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스페인 고산, 참나무집 가족의 도토리묵 먹기

산들무지개 2015. 1. 26.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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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즐거운 주말을 보내시고, 활기찬 월요일을 여십니까? 

저희도 아주 즐거운 주말을 보냈답니다. 뭐, 스페인 고산의 고요한(?) 겨울에, 엄청난 강풍과 함께, 그렇게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즐거웠던 것은 도토리묵을 해먹던 저녁이었답니다. 하하하! 도토리묵?!


우리 집 이름은 스페인어로 마시아 까라스까르(Masia Carrascar)입니다. 한국식 이름으로 하자면, 참나무집이 되겠습니다. 참나무 하면 뭐가 가장 유명한가요? 바로 도토리입니다. 도토리 하면 또 뭐가 떠오를까요? 바로 도토리묵입니다. 


아하! 그럼 참나무집에서는 도토리묵을 엄청나게 많이 먹고 지내겠어요? 하고 물으실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도토리묵은커녕 도토리도 수확하지 않는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참나무가 스페인의 참나무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지요. 일명하야, 이베리아 참나무랍니다. 


이베리아 참나무 도토리는 멧돼지만 킁킁거리며 찾아 먹기 때문에 우리는 도토리가루를 만들 생각도 못 한답니다. 바로 요 도토리는 너무 쓰기 때문에 한 번 시도했다가도 맛이 없어 그만 포기한 경우가 되겠습니다. 


어제 우리는 2년 만에 도토리묵을 해먹었습니다. ㅠ,ㅠ 아~! 감동의 눈물을 줄줄~!


이곳은 스페인 시골이자, 고산이므로 어디 한국 음식이 있겠습니까? 매일 한국 음식 포스팅하는 분들 보면,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도 많이 하는데, 오늘은 제가 부럽게 도토리묵 포스팅을 하지요. ^^


요 도토리묵을 2년 만에 처음으로 공수받아 해봤더니, 아~! 얼마 만이야! 


아이들도 처음으로 먹어보는 듯한데, 어찌...... 반응이...... 반응이 대박입니다. 

한국 가도 너희들 살 수 있겠어~! 당근이지. 엄마 입맛과 비슷한 아이들이니~~~!


우와! 도토리묵이다! 눈물 줄줄 ㅠ,ㅠ

제가 만든 도자기 잔으로 두 컵을 덜어다 했는데......


글쎄, 이렇게나 많이 나왔어요. 


잘 식힌 묵을 부분 잘라서 양념 따로 이렇게 식탁에 내어놓으니..... 

만세! 먹자! 


누리가 이것이 뭔 것이야? 하는 표정으로 

하나를 집어다가 간장참기름 양념에 

푹 담갔다 먹습니다. 


어? 맛있는 것 같아. 

하나 더 먹어봐야겠어. 


손으로 집어다 또 간장에 푹 담가 먹습니다. 


으음, 새로운 맛이야! 

한 번도 먹어보질 못했어! 


한 번도 못 먹어본 아이가 이렇게 잘 먹다니?!

누리는 간장 종지를 앞에 가져다 놓고 그렇게 먹습니다. 


사라에게도 간장을 따로 주었습니다. 


사라는 처음 보는 젤리 같은 것에 먹을까, 말까, 많이 망설이더군요. 


그리고 하나를 집어다 먹을까 말까, 엄마 보면서 헤헤 웃네요. 


그래서 결국 먹었을까요? 

네! 아주 잘 먹었답니다. 


이번엔 산들 양이 하나 먹어보더니, 그러더군요. 

"어?! 엄마! 아무 맛도 나지 않아. 이것은 맛이 없는 두부네."


그러니 아빠가 옆에서 그럽니다. 

"맛이 진짜 없지? 이것은 밥하고 비슷해. 밥이 무슨 맛이 있어? 맛이 없잖아? 

그래도 입으로 자꾸 가지지? 그것과 같은 맛이야."

헉? 남편 지금 뭔 말을 하는 것일까요? 


아이는 아무 맛이 없다면서도 열심히 도토리묵을 먹습니다. 

 

"엄마, 맛은 없지만, 간장에 찍어 먹으니 너무 맛있어~!" 


역시, 맛을 아는 아이구나! 하면서 고슴도치 엄마가 되어 흐뭇해 합니다. 

사실, 이 도토리묵은 저 혼자 해서 먹으려고 했는데 말이지요. 

이렇게 반응이 좋아서 좀 당황했습니다. 

아~! 아이들이 좋아하니 그나마 다행이구나! 얼씨구나, 좋다! 

노래를 불렀지요. 


 우리의 소박한 밥상, 

아~! 이 도토리묵이 금방 달아나, 또 썰어야 했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져옵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공감 타령해볼까요? 공감 꾸욱~!

알라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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