! 너희들 최고다! 하고 아이들을 꽉 안아줬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오랜만에 외출했다 돌아온 엄마, 

그래! 아이들이 반가워해주지 않아도 좋아~! 

잘 있었다는 증거니까...... 

하고 아쉬움을 달랬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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