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농민들은 함부로 농약을 살 수 없어요. 왜?
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방과 후, 아이들 인라인 스케이트 수업을 마치고, 마을 광장에서 일인 묘기 서커스 아저씨 쇼가 있어 그곳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마침 도서관에서 못 쓰던 책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아주 작은 축제처럼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이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답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다 어디론가로 가고 있었습니다. 다들 옆구리에 하나둘 씩 파일을 끼고 말입니다. 오? 이 분위기는 무엇이지? 지나가는 이웃을 붙들고 다들 어딜 가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다들 위생증 따러 강의 들으러 가는 거야."

위생증? 스페인어로는 carnet de fitosanitarios라는 것으로 식물 위생증 정도로 해석이 된답니다. 보통, 이런 위생증은 식물, 식품을 취급하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따는 '증'이었는데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농민들이 다 공부에 열중하여 이 '위생증'을 따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스페인 고산, 비스타베야라는 작은 마을에서도 이런 위생증이 있어야한다니 좀 의아하기도 했답니다. 이곳에서 농민들이 하는 것이라곤 밀과 보리, 양치고, 참나무 농원의 트러플 농사 등이 거의 다인데 말이지요. 


이상하다. 요즘 이런 증을 따는 것이 유행인가? 잠시 생각하고 우리는 마을 광장의 묘기 쇼를 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에게 마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하는 말이 이겁니다. 


"스페인 정부에서 농민들이 농업에 필요한 재료를 살 때, 꼭 제시해야 할 것으로 이 피토사니타리오증(식물위생증)을 보여야만 한다고 의무화해서 그래." 



아?! 그래서 농민들이 이 위생증을 60유로나 내고 강의를 2주나 듣는단 말이야?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보통 이런 증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요리사, 영양사 등이 사용하는 위생증으로만 알고 있어서 말이지요. 남편이 첨언하여 하는 내용은.....


"스페인 농부들은 농약을 자기 멋대로 지금까지 사왔어. 사용법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그냥 막 사용했으니 환경도 망치고, 또...... 농약 사용하면서 마스크나 제대로 된 작업복도 착용하지 않아 농사철만 되면 응급실로 몰려오는 농민들이 많아 이런 법을 의무제로 한 거야. 적어도 2주의 강의를 들으면서 농약의 위험성도 알게 되고, 적절한 농약 사용법도 알게 될 것이며, 또 그에 맞는 복장 착용도 의무화하게 되니 훨씬 위험 예방에도 좋고, 안전을 책임질 수 있으니 좋지. 난 농민들이 이렇게라도 의무적으로 공부하여 이런 위생증을 따내는 것이 아주 좋은 제도라 생각해." 


그래서 마을 농민들이 지금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이었구나! 딱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스페인도 농민들을 위한 조합이 있는데, 그 조합에서 판매하는 위험한 물품(혹은 위험하지 않으나 준수해야 할 품목들)은 함부로 살 수 없는 시스템으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농사 잘 짓는 농사꾼이라도 이 피토사니타리오스증(식물위생증)이 없으면 농약, 제초제, 살충제 등은 함부로 살 수 없다는 것이죠. 이런 물품을 사기 위해선 꼭 정부인증의 '식물위생증'을 따야한다네요. 아무리 작은 채소밭을 운영한다 해도, 아무리 적은 양의 농약을 사야한다 해도 꼭 이 위생증을 보여줘야 한다니...... 그래서 마을의 농민 아닌 사람들도 이런 강의를 듣는 것이 이해가 가긴 했답니다. 우리 집은 전혀 농약을 쓰지 않으니 이런 정보는 미처 몰랐네요. 아무튼 씨 뿌리고 농사 시작되는 봄이니 우리의 스페인 비스타베야 농민들은 서둘러 강의를 들어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조합에서 파는 물품을 제때 구입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아! 이제 농약을 함부로 사는 사람이 줄어들 것을 생각하니 좀 마음이 놓이긴 했답니다. 작년에 마리아 할머니 양이 제초제 뿌린 풀을 먹고 죽은 일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적절한 농약과 환경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농민도 오염의 심각성을 경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랍니다. 


알면 더 재미있는 스페인, 

산들무지개가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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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2015.04.24 06:04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위생증을 학교 다닐때 위생당국 공무원이 직접와서 학교에서 시험보고 딴거지만요, 물론 다 컨닝 했어요.
유효기간이 4년이니 이미 지나고도 남은 위생증이 어디서 잠자고 있는지도 모르겄어요. 이참에 다시 따야하는지 알아 봐야겠어요.
불시검열이 나와도 합법적인 등록이 되어있어 세금을 제대로 내는지에 관해서만 조사하지 위생증 제시 해본적은 없어요.
luna | 2015.04.24 06:32 신고 URL EDIT
산들님!!! 저 무지 큰 행운으로 요리사말고도 또다른 일이 생겼어요.
주정부에서 장애아동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해당가정에 도움을 주는데요,
일임 받은 회사에서 보내줄 사람 거절하고 제가 꼭 해줬으면하고 연락이 왔네요.
물론 호텔일을 하고 있지만 한달에 45시간 일하고 보통 월급의 반을 받게되요.
시간도 자유여서 얼마든지 투잡이 가능하고 사실 이리 쉬운 공무원급 일을 준 신뢰감이 너무도 기뻐요.
물론 금전적인 면도 무지 기쁘고요, 실직수당엔 해당 없어도 해당집이 이사 가거나 내가 이 도시를 뜨지 않는이상
정년 퇴직 할때까지 할수 있고 연금에도 적립이 되며 일년 30일 휴가에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주 공휴일 도시휴일 축제 다빼고 한달 45시간 일하는거니 너무 좋아요.
오늘 합법적으로 두곳의 계약이 가능한지 세금은 어찌 되는지 해당 관청에 문의하고 5월부터 일해요.
5월1일이 공휴일이고 연이어 토요일 일요일이라 4일부터 일시작해요. 정말 잘되었지요.
요며칠 이리 저리 다쳐서 심란했는데 또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주는 행운이 오네요. 축하해주셔용.
노을 | 2015.04.24 07:50 신고 URL EDIT
루나님 축하해요 제가 첫번째 댓글 ~~~~~ ^^
열심히 잘살았기 때문에 이런 일도 있을꺼예요
lucy park | 2015.04.24 16:14 신고 URL EDIT
우와~~~~ 루나님은 일복이 터지셨네요 ^^ dinero도 많이 버신다니 축하드려요~~~
힘드시겠지만 홧팅!!!!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24 18:26 신고 URL EDIT
루나님, 엄청나게 축하드려요! ^^
"자아계발, 개발" 같은 일 찾기 느낌이에요!!! 그래서 언제나 응원하고 또 존경합니다. 멋져부렸쎠용!!!! 연금에도 적립된다니 참 잘됐어요!!!
그나저나 다친 부분은 좀 많이 괜찮아졌나요? 어서 회복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화이팅!!!
BlogIcon 늙은도령 2015.04.24 10:53 신고 URL EDIT REPLY
역시 유럽은 식품에 관한 한 엄격함이 최고입니다.
미국이 유럽을 따라가야 하는데.....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4.24 18:28 신고 URL EDIT
아! 늙은 도령님, 저도 잘 몰랐는데 최근 이렇게 법으로 바뀌었다네요. 게다가 농약 살포하다 응급실에 온 농민환자들이 많이 생겨 이렇게 법을 바꿨다고 하네요. 아무튼 이것도 하나의 배움이겠죠?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BlogIcon 즐거운 검소씨 2015.04.26 00:04 신고 URL EDIT REPLY
나라에서 이렇게 관리를 하면 농민들 스스로도 농약에 대해서 잘 알게 될 것 같아서 그 농산물을 사먹는 사람들도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한 엄격함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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