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친구들의 '물건 돌려쓰기'로 때때로 득템해요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에 살면 살수록 이곳이 좋아진다고 여러분께 어느 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뭐, 사람 심리가 하루아침에 변하니 쭈욱 살면서 더 판단할 일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렇답니다. 아마도 개인 성향에 따른 기호, 특성, 등등에 따라 사는 곳이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겠지요? 


물론, 시기별로 심리변화를 묘사할 수도 있답니다. 초기에는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흥미로운 스페인이었고, 한 3년 지내다 보니 오! 들릴 것은 다 들리니 (싫은 것도 다 들리므로) 스페인이 싫어지는 때가 있기도 하답니다. 좀 지나다 보면, 개인과 개인이 만나는 과정에서 '문화적 이해'라는 깊숙한 요소가 자리잡히면서 점점 좋아지는 때가 있답니다. 


스페인에서는 살면 살수록 사람 냄새를 그윽하게 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답니다. 

스페인의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사람 사는 향기'랄까요? (물론 개인적 체험입니다.) 


그 한 예가 이 '돌려쓰기'라는 문화랍니다. 

뭐? 이게 뭐 대단한가요? 하실 분을 위해 지금부터 설명에 들어갈게요.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훈훈함이 가득 담겨있는 이 돌려쓰기 문화는 사회적 인간 관계망, 즉, 인간 네트워크를 통해 잘 발달되어 있답니다. 쉽게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가 스페인에서는 예전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 관계망으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친구와 이웃 사이의 평판과 함께요. 스마트폰이 발달하기 전부터 스페인 친구들은 친구와 친구들 사이의 입을 통하여 정보를 나누어왔습니다. 대화라는 정보망으로 말입니다. 


아무개가 무엇이 필요하다, 아무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다, 아무개가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등등......


그런데 이런 인간 네트워크에서 신기하게 보아왔던 것이, 바로 필요로 인해 필요한 어떤 물건 수배에 관련된 건이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필요한 것들을 마치, 카카오스토리에 올려 광고하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인간 관계망의 대화 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입니다. 아! 신기해라. 처음에 감탄했답니다. 


예를 더 쉽게 들자면, 제가 초기 정착할 시점에 자전거가 꼭 필요했답니다. 

자전거를 한 대 사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친구들 모임이나, 전화를 걸어 자전거 수배를 하는 것입니다. 


"혹시, 누구 자전거 남아도는 사람 없어?" 하고 말이지요. 


그랬더니 한 일주일 후인가? 미국인 친구가 자신은 미국으로 간다고 필요 없다면서 제게 선물을 하는 것입니다. 

아! 얼마나 신기했던지......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시간을 들여 느긋하게 수배하고 기다리는 친구들 사이의 관계가 참 신기했답니다. (그리고 제가 쓰던 그 자전거는 동네 처녀에게 주었습니다. 임신 때 자전거를 탈 수 없어 필요로하는 이웃에게 준 것이지요.)


이렇게 때때로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수배하기도 했답니다. 

휴대폰을 수배하여 얻어 쓴 적도 있고, 집수리할 무렵, 카라반도 빌려 쓴 적도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제가 쓰지 않는 미술 도구들도 다 남에게 준 적도 있답니다.  


뭐, 돌려쓰기의 대표적 유형은 아이들 옷인데요, 걸핏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누구 4세 겨울옷 필요한 사람 없어? 이번 달 내에 우리 집에서 찾아가지 않으면 버릴 예정."이라는 메세지를 받기도 한답니다. 오? 그래? 그럼 내가 가서 가져와야지! 하면서 또 득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 이런 경우는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보는 광경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옷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품들이랍니다. 



지난번, 친구가 광고하고 받아오게 된 아이들 옷! 

한국 블로그에 사진 올리라면서 포즈 취하는 친구 ^^



산똘님이 맥주 만들면서 맥주병이 필요하여, 친구들 사이에......

"빈 맥주병이 필요해. 깨끗하게 씻은 맥주병을 쌓아두고 있는 사람이나, 쌓아둘 예정인 사람은 이 맥주 마스터에게 제공하길 바람." 뭐 이런 정도로 소문(?)을 퍼트리니, 아! 산똘님 부모님이나, 친구들이나, 이 마을 시장님이나....... 다 빈 맥주병을 집으러 가져오는 겁니다. 정말 대단한 스페인 사람들이구나, 인간 사회 관계망을 아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구나, 그래서 연대 의식이 발달했구나, 싶은 것이 상당히 놀랐답니다. 



이번에 발렌시아에서 친구가 가져온 맥주병 

사소한 것이지만,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문화가 좋습니다. 



사소하고 귀찮게 보이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지 않고 이웃을 위해, 친구를 위해 힘을 써준다는 것이 달리 큰일이 아님을 알았답니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의 이런 인간 네트워크가 아주 잘 발달된 스페인이 부럽기도 하답니다. 



며칠 전에 저도 한 번 '인간 네트워크' 시도를 해봤습니다. 


아이들에게 집에서 직접 만드는 빵을 먹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반죽에 자신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이 뭘까요? 바로 제빵기입니다. 제빵기로 빵을 만들어 먹여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이것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동네 친구를 붙들고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스마트폰 메시지로 친구들에게 알렸죠.  

그러자 일주일 후에, 친구 모니카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제빵~기!" 

"나한테 쓰지 않는 제빵기가 있어. 설명서는 잃어버렸는데, 인터넷으로 찾으면 구할 수도 있을 거야. 내일 남편 통해서 전달할게!"

그러는 겁니다. 우와! 대단하다. 

스페인에서는 이렇게 서로 돕고, 서로 나누는 인간 서클이, 놀랍게 발달하였다는 것을, 살면 살수록 알아가니 말입니다. 득템이구나! 먼저 필요하면 친구에게 수배하고 제일 마지막에 (구하지 못 했을 경우) 필요한 물건을 사는 친구들 사회가 참 괜찮다고 여겨졌습니다. 



오늘 아침에 받아온 제빵기! 

이제 열심히 사용법 공부하여 빵을 만들어볼까요? ^^



어때요? 스페인의 인간 네트워크 괜찮지 않나요? 

자신이 쓰다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 혹, 사용하지만 친구에게 빌려주고 싶은 것들, 혹 친구가 필요로하는 정보 등을 다함께 나누는 이런 인간적 네트워크 괜찮지 않나요? 내 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살면서도 이런 인간적 매력을 대하다 보면 이곳이 바로 내 행복을 주는 곳이구나 싶습니다. 급속한 현대 문명에도 치이지 않고,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이웃과 친구와 함께 긴 수다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 스페인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여겨졌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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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sunnyclient 2015.01.28 00:48 신고 URL EDIT REPLY
참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시는 당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BlogIcon sylvi 2015.01.28 03:45 신고 URL EDIT REPLY
사진 속의 친구분들께 제 대신 감사의 마음을 전해 주십시요. 그런 맛난 세상 사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며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BlogIcon lucy park 2015.01.28 07:33 신고 URL EDIT REPLY
버리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스펜사람들 몸에 베인 습관 같습니다. 버리기전 꼭 누구에게 필요한물건인지 여기저기 알아보고 필요한 사람있음 그물건 전해주고 ㅋㅋ 알베르또가 그러네요. 저에게 이거 누구줄까 하면 저는 그걸 누가 좋아하겠어 말하지만 막상 주면 좋아하더라구요 사람들이 ^^

근데 참신기한게요 산들님이 포스팅하는글들은 저도 한번씩은 격고 생각해봤던 일들이라는... 그래서 글들이 완전 공감이가네요 ^^
노을 2015.01.28 07:57 신고 URL EDIT REPLY
한국은 아직 남이 쓰던걸 쓰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봐요
하지만 '아름다운 가게'가 있답니다 여기에 안쓰는 물건을 기증하면 물건 수익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쓰인답니다. 물건도 안버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그래서 안쓰는 물건은 이렇게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고 있어요
BlogIcon 행동하는 2015.01.28 08:21 신고 URL EDIT REPLY
서로 연대의식이 잘 발전 되어 있는 문화가 부럽네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산들무지개님이시네요.
BlogIcon 화사한 2015.01.28 08:46 신고 URL EDIT REPLY

사람사는 맛이 바로 그런건데 말이죠^^

luna 2015.01.28 09:04 신고 URL EDIT REPLY
시기별 심리변화 정말 극 공감입니다. 제가 딱 똑같은 과정을 거쳐 세번째에 들어 있지요.
한때 지독스럽게 열병처럼 외롭고 고독스러운 이방인병에 걸려 낙천적인 내눈에 모든것이 비관스럽게
보일때 자주 하던말 아휴 왜케 여기는 추접스럽게 사는지 몰라의 그속에 지금은 물들어 살고 있어요.
지금은 내가 품어야할 가족이 있고, 직장이, 마음을 내어줄 절친이,이리 왕수다를 풀어놓을 산들님이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스러운 일인지요. 그저 낯설고 막막하던 그때에 비하면 저 성공한 여자죠. 암요 그러하다죠.

오늘 조카가 아이를 낳았다고 눈도 못뜨고 있는 사랑스러운 아기사진을 보내왔어요.
보는순간 환호성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그기쁨뒤로 흑흑 제가 고모 할머니가 되다니 할머니가 되었다구요.
우리 아들 이제 10살인데 저 아직 할머니 될려면 아직 멀었는뎅 ㅎㅎ 그러믄서 거울보고 할머니미소 스윽~~~
BlogIcon 탑스카이 | 2015.02.02 20:25 신고 URL EDIT
luna님 ! 할머니 데뷔 추카추카!! ^0^
기분 오묘하실듯, 하지만 역시 기쁨이 더 크셨나봐요.
할머니 미소 쓰윽이 절로 나오셨다니.. ^ ^
BlogIcon mi corazón 2015.01.28 10:41 신고 URL EDIT REPLY
함께 공유하는 공유세상.. 너무 좋은것 같아요. 저도 겨울옷이 다 뉴욕에 있다보니 페트로스가 친구에게 안쓰는 옷 받아서 줘서 신나게 입고 다녔었어요. 함께나누고 아끼는 문화 참 배울만한것 같아요. 훈훈한 정을 느끼고 갑니다
센메이 2015.01.28 18:03 신고 URL EDIT REPLY
예전엔 빳빳한 새책냄새가 좋아서 비싼 돈 주고 서점을 이용했는데...
헌책방을 먼저 스캔하는 것이 습관이 됬네요.
헌책이라 해도 얼마나 깨끗하고 상태가 좋은지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는게 대부분이라...
아마 다른 물건들도 그렇겠거니...싶긴 해요.
우리나라에서도 옷이나 물건들을 서로 나눠입고 바꿔쓰면...
아흑.. 직업상 밥굶을라나요.. ㅜㅜ ㅋㅋ

그래도 부럽네요 ^^
BlogIcon 찬우유2014 2015.01.28 18:33 신고 URL EDIT REPLY
파는게 아니고 그냥 주는거에요? 한국에선 아기 엄마들이 중고시장을 통해서 아기 관련 상품들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어요ㅎㅎ 안쓰던 물건이라서 그런가 스페인 사람들은 아까워 하지 않고 나눠주군요ㅎㅎ 글 재밌게 읽었어요~!
BlogIcon 있는 그대로 2015.01.28 23:48 신고 URL EDIT REPLY
사람과 사람이 사는 냄새가 듬뿍나는...현대 문명에 휩쓸려 개인주의로 점점 변해가는 우리가 흘려 버린 연대의식의 정감이 왠지 낯설지만은 않은... 매력의 나라 스페인이군요.^♡^
BlogIcon LUIS92 2015.01.30 21:53 신고 URL EDIT REPLY
친숙한 메신저 왓삽이네요..ㅎㅎ
남미에서도 대부분 왓삽을 쓰거든요.. 스페인에서도 왓삽을 쓰는 줄은 몰랐네요.^^
토토로 2015.03.12 12:46 신고 URL EDIT REPLY
와...정말 멋진 문화네요. 저도 필요하지만 얼마나 쓸까 하면서 사기 꺼려지는 경우도 있고, 사 뒀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나눠쓸 수 없을까 고민을 했는데, 이런 시도도 한번 해 봐야겠어요.
BlogIcon 월하정인 2015.05.08 02:01 신고 URL EDIT REPLY
최고로 멋진 문화네요~스페인의 교육덕분인가요?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삶이네요~~이러한 정이 새실은 우울한 사회를 위한 통치약인데요~~^^ 부럽습니다~한국은 이러한 좋은 문화들을 버리고 갈수록 경쟁만 강조하고 각박해지니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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