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4년 만에 받은 스페인 학교 졸업장, 늦게 받은 이유
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2011년 여름, 쌍둥이를 임신하고 언어 공립 학교에서 스페인어 과정을 듣던 저는 마지막 시험을 보았습니다. 공립 학교라 이 시험에서 합격하면 당연히 졸업 증서를 받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시험장에 들어갈 때 두 아이에게 "아자! 우리 다 함께 시험 잘 보는 거야!" 하면서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고 들어갔습니다. (첫째 임신 때에는 운전면허시험을 보면서 같은 소리를 했었지요.) 발로 쿵쿵 차던 아이들이 시험 보는 시간에 얼마나 조용하던지, 괜찮아? 속으로 묻기까지 했었지요. 


그래서 당당히 Nivel avanzado에 합격하여 졸업증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주우욱 흘러 4년이 어느덧 지났네요. 잊고 있던 졸업장이 후다닥 생각이 나더라고요. 마침 생각하니 제 이-메일에 학교 행정사무(비서)실에서 졸업장 받아가라는 소식을 전해왔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잡고 도시에 나갔다 왔어요. 

우와, 쌍둥이 아이들이 내 배 속에서 같이 시험을 치르더니 이렇게 컸어요! 이제 만3살이니...... 시험 보고 나서 정말 엄청난 시간이 흘렀습니다. (키 작은 두 아이는 쌍둥이이고요, 키 큰 한 아이는 제일 큰 언니!)


비서실(스페인에서는 행정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비서라고 합니다.) 직원에게 왜 이렇게 늦게 졸업장을 주느냐고 질문을 했어요. 쌍둥이가 만3세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농담하면서 말이지요. 


그랬더니, 비서실 직원 아가씨가 그러네요. 

"원래는 1년 반에 졸업장이 다 되어 나오는데, 아마도 연락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졸업하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등록하는데 이렇게 1년 반 정도가 걸려요." 그러더군요. 난 4년 만에 받는 건데......


스페인서는 왜 학위 졸업장을 이렇게 늦게 주는가요? 


저는 스페인 사람들 너무 일 안 하고 느려! 이 소리를 막 하려는 찰나였지요. 

산똘님은 또 그러더군요. 

"졸업장은 왕이 주는 건데, 왕이 전국의 모든 졸업장에 일일이 사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지는 거야." 

무슨 농담을? 왕이 사인을 해준다고요? 왕이 서명을? 

"왕이 먹고 할 일 없으니 이거라도 해야지!" 하면서 또 농담을......


그래서 저는 스페인에서 받은 대학 졸업장을 꺼내 보았답니다. 헉? 왕이라고 정말 적혀있네요. 


그런데 왕의 사인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스페인 국민들 사이에 돌고 있는 루머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장을 왜 이렇게 늦게 주느냐고? 왕이 사인을 직접 해야 하기에 늦는 것이라고......


스페인에서는 졸업하면 졸업장을 졸업 날에 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졸업장에 학위 등록을 위해 등록 비용을 따로 내고, 한참을 기다려야 준답니다. 돈 많이 내는 사람에게 편의 제공해서 더 빨리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만인 공평하게 이렇게 졸업장을 늦게 늦게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준답니다. 그런데 다 이유가 있더군요. 


공립, 국립, 사립(국가 기관 인증) 학교의 모든 졸업장은 교육부에 번호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졸업 했다고 어디서 프린트해서 졸업장이다, 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일일이 교육부에 학위로 인정되어 등록되는 것입니다. Registro de titulo로 학위 등록 번호가 올려지고, 졸업장이 나오면 위의 사진처럼 관계 기관 책임자의 서명을 받게 된답니다. 그러니 가짜를 만들 수가 없답니다. 학위 등록 번호로 조회하면 다 밝혀지니 말이지요. 


그리고 또, 철저하게도 관련자가 직접 친필 사인을 해서 시간이 늦어지는 것 같기도 하답니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사인을 하니 말이지요. (어떤 사람은 6년 만에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헉?)


졸업장 뒷면에는 학교 행정사무실(비서실)의 책임자 사인도 들어가 있습니다. 위 사람에게 이 학위증명서(즉 졸업장을) 인수했다는 증명 말입니다. (제가 이 도자기 (대)학교 졸업을 2007년에 했는데, 이 졸업장은 2010년에 받았습니다. 이것은 장장 3년 만에......) 


 이것은 남편의 졸업장입니다. 

역시 전 왕의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스페인 왕 이름으로 졸업장에 올라갈까요? 이제는 왕이 바뀌어 펠리페로 이름이 올라갑니다. 

(어떤 이들이 이야기하길, 왕이 공부를 아주 잘했었다네요. 그래서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올린다는 말, 역시 루머)

위의 사진의 졸업장 등록번호 = 학위 등록번호



그렇다면 졸업장 받기 전에는 졸업 증명을 어떻게 할까요? 취업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아주 쉬워요. 졸업증 받기 위해 돈을 낸 영수증을 가지고 다니면 된답니다. 물론, 영수증에 "학위 등록"이라고 적혀 있어 품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한국 들어갈 때 옆좌석에 영국 청년이랑 같이 앉은 적이 있었답니다. 태국에서 6개월을 보낸 영국 청년은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간다면서 자신의 졸업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하는 말이, 

"이거 태국에서 가짜로 만든 거야." 

헉? 한국에서 진짜인지 가까인지 확인을 잘 하지 않아 그런가, 그 친구는 저와 신임이 조금 쌓였다고 금방 자신이 한 짓을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때 충격받았습니다. 정말 졸업장을 이렇게 쉽게 가짜로 만들 수 있느냐고......


그런데 스페인 살면서 본 이곳 졸업장은 가짜를 만들 수 없겠구나, 싶습니다. 국가 교육부에 다 학위 등록이 되어 있으니 말이지요. 요즘 인터넷 좋아져서 금방 졸업장에 적혀있는 학위 등록 번호로 조회도 할 수 있으니....... 정말 가짜 만들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면 더 재미있는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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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5 00:1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16 02:02 신고 URL EDIT
아이고, 그런 경우가 있었군요.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아요. 하청업자에게 더 우선권을 주고 적은 비용으로 사업하려는 심산 말입니다. 정말 소속감 느끼지 못하고 단기간 일하는 그 마음은 대충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네요.
sam 2015.04.15 00:22 신고 URL EDIT REPLY
할일없는 왕 이름으로 주는 졸업장 기발하면서도 재미있네요.
축하합니다.
진품 학위..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16 02:02 신고 URL EDIT
하하하! 왕이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산똘님과 sam님 맞장구에 한참 웃었네요. ^^
BlogIcon LUIS92 2015.04.15 00:56 신고 URL EDIT REPLY
졸업장이 없을땐.. 졸업증 받기 위한 영수증을 내면 된다니..ㅎㅎ
신기하면서 재미있는 일이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16 02:03 신고 URL EDIT
그렇죠? 정말 신기하죠? 저도 영수증 가지고 직업센터에 가서 학위 등록해서 참 신기하게 느꼈답니다. 학위 등록해도 요즘은 불황이라 일자리가 잘 없어요. ㅠ,ㅠ
루어매니아 2015.04.15 02:36 신고 URL EDIT REPLY
저런 가짜학위 가지고 오는 녀석들 때문에 문제가 많이 생겨서 요즘 대학교 같은곳은 철저하게 검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울의 유명학원가에서도 자신들 신뢰도 문제 때문에 꼼꼼하게 체크한다네요. 심지어 지방에서까지 저런 녀석들은 이제 한국에서 발 붙이기 힘들꺼에요. 중학교때부터 대학교때까지 그렇게 영어공부해도 외국인 만나면 말 한마디도 못하고 영어좀 하면 엄청난 능력자마냥 추켜세워주는 한국의 못난 교육시스템덕에 저런 가짜들이 판을 치는거겠죠. 씁쓸하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16 02:04 신고 URL EDIT
요즘 그렇게 척결되어 간다니 아주 반가운 소식입니다.
당연하게 생각하여 가짜 학위 가지고 가 일자리 찾는 사람이나 그런 사람 고용하는 사람이나...... 씁쓸한 것이죠. 이제는 그런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은 희망이 드네요.
노을 2015.04.15 06:13 신고 URL EDIT REPLY
졸업장 받은거 축하해요
저렇게 좀 늦어도 확실한 졸업장 괜찮은것 같은데요
한국도 저렇게 수수료 받으면 수수료를 엄청 걷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요즘 우리나라도 가끔 외국인이 자격없는데 들어와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뉴스가 어쩌다
나오던데 이렇게 하면 좋겠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16 02:05 신고 URL EDIT
노을님, 감사합니다. ^^
수수료 받으면 정말 세금 확실히 잘 걷혀질 것 같아요.
아마도 이곳에서 세금 하나 확실히 잘 걷는 방법으로 이 방법을 쓴 것은 아닌가 또 의심을...... ^^
BlogIcon 피터펜's 2015.04.15 11:30 신고 URL EDIT REPLY
말하자면 왕의 졸업장이네요. 아무리 그래도 무려 4년을 기다리게 하다니... 왕이 백성들을 생각해서라도 부지런히 사인을 하셨어야지.. ㅋㅎ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16 02:06 신고 URL EDIT
하하하! 사실은 왕이 사인을 하지 않는답니다. 그냥 왕 이름만 들어간 졸업장...... ^^
jerom 2015.04.15 13:39 신고 URL EDIT REPLY
늦어요 정말... 국내에서도 이름없는 학회에서 자격증 받는데 2년넘게 걸렸어요.
아무래도 할일 없어서라기보다는 스케쥴 할당을 다른 곳에서 빼기 귀찮았을지도.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16 02:06 신고 URL EDIT
한국에서는 자격증이군요......
국가 기술 자격증, 뭐 그런 자격증은 금방 나오겠죠?
BlogIcon sky_turtle 2015.04.15 15:11 신고 URL EDIT REPLY
우와. 뭔가 아날로그적이고 정감 있는 느낌의 졸업장이에요. 왕의 사인이 있는 졸업장이라니 특별한 기분도 들 것 같고요. 무사히 받으신 것 축하드려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16 02:07 신고 URL EDIT
왕의 사인이 있는 졸업장은 아니랍니다. 그냥 이름만 들어간 졸업장.
2015.04.15 16:21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16 02:07 신고 URL EDIT
땡큐 베리 망치! 언니!!!
그러게요.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살았다는 기록으로 받아들이겠어요. 멋지다. 화이팅!!!
2015.04.16 00:58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16 02:09 신고 URL EDIT
우와, 친구분이 대통령 일행과 함께......!@@
그러게요. 20여만에 해우하는 그 느낌.....!
대통령보다 반갑고 소중한 그 인연이 아닐까요. 아무쪼록 즐거운 만남, 소중한 시간 보내시고요, 공주님들 선물,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꾸벅!
@@ 2015.04.16 03:07 신고 URL EDIT REPLY
근데 저런 아날로그적인게 저도 좋은것 같아요. 한국은 전산이 다 되어 있어서 바로 인터넷으로도 출력하기도 하던데... 그래도 저도 저런 아날로그가 좋네요. 왠지 기계대신 사람이 일을 한다는게 맘에 들기도 하구요.

그리고 늦게 나오는 이유에 대한 루머도 굉장히 재미있네요 ㅋㅋㅋ 진짜 그럴싸한듯 ㅋㅋ

그리고 그 영국 청년은 좀 충격적이긴 하네요. 근데 제가 듣기로는 미국쪽에 학위 조회같은 거 하는것도 울 나라랑 다르게 아날로그적이어서...좀 오래 걸린다는 얘길 들은것 같습니다.
BlogIcon 드림 사랑 2015.04.16 22:42 신고 URL EDIT REPLY
기달리면서 많은일들이 생기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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