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친구
뜸한 일기/이웃

한국에 있거나 해외에 나와 살거나 다 마음먹기에 따라 

내가 지금 사는 곳이 천국이 될 수 있고 지옥이 될 수 있는 것 

다 알지만 가끔은 좀 쓸쓸하기도 하답니다. 

한국이 그립기도 하고, 내 가족이 그립기도 하니 말이지요.


그런데 아침에 쌕쌕거리면서 자고 있는 아이들의 숨소리를 잔잔히 듣고 있다 보면 

혼자 이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고 싶어 눈을 지그시 감는답니다. 

아이들의 작은 손과 숨결, 뒷모습, 발가락 등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이 아이들을 두고 나중에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날이 있구나, 슬퍼지기도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깨어나 환한 미소를 보이면 "얘들아, 엄마 좀 안아줘!"하면서 강제로 안아줍니다. 

아, 작은 등을 손으로 만지며 또 눈을 감습니다. 

이 작은 아이들, 전율할 정도로 전 지금 있는 내 모습에 놀랍니다. 

타국에서 아이 셋을 기르는 나......


아이들을 등교시키니 마을 사는 친구가 아침을 초대합니다. 

그 친구도 벨기에에서 와 아이 키우며 사는 자신의 처지가 아주 이상하다면서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더군요. 


우리는 엄마가 되었으니 아프면 안 되고, 역시나 뭐든 할 자세를 갖추어야 해. 

둘이 깔깔거리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떠니 역시나 친구 좋다는 것이 이것이구나 싶습니다. 


세계 어딜 가나 마음이 통하면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친구가 됩니다. 

내 마음을 부담 없이 줄 수 있는 친구 하나가 옆에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날 친구와 걸어서 우리 채소밭까지 갔습니다. 


이 양배추는 꼬마 양배추, 그런데 이곳에서는 벨기에 양배추라 알려졌습니다. 

벨기에에서 온 친구를 위해 이 양배추를 따서 선물로 줬습니다. 


벨기에에서는 대중화된 양배추, 자주 먹는다면서 아주 좋아하더군요. 

 

이제 봄 씨앗을 뿌려야 하는 채소밭을 다 갈았기 때문에 

몇 남아있지 않는 겨울채소를 수확해 친구에게 줬습니다. 

브로콜리와, 무, 벨기에 양배추, 그리고 겨우내 잘 견디어 준 루꼴라도......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오나 보다 생각하다 

샘 근처 그늘진 잔디를 보니 얼음꽃이 피어있더군요. 


파릇파릇한 잔디 위에 이렇게 얼음으로 한 겹 씌워진 것을 보니, 

영락없는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고 우린 동화의 한 장면에 취해버리고 말았답니다. 



오랜만에 날씨가 풀려 산책하기에 아주 좋았어요. 

길 위에는 봄을 준비하는 소리가 요란했어요. 

발정 난 고양이에서부터, 풀려난 닭들이 땅을 쪼면서 유유히 배회하는 모습까지......


참 평화롭구나 싶네요. 


우리 발걸음을 들었는지 당나귀가 다가옵니다. 

 

털이 신기하게 나 정말 동화 속에서나 나옴직 한 비스타베야 당나귀입니다. 


절 보고 웃어줬어요. 

사람 손을 많이 타 얼마나 온순한지...... 엄마가 되니 이렇게 친밀하게 다가오네요. 

동물들도 가끔 엄마 되고 난 후에 성격이 확 변하기도 하더라고요. 

우리 집 고양이 블랑키타도 사람을 극히 싫어했는데, 

엄마 되고 나니, 어쩌면 그렇게 애정을 받고 싶은지 

스스로 사람손을 타려고 다가온답니다. 

이 당나귀도 그렇네요. 

(동물도 이런데 나같은 사람도 엄마가 되니 초긍정으로 많이도 변했네요)


저 뒤편에 새끼가 있어요. 

저 당나귀도 언젠가는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겠죠?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고, 

처음엔 두렵던 것이 나중에는 익숙하게 되는 원리도 다 똑같고......

내 마음 줄 수 있는 사람 하나 옆에 있다면 그 위안,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똑같은......

우리네 인생사입니다. 


그날 친구는 차를 정비센터에 맡기고 차 없는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일상이 이런 소소한 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것이 내가 사는 이곳 역사의 한 부분임을 깨달았습니다. 

외국이지만 외국이 아닌, 지금 내가 사는 이곳 말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요일 되세요!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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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loveloveyho 2015.03.08 01:48 신고 URL EDIT REPLY
저는 한국남편이지만 남편따라 해외생활이 참 힘들더라구요 산들님 블로그보면서 오늘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고 마음이 따뜻해져서 가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09 09:59 신고 URL EDIT
loveloveyho님, 정말 같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해외생활이 어디 쉬운가요? 게다가 배우지않은 다른 언어라도 쓰는 곳은 더욱더 그렇고요.
이렇게 공감댓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BlogIcon 서누세라맘 2015.03.08 12:50 신고 URL EDIT REPLY
처음 댓글 남깁니다 ㅎㅎ종종 눈팅하는 산들님 블로그 좋아해요 저도 애둘에 미국에서 친척하나 없이 혼자 애기 키우는 애엄마예요 많은 부분 공감가고 이민자의 삶이 녹녹치 않죠 ㅠㅠ 애들 너무 이쁘고 남편님도 자상하세요 ㅎㅎ힘내세요 ~~저도 혼자 늘 힘내고 있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09 10:00 신고 URL EDIT
네, 서누세라맘님, 정말 정말 반가워요.
아이들이 참 귀엽네요. 미국이라는 나라, 한국하고는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그러네요. 한국 가족 하나 없는 이민생할이 어디 녹녹할까요? 우리 같이 힘내요! 아자!
BlogIcon 서누세라맘 | 2015.03.09 10:48 신고 URL EDIT
감사합니다 ㅎㅎ완전 힘나고 기운나네요 ㅎㅎㅎ오늘도 실상은 난장판 ㅋㅋㅋㅋ 육아 너무 어렵네요 ㅠㅠ
BlogIcon 적묘 2015.03.09 07:16 신고 URL EDIT REPLY
귀엽고 편안하고 따스한 ...그런 날들...

우리 곧 만나요 ^^
내일이면 쿠바로, 그 다음주면 유럽대륙으로!!!

따스한 이야기 많이 많이 나누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09 10:01 신고 URL EDIT
네, 적묘님, 기다리고 있을게요.
앗! 오시는 방법은 카스테욘 기차역이나 버스역에서 오후 3시 30분 버스를 타시면 된답니다. 참고로 카스테욘 기차역과 버스역은 한 곳에 있어요. 종착지는 비스타베야.... ^^ 자세한 사항은 메일로 드릴게요.
BlogIcon The 노라 2015.03.09 10:38 신고 URL EDIT REPLY
타지에서 아이들 낳고 살다보니까 어느샌가 저도 이곳의 한부분이 되어 있더라구요.
이제는 오히려 이곳 생활이 훨씬 더 편하다고 느껴지구요.
생각해 보면 자식들이 자라고, 생활하고, 또 그 자손들이 살 땅이 이제는 내가 뿌리내린 새 터전이니까요.

스페인 고산평야의 아름다운 햇빛 아래 얼음꽃이 아직도 활짝 피어 있네요. 얼음꽃이 너무 이뻐요.
제가 얼음이나 눈을 구경 못하는 피닉스 촌사람이라서 이런 겨울향기 나는 모습을 보면 설레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10 01:53 신고 URL EDIT
그러게요. 내가 뿌린 새 터전!!!
이 말씀에 큰 공감을 합니다!

피닉스 촌사람이 부러워하는 스페인 촌 시골....
반대로 스페인 촌사람이 부러워하는 피닉스의 사막!!!
우와, 멋지다! 블로거로 인연되어 그나마 참 감사합니다.
BlogIcon SPONCH 2015.03.09 16:04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요즘 그런 생각 중이예요. 내 가족을 위하 또 내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삶...에 대해서요. 여긴 가을이라 내가 가을을 타나 싶었더니 산들님은 봄을 타시나봐요. ㅎ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10 01:54 신고 URL EDIT
하하하! Sponch님 때문에 한참을 웃었네요.
저 봄 타요! 맞아요....
가을에는 바바리 코트 입고 쓸쓸하게 떨어지는 나뭇잎 아래에서 걸어줘야하나? 갑자기 그 풍경이 상상되네요. ^^
댕씨 2015.03.09 17:11 신고 URL EDIT REPLY
오랫만에 들어온것같아요!! 긴 겨울 지나가고 봄...아침에 애들 데려다주는데 아들녀석 빵빵한 패딩 입은게 어색해 뵈네요 ^^ 저 얼음잔디도, 당나귀도 다 따뜻한 느낌이에요. 봄이와 그런듯. 저희 남편은 토욜 새벽같이 한국출장을 갔답니다. 남아있는 식구들 한걱정하다 비상연락처까지 만들어주고 갔어요. 연애때 부터 워낙 출장이 잦아 새롭진 않지만 타국서는 처음이라 걱정이 많이 됐나봅니다. 딸은 또 시험이 있고 아들램은 뽀얗던 얼굴이 탔고 전 스페인어배우러 열씸히 다니는 중이에요.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네요.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참 좋겠는데...아쉽지만 있는대로 살아야겠죠? ^^ 즐거운 월요일보내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10 01:55 신고 URL EDIT
댕씨님. 그럼 혼자 아이들하고 계시겠어요?
언제 남편분 돌아오세요? 아이고.....
곁에 친구 한 분 만들어드릴까 봐요.
좀 기다리세요. 제가 수소문해서 발렌시아에 사는 한국인 소개해드릴게요. 기다려주세요.
BlogIcon 드림 사랑 2015.03.10 17:13 신고 URL EDIT REPLY
배우고 갑니다
BlogIcon 탑스카이 2015.03.11 00:20 신고 URL EDIT REPLY
이웃친구와의 따사로운 교감이 봄기운을 불러주네요
저 당나귀 표정도 어찌나 사랑스럽고 웃는 얼굴 같은지 ㅎㅎ
당나귀 사진에 혼자웃고 말았네요.
^ ^
BlogIcon 비단강 2015.03.11 12:57 신고 URL EDIT REPLY
비스타베야 당나귀...
동화 한편이 나올 것 같습니다.
평화롭고 한가한 고원의 한 순간이 잘 그려졌네요.
역시 산들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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