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친구

산들무지개 2015. 3.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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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거나 해외에 나와 살거나 다 마음먹기에 따라 

내가 지금 사는 곳이 천국이 될 수 있고 지옥이 될 수 있는 것 

다 알지만 가끔은 좀 쓸쓸하기도 하답니다. 

한국이 그립기도 하고, 내 가족이 그립기도 하니 말이지요.


그런데 아침에 쌕쌕거리면서 자고 있는 아이들의 숨소리를 잔잔히 듣고 있다 보면 

혼자 이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고 싶어 눈을 지그시 감는답니다. 

아이들의 작은 손과 숨결, 뒷모습, 발가락 등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이 아이들을 두고 나중에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날이 있구나, 슬퍼지기도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깨어나 환한 미소를 보이면 "얘들아, 엄마 좀 안아줘!"하면서 강제로 안아줍니다. 

아, 작은 등을 손으로 만지며 또 눈을 감습니다. 

이 작은 아이들, 전율할 정도로 전 지금 있는 내 모습에 놀랍니다. 

타국에서 아이 셋을 기르는 나......


아이들을 등교시키니 마을 사는 친구가 아침을 초대합니다. 

그 친구도 벨기에에서 와 아이 키우며 사는 자신의 처지가 아주 이상하다면서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더군요. 


우리는 엄마가 되었으니 아프면 안 되고, 역시나 뭐든 할 자세를 갖추어야 해. 

둘이 깔깔거리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떠니 역시나 친구 좋다는 것이 이것이구나 싶습니다. 


세계 어딜 가나 마음이 통하면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친구가 됩니다. 

내 마음을 부담 없이 줄 수 있는 친구 하나가 옆에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날 친구와 걸어서 우리 채소밭까지 갔습니다. 


이 양배추는 꼬마 양배추, 그런데 이곳에서는 벨기에 양배추라 알려졌습니다. 

벨기에에서 온 친구를 위해 이 양배추를 따서 선물로 줬습니다. 


벨기에에서는 대중화된 양배추, 자주 먹는다면서 아주 좋아하더군요. 

 

이제 봄 씨앗을 뿌려야 하는 채소밭을 다 갈았기 때문에 

몇 남아있지 않는 겨울채소를 수확해 친구에게 줬습니다. 

브로콜리와, 무, 벨기에 양배추, 그리고 겨우내 잘 견디어 준 루꼴라도......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오나 보다 생각하다 

샘 근처 그늘진 잔디를 보니 얼음꽃이 피어있더군요. 


파릇파릇한 잔디 위에 이렇게 얼음으로 한 겹 씌워진 것을 보니, 

영락없는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고 우린 동화의 한 장면에 취해버리고 말았답니다. 



오랜만에 날씨가 풀려 산책하기에 아주 좋았어요. 

길 위에는 봄을 준비하는 소리가 요란했어요. 

발정 난 고양이에서부터, 풀려난 닭들이 땅을 쪼면서 유유히 배회하는 모습까지......


참 평화롭구나 싶네요. 


우리 발걸음을 들었는지 당나귀가 다가옵니다. 

 

털이 신기하게 나 정말 동화 속에서나 나옴직 한 비스타베야 당나귀입니다. 


절 보고 웃어줬어요. 

사람 손을 많이 타 얼마나 온순한지...... 엄마가 되니 이렇게 친밀하게 다가오네요. 

동물들도 가끔 엄마 되고 난 후에 성격이 확 변하기도 하더라고요. 

우리 집 고양이 블랑키타도 사람을 극히 싫어했는데, 

엄마 되고 나니, 어쩌면 그렇게 애정을 받고 싶은지 

스스로 사람손을 타려고 다가온답니다. 

이 당나귀도 그렇네요. 

(동물도 이런데 나같은 사람도 엄마가 되니 초긍정으로 많이도 변했네요)


저 뒤편에 새끼가 있어요. 

저 당나귀도 언젠가는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겠죠?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고, 

처음엔 두렵던 것이 나중에는 익숙하게 되는 원리도 다 똑같고......

내 마음 줄 수 있는 사람 하나 옆에 있다면 그 위안,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똑같은......

우리네 인생사입니다. 


그날 친구는 차를 정비센터에 맡기고 차 없는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일상이 이런 소소한 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것이 내가 사는 이곳 역사의 한 부분임을 깨달았습니다. 

외국이지만 외국이 아닌, 지금 내가 사는 이곳 말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요일 되세요!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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