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채소밭에서 아이들에게 안전모를 씌운 남편, 왜?

산들무지개 2015. 3.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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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국은 지금 봄기운이 살살 녹아나는 날씨인가요? 여기 스페인 고산은 안개가 아주 짙고, 비가 또 주르륵 내리는 날씨랍니다. 기상청 예보를 보니 다음 주 월요일까지 이런 날씨가 쭉 이어질 것으로 본다네요. 비가 또 굵은 줄기로 세차게 마구 내리는 모습을 보니, 아! 우리는 또 언제 전기가 끊어질지 조마조마하네요. 혹시, 이 기간에 포스팅이 오르지 않았다면 많은 양해 바랍니다~! ^^ 


비가 일 주일 내내 내린다는 예보를 보고 그전 날, 우리 부부는 채소밭에 나가 열심히 딸기를 옮겨 심었답니다. 비가 오기 전, 딱딱한 밭을 숨 쉬게 할 목적으로 김맸습니다. 흙이 스폰지처럼 여유가 있으면 물도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식물들에게도 참 좋답니다. 너무 딱딱하면 지면으로 스며들지 않아 비가 오나마나한 일도 있으니 말이에요. 딸기도 여러 갈래로 나누어 제대로 자라라고 새 땅에 나누어 심어줬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직접 따서 먹을 딸기를 생각하면 큰 기쁨이랍니다. 아직도 작년에 만든 딸기잼을 먹고 있는데, 먹을 때마다 흐뭇한 이 느낌은 무엇인지......


그렇게 열심히 밭일에 몰두하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아이들은 뭘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앗! 그런데 제 앞에 들어온 풍경은 글쎄 아이들이 안전모를 쓰고 놀고 있는 거에요. 


"오? 쟤들 왜 여기서 안전모 쓰고 놀지?"

이렇게 혼잣말을 하니, 옆에서 일하던 남편이 제게 그러더군요.


"우리가 아이들을 볼 수 없으니까 저렇게 안전모 씌워놨어. 애들이 험한 곳만 골라 다니니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이렇게 안전모라도 씌워놓으면 그나마 안심이 되어 말이야." 하고 말이지요. 역시 누가 딸바보 아니랄까봐? 


열심히 밭일을 하고 있는 산똘님, 딸바보 아빠는 채소밭에만 오면 저 험한 돌벽을 타고 노는 아이들이 아슬아슬했나 봐요. 사실, 지금은 좀 커서 다행이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장아장, 뒤뚱뒤뚱 녀석들이 돌 타고 오르는 모습 보면 정말 밭일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답니다. 


하고 많은 곳 중에 왜 우리 인간은 위험한 곳을 선호하는지...... 이것은 본능인가 봐요. 모험하고 가보고자 하는 그런 본능이 있나 봐요. 이 아이들도 하고 많은 곳 중에 항상 이곳에 와 올랐다 내렸다 벽타고 수십 번을 왔다갔다 합니다. 처음에는 밑에서 못하게 말리고, 협박도 하고(?), 항상 주시했어야만 했지요. 그런데 산똘님은 그냥 놔두라고, 아이들이 모험하려는 저 모습이 마음에 들어 이것도 성장의 일부라고 했지요.  

 

멀리서 보기엔 그렇게 높지 않은 풍경이고, 사진으로 보면 에고, 저 벽 오르는 것이 뭐 무서워? 하실 분도 있는데 직접 와서 보시면 이게 참 경사가 크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한 발, 한 발 암벽을 오릅니다. 


또 우리 인간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하는 본능에 충실함을 입증하듯이 아이들은 하지 말라면, 이렇게 서로 도와서라도 꼭 해내고야 맙니다. ^^ 동생이 암벽을 오르다 못 오르면 뒤에서 언니가 도와주기도 하더군요. 


험한 곳에 오르는 그 짜릇함이 성장하는 그 과정에서 이루는 그 성취감인지....... 인간이 성장하면서 낳는 그 무엇인가...... 가끔 남편은 제게 지나친 '보호본능'은 피하라는데...... 아이들이 날개를 펴고 클 수 있도록 그냥 지켜보라네요. 방해는 하지 말고, 그냥 지켜보는 것! 그래서 우리 남편이 아이들에게 안전모를 씌운 듯해요. 


갑자기 북한 여류시인, 렴형미 씨의 시가 생각나더군요.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주었지만, 그 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어야 할 피는 다름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내가 저 아이들을 낳았는데, 성장해야 할 아이들은 엄마가 아니라 바로 그 자신들이니 마음껏 가슴 뜨겁게 성장하고 모험하고 느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것은 아이들의 몫이라는 것, 부모는 아이들을 낳았지만 그 아이들이 가는 길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것이라는 것, 부모가 아이 몫을 다 해 줄 수는 없으니 저렇게 안전모라도 씌운다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결정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결정 앞에서 부모가 해주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아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에 한 표를 던지며 도와주는 것? 시련 앞에 도움이 되는 일에? 그저 사랑으로 바라보고 지지해주는 일....... 그런데 인생은 복잡하여 한 시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


가끔 이 아이들도 아네요. 위험한 길로 내려오는 것보다 안전한 내리막길로 오는 것, 저 어린 심장도 자기가 해야할 앞 길을 결정하네요. ^^


이제 옮겨 심은 딸기에 물 대주고 집에 가자! 


집에 돌아가기 전, "우리 세 자매 룰랄라 사진 한 방 찍자! 포즈 좀 취해줘!" 했더니 아이들은 또 저렇게 재미있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 안전모 참 잘 어울린다. 앞으로 채소밭에 올 때는 꼭 가지고 오자. 누가 알아요? 다음에는 아빠가 이 아이들 데리고 암벽 등반을 직접할지...... 산똘님 젊었을 때는 동굴 탐험가에 암벽 등반가였는데, 지금 아이들이 조금 더 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빠와 같이 암벽 등반하자고! 역시, 남편이 아이들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씌운 것도 있지만 은근히 자기 취미를 닮아가는 아이들이 기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답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

전 당분간 포스팅 사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잿빛 하늘이 아주 낮게 가라앉아 우리 집 태양광전지는 꽝 댈 확률이 아주 높거든요. 혹시, 답글도 없고, 연락 두절 되더라도 이상하게 생각치 마시고 하루하루 알차고 즐겁게 보내세요. 여기서 신선한 에너지 잔뜩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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