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가족의 여행기/2015년 여름, 한반도 방랑기

춘천에서 광산 체험을? 이색적인 박물관 탐방 체험기

산들무지개 2015. 7.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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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비디오아트 백남준의 작품이 춘천에 있다는 소문을 지인한테서 듣고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내 생애 한 번이라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춘천 지인들 만날 겸 겸사겸사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그때는 바야흐로 아주 무더운 (태풍 오기 전의) 한여름이었지요. 


어디 시원한 곳 없을까? 


춘천은 내륙이라 여름에는 찌는 듯 덥고, 겨울이면 시베리아처럼 추운 곳! 그래도 오랜만에 갔더니 더위보다는 푸른 산천과 호수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생소하게도 춘천 산토리니 레스토랑 옆에 세워진 네이버 회사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 춘천.. 많이 변하고 있구나! 그래도 춘천 골짜기 구석구석은 여전히 평화로와 좋았습니다. 인도에서 2년 전에 한국에 들어와 정착해 사는 친환경 지인 부부에서부터 최성각 선생님의 [풀꽃평화연구소]까지...... 참 평화로운 방문이었답니다. 변화한 한국의 문화적 충격에서 저를 평화롭게 힐링으로 이끈 춘천 어느 골(짜기)의 방문도 참 좋았답니다. 



백남준 작품, [라디오가이]가 있는 곳은...... 


아주 무더운 여름, 아이 셋을 데리고 우리는 말로만 듣던 백남준 작품을 보러 [춘천옥]에 들렀습니다. 알고 보니, 춘천옥은 세계 최고의 연옥 광산이었습니다!!! 아, 춘천에 광산이 있었다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정보를 듣고 꽤 놀랐습니다. 




백남준의 작품, [라디오 가이] 1997, 앤틱라디오, 모니터, 184 x 93 x 40 cm 


백남준(1932-2006)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20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호평을 얻었다. 1984년 1월 1일 인공위성을 통해 생방송된 그의 텔레비젼 쇼 'Good Morning Mr. Orwell'은 뉴욕과 피리, 베를린, 서울을 위성통신으로 연결하여 2천 5백만여 명이 시청하면서 전 우주를 아우르는 성공적인 예술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비디오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 위성방송, 레이저 등 다양한 매체로, 현대사회의 중요한 인물을 TV모니터와 여러 오브제를 사용하여 일련의 로보트를 제작하였다. '라디오 가이'는 이러한 로보트 연작 중 대표작 중 하나로 앤틱 라디오로 제작되어,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 작가의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by 옥산가


춘천시 동면 월곡리 241-1의 대일광업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제가 태어나기 전인 1974년에 설립하여 세계 유일의 백옥을 채취해왔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옥광산을 고쳐 만든 옥동굴까지도 체험하게 되었답니다. 



아니, 옥동굴 체험장과 옹기 박물관이라니?! 어쩐지 부조화된 이름이 한자리에 있으니 아주 생소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도예를 전공해서 그런지, 광물과 광석, 흙, 높은 온도를 받아 변성하는 도자 공학까지 두루두루 뇌에서 체계적으로 매트릭스처럼 맞추어지면서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옥이라는 광물이 인간 손으로 다듬어지고 예술로 승화된다면, 인간이 발굴한 흙으로 높은 온도로 변성하여 만들어지는 옹기는 옥처럼 단단하게 승화되는구나, 싶은 게 말입니다. 결국은 자연적, 인위적 변성 작업을 거친 이런 화학적 성분들이 예술로 승화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입장권은 대인 5,000원, 소인 4,000으로 아주 저렴했습니다. 

입장권으로 온종일 시원한 동굴에서 옹기도 보고, 찜질방에도 가고, 체험 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어딜 가도 덥던데, 옥동굴에 가니 나오기가 싫어졌지 뭡니까? 




옥동굴에서 본 옹기 박물관......


우리 일행은 옥으로 둘러싸인 긴 터널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망으로 엮은 옥돌이 고스란히 눈으로 보이면서 어떤 옥 파장이 느껴졌는지 점점 시원해지는 옥동굴에 함성을 질러댔습니다. 


"우와, 너무 시원하다!" 



위의 사진처럼 뒤로 보이는 긴 복도를 따라 올라가면, 사실은 이 복도가 옛날 광산이었음을 여러분은 짐작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이 복도를 따라 올라가면 중간중간 볼만한 옹기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옹기는 조선 시대 서민의 대표적인 생활 도구였는데요, 이런 많은 옹기를 어디서 어떻게 수집했는지, 수집가의 대단한 열정이 보였습니다. 


2007년 이천 비엔날레에서 접한 옹기 도예가를 만나면서 불붙은 옹기 열정이 되살아나는 듯하여 감상하는 내내 아주 즐거웠답니다. 더불어 우리 조상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옹기를 사용했는가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답니다. 



▲ 이것은 옹기로 만든 세발 솥이랍니다. 옛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이곳에 국이나 밥을 끓였다고 하네요. 아~! 청동도 아닌, 무쇠도 아닌, 옹기로 이런 세발 솥을 만들었다니 그저 놀랍습니다. 역시, 서민은 가난하여 철기는 쓸 수 없었겠지요? 조선 시대 후기 물건입니다. 



▲ 문양이 참 예쁘죠? 옹기로 만든 떡살입니다. 



▲ 옹기 박물관에서 보니, 조선시대 우리 선조께서는 옹기로 다양한 물건을 만드셨더군요. 이렇게 등잔대까지 말입니다. 



▲ 소주고리와 약절구



▲ 상상으로 알아맞히지 못했던 좌열기(좌)와 약탕기입니다. 위의 좌열기는 뜨겁게 달구어서 열이나 연기로 좌욕을 하는데 사용했다는군요. 오호~! 신기해!



이것은 무엇이냐? 바로 배밀이입니다. 배가 아플 때 따뜻하게 데워 배를 문질렀다네요. 마치, 그 옛날 중국의 송나라 때 여성들이 따뜻한 돌로 생리 때 배를 민 것처럼 말입니다. (☜ 이것은 스페인 역사 교수가 말씀해줘서 안 사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서민들이 이런 배밀이를 사용했다네요.)


제가 이 옹기 박물관에서 가장 유심히 본 배밀이는 바로 다음의 것입니다. 



▲ 할머니 모습의 배밀이. 


아! 재치있기도 하여라~! 그 옛날 모든 건강은 삼신할머니가 책임진다더니...... 혹, 이 형상은 삼신할머니가 아닐까?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할머니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이 옹기 형상에서 나오는 듯했습니다. 

심지어 갖고 싶은 열망까지, 아니, 만들고 싶은 열망까지 생기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돌아가면 다시 도자기를 시작해야겠구나, 결심하게 만든 이 할머니 배밀이! 



옹기 작품 수십 전이 전시된 옥동굴은 그야말로 보물 창고 같았습니다. 아주 다양한 옹기가 전시되어 보는 즐거움이 가득했는데요, 여기서 다 소개해드릴 수는 없고, 여러분이 혹시 춘천 가실 일 있을 때 한 번 직접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옹기 작품이 전시되어있는 옹기 박물관이었습니다. 




옥동굴에서 본 옥......


중국사람이 아주 좋아할 것 같은 옥! 그런데 옥도 다양한 색깔을 띠고 있더군요. 춘천에서 나는 옥은 백색에 가까운 연옥으로 불순물이 없다는 의미로도 상당한 고품격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옥은 그저 광물의 한 종류로만 알고 있었고, 옥은 노인네들만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곳에서 본 옥은 예술로 승화된 고단위의 작품이었습니다. 옥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장이 체내 산소를 활성화시켜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하니 옛날부터 그 효험을 본 조상들은 옥을 상시 끼고 다녔다고 합니다.  



연옥 덩어리를 장인이 초집중하여 만든 작품들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저 돌에서 형상이 스스로 움직여 나온 듯했습니다.  



공예로 유명한 인도 아그라의 대리석 장인이 생각날 정도로 이곳의 예술품도 뛰어났습니다. 

저런 사슬을 이 돌로 깎아 만든 것이랍니다. 

작은 흠집이라도 나면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헌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합니다. 



로댕은 저리 가라! 아름다운 여인이 연옥에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이 옥동굴을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 다양한 연옥 제품이 나온답니다. 

장신구에서부터 다양한 조형물까지...... 

옥으로 만드는 물건들이 이렇게 다양할지 꿈에도 상상 못 했습니다. 

저는 그저 옥 반지와 옥 장판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 음이온을 뿜어내는 옥의 파장을 받기 위해 잠시 쉬어가면서 앉아서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옥 찜질도 할 수 있고, 옥정수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지하 500미터 옥석 사이에 끌어올린 물이라고 하니, 천연알칼리성 물로 몸에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중 우리에게 단연코 흥미로웠던 곳은 바로 '체험갱도'였습니다.  



옥 동굴에서 들어가 본 체험갱도..




옥동굴 탐방을 마치고, 체험갱도를 따라 문을 열고 내려가니 

실제로 옥광산이 있었던 곳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갱도 내의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이 스산한 기운이 흘러나왔습니다. 

한여름의 갱도는 정말 선선하기 이를 때 없었지요. 



채광 후 상태 그대로를 보존한 체험갱도라니 

실제 광산에 와있다는 느낌에 모두 설레며 이곳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방문객이 별로 많지 않아 한산하여 더 여유로웠던 평일의 한 모습입니다. 

더위도 잊고 이곳에서 마치 SF의 한 무대인 것처럼 이색적인 탐방에 줄 베르느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기괴할 정도로 시원한 통로를 따라가다 우리는 그 당시 발견한 연옥 광맥을 봅니다. 



불순물이 적은 연옥 광맥을 발견하면 이렇게 붉게 표시를 해두었다고 합니다. 

붉은 표시를 따라 갱도를 파는 것이지요.  



그래서 거미줄처럼 얽힌 갱도입니다. 천장에서도 이렇게 뚫린 갱도가 있었습니다. 



체험 갱도를 앞장서서 걷는 아이들은 막다른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짜잔, 이곳이 체험의 끝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있는 곳이지요. 

이곳 광부들은 옥을 채광하기 때문에 진폐는 없다고 합니다. 

어쩌면 옥 기운을 받아 몸이 더 건강해지는 것은 아닐까도 싶네요. 

여름이면 더워 나오기 싫어하신다는 옥광산 광부들을 잠깐이나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이 철로를 따라 옥을 운반하는 모습에 인사를 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체험하러 온 방문객에게도 인사를 해주시는 일꾼들.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하시는 분들.

일부러 일하시는 곳에 와 방해는 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었는데 인사해주시니 참 반가웠습니다.  



체험, 삶의 현장에 직접 와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우리는 한동안 이곳에서 동굴이며, 천장이며, 철로며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얘들아, 이제 돌아가자!

왔던 길을 돌아가자니, 어? 우리가 지금 어디까지 와있는 거야? 

순간 알 수가 없어 머뭇거렸습니다. 아! 우리가 지금 지하에 와 있는 거지?  



정말 그러고 보니, 한여름의 이상한 꿈과 같은 춘천 광산 체험이었습니다. 옥동굴에서 옹기 박물관을 둘러보고, 옥찜질방에서 편안히 누워있다가, 옥 조형물을 감상하며, 옥정화수도 마셨고, 마지막으로는 옥이 나는 광산도 체험했으니 정말 한여름의 이상한 꿈과 같은 한낮의 일화였네요. 게다가 백남준의 [라디오 가이]도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출입구에 있으니...... 춘천은 호수만 있는 곳이 아니라 어쩐지 꿈틀꿈틀 자연에서 문화가 꿈 터 나는 장소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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