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아플 때 언제나 함께하는 스페인의 '부부애'

산들무지개 2015. 5.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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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일찍 일어난 우리 부부는 두 손을 꼭 잡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CT 뇌 검사' 날이었기 때문이랍니다. 남편은 회사의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같이 동참해주었습니다. 저희가 사는 스페인 고산에서 병원 한 번 다녀오기가 아주 어려울 정도로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를 위해 손수 손과 발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쓰면서 생각하니, 스페인 사람들의 부부애는 참 남다르단 생각이 일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살아보지 않아 다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살아본 인도, 네팔, 동남 아시아, 한국 등과 비교해보니 아주 많이 다르단 느낌이 일었답니다.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시부모님을 보살필 기회가 왔을 때에도 스페인의 부부 문화에 좀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시어머니께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시고 입원해 계시던 때였습니다. 남편과 저는 짐을 싸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며칠 보살펴드릴 목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시어머님께서는 저희를 거부하셨습니다. 


"너희들 할 일도 많은데, 병수발은 네 아비가 다 한다." 라는 말씀으로 말이지요. 


아! 시어머니 병수발을 시아버지께서 다 하신다니...... 장성한 세 자녀가 옆에서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것이 어색했나 봅니다. 아니면, 스페인에서는 원래 그런 것인지...... 보통 한국 같았으면 부모님 병수발은 자식이 다 알아서 하는 것으로 봤으니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보니, 배우자가 옆에 꼭 붙어 있어 아내와 같이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출산하고 나서도 남편이 다~ 알아서 보살펴주니 말입니다. 친정 식구가 없어 남편이 꼭 붙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나중에 스페인 동서가 출산할 때도 살펴보니 스페인에서는 배우자가 부모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스페인 여성들이 출산하면 친정 어머니가 와 보살펴주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보살펴주는 것이었습니다. 친정 어머니는 그저 방문객 중의 한 사람...... 그래서 그런가, 남편들의 출산 휴가도 20일이나 됩니다. 


재작년에 남편이 수술 받을 때에도 그랬답니다. 그날 병원을 새벽부터 가야할 입장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어 부모님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먼 도시에서 아이들을 보기 위해 오신다니...... 사실, 병원가는 도시가 그곳에 있어 시부모님께서 남편을 동행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고산에 남아 아이들을 보고, 시부모님께서 남편을 동행해 보살피는 것이 훨씬 나았지요. 그런데도 스페인 사람들은 '부부'가 먼저였는지, 시부모님은 이 먼 고산까지 와주셨습니다. 제가 남편을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게 말입니다. 여기서도 '부부'가 얼마나 많이 서로에게 의지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 식당에서 먹은 점심.

이곳에서 참 많이도 먹었습니다. 

아플 때마다 부부 동반으로 병원 갔다가 

그제야 데이트인 것처럼 서로에게 소중함을 느끼니...... 

"아프면 안 돼~!" 

하면서 말입니다. 



이번에 남편과 함께 병원에 들어서면서 우리가 살아온 '강산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얼마나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었는지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 병원에서 임신과 출산, 알지 못할 병으로 왔다갔다한 흔적이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결국, 앞으로 같이 늙어가는 사람은 내 옆에 있는 동반자이고, 앞으로 내가 보살펴 줄 사람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며, 앞으로 나를 보살펴 줄 사람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뭉클해졌습니다. 


앞으로 남편 앞에서 더 잘 웃고, 더 즐거우며, 더 젊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한시라도 젊었을 때 이 인생을 즐겨야지~!" 

하는 남편의 말....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까? 20년, 30년?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는 그 말이 참 가슴에 와닿습니다.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지 않아요~

오늘도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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