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엄마 파파라치가 찍은 '아이와 고양이'

산들무지개 2015. 1.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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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잠드는 저는,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자리를 옮겨 첫째의 옆으로 가 눕습니다. 첫째에게 소홀한 날들이 많아져 아이가 안쓰러워 자꾸 아침마다 큰딸에게 갑니다. 이 어린아이가 벌써 커서 만 6세(오는 2월 5일 생일이랍니다.) 나이를 먹는구나, 나날이 감탄의 연속이랍니다. 


엄마가 되면 내 자식에게서 경이로움을 느낀다는 말, 사실인가 봐요. 


아이의 고사리손을 잡고 뽀뽀를 살짝 하다가 아이는 은은한 미소를 띠면서 깨어납니다. 엄마가 옆에서 자고 있었구나, 하면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이는 엄마 목을 꽉 잡고 아침 인사로 뽀뽀를 막 해줍니다. 이렇게 우리 모녀는 쌍둥이 동생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눈답니다. 


"산들아?! 학교에서 재미있어?"

"응, 재미있어. 그런데 선생님이 누리와 사라에게 야단칠 때면 이상해."

"왜?"

"야단치면 내가 싫어져."

"산들이가 동생들을 잘 보살피구나?"

이렇게 물으면 아이는 환한 웃음을 띄면서 그럽니다. 

"응, 누리와 사라는 내가 엄마인 줄 착각하고 있어. 맨날 나만 졸졸 쫓아다녀."


역시 첫째는 첫째인가 봅니다. 동생 걱정에 학교에서 선생님께 야단이라도 맞으면 금방 달려가 감싸고 있으니 말이지요. 자고로, 우리 마을의 유아반은 총 여섯 명으로 우리 아이들 셋이 절반을 차지한답니다. 


"엄마! 어제 학교에서 한국 노래를 틀어줬어."

"뭐? 한국 노래?!" 

"곰 세 마리하고 솜사탕 노래!"


아~! 이 작은 마을 학교에서 아이들이 한국 엄마를 뒀다고 이렇게 세심하게 챙겨주네요. 작년 학예회 발표 때에는 한국말로 열까지 세더니....... 


이렇게 우린 소곤소곤 대화하다 깨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답니다. 


엄마는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느끼며 그렇게 인생의 신비를 풀어가고 있답니다. ^^


오늘은 제가 파파라치가 되어 관찰한 우리 누리와 고양이를 보여드립니다. 

 

설거지하고 있는데 밖에서 노는 누리가 보입니다. 

앗! 저 맥주병은 우리가 다 마신 것인데....... 

한꺼번에 다 마신 것은 아니고......-.-

마침, 산똘님이 맥주 만드는 날이라 이렇게 싱크대 위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누리와 고양이


따뜻한 햇살욕을 하는 고양이 삐띠에게 다가가 같이 앉아 놀고 있는 누리입니다. 


무엇인가를 가져왔습니다. 


너에게 줄 것이 있어!


귀여운 것, 가만히 있어. 놀라지 마!


고양이는 관심도 없는데 앞에서 알짱알짱거리고 있습니다. 


왜? 기대 돼?


대신 좋아해줘야 해.


자, 보여줄게. 


먹어! 풀이야.


내가 아침에 나가 신선한 풀을 다 뜯었어. 


삐띠: 나 이런 건, 사양인데...... ㅠ,ㅠ

누리가 풀을 쓰윽 내밀면서 먹으라고 합니다. 


먹어 봐. 맛있어~!


삐띠: 난 먹기 싫어~!

싫어? 싫으면 관두세요.


그러면, 이곳에 다시 둘께. 

언제라도 먹고 싶으면 이야길해.


풀을 다시 제자리에 두었네요. 

산똘님 맥주 만들 보리 빻는 미니 분쇄기가 나와있습니다. 


아이는 고양이에게 줄 풀을 마음에서 우러나와 뜯어왔는데......

어째 고양이는 먹지를 않네요. 


안에 누가 있어? 


창이 반사가 되니 보이지 않아.


근데, 너 발이 참 예쁘다. 


얼굴도 예쁘고......!


일어나, 우리 놀자. 

삐띠: 우이씨! 난 자고 싶은데......!


언니: 뭐해? 삐띠랑 놀아? 


언니: 풀 주고 있었구나. 


누리: 언니, 삐띠가 풀을 먹지 않아. 


이렇게 두 아이는 창가, 삐띠 옆에 앉아 풀을 먹이면서 그렇게 한 나절을 보냈답니다. 

그럼, 다른 아이는? 

다른 아이요? 사라요! 사라!


사라는 콧물 줄줄 흘리면서 집에 들어와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휴지를 옆에 가지고 와 코를 닦으면서 말입니다. 


엄마! 또 사진 찍어? 파파라치 맞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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