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스페인 아이들이 배우는 독특한 과목들

산들무지개 2015. 8.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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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나요? 아니면 벌써 개학을 했나요? 


스페인에 있는 우리 아이들은 아직 여름 방학이 20일 정도 더 남았답니다. 스페인은 겨울 방학이 아주 짧고 여름 방학이 아주 길답니다. 또한, 여름 방학이 끝나면 바로 새 학년에 올라가는 가을 학년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요. 


우리 첫째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유치반에서 초등반으로 올라가는 것이 실감 나는지는 모르지만 새 책을 받고 아주 좋아했습니다. 이 책은 운이 좋아 일부분만 선물 받은 것이랍니다. 아직 부족한 책은 새 학년이 시작되면 구입해야 한답니다. 


초등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배울까요? 

뭐, 스페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초적인 국어, 수학, 과학 등을 배운답니다. 



그런데 스페인 교과서는 학기별로 나누어 있는 것이 아니라 3개월 단위로 나뉘어져 있답니다. 교과서 한 권이 첫 학기 삼 개월 과정의 교과서이지요. 그렇게 총 세 학기의 삼 개월 과정을 공부하니 총 9개월을 공부한답니다. 



아이의 교과목을 찬찬히 훑어보니 참 다양한 것들을 배우구나 싶었습니다. 

그 중에 눈에 띈 교과 제목이 "Coneixement del medi(Conocimiento del medio"로 "환경에 대한 지식"이라네요. 무슨 환경에 대한 지식? 신기해서 책을 열어보니...... 



이 책은 인간의 오감과 연결되는 지식들이 쫘르르륵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오감 자극형 환경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과목이었지요. 예를 들면 듣고, 느끼고, 말하고, 보고, 공유하고, 소통하는 형태의 환경과 자아 깨우치기 과목처럼 느껴졌습니다. 정말 신기했죠. 


위의 사진은 가을에 관한 단상이네요. 


가을은 어떤 계절이며, 가을에 발견할 수 있는 것들, 가을 특징 등을 설명하는 페이지였습니다. 


오호! 우리 아이 신기한 과목을 배우네? 했는데요, 사실, 스페인 초등생들이 배워야 할 더 특이한 과목도 있답니다. 


바로 "종교(Religión)"입니다. 


처음에는 철학적인 인간사의 종교를 배운다니 너무나 기뻤습니다. 카톨릭, 불교, 이슬람,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를 배우는 것이 참 좋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스페인에서 말하는 종교는 딱 하나! 바로 로마 카톨릭이었습니다. 


스페인 국교는 현재 무종교인데 그래도 전통적으로 인정한 종교가 다름 아닌 로마 카톨릭[각주:1]이기 때문에 이 과목을 배워야만 한다네요. 



스페인 어린이들이 배우는 로마 카톨릭 종교 과목~! 

그런데 무종교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로마 카톨릭의 이념적 이상이 현대적 상황과는 많이 매치되지 않아 이 과목에 반대하는 부모들이 많이 늘었답니다. 또한, 많은 이민자의 아이들이 스페인 공립학교에 입학하면서도 이 과목의 의의가 바래지고 있지요. 그래서 2006년부터 종교 과목에 반하는 아이들을 위한 과목을 새로 도입했답니다. 


그 과목은 이름하야, 시민교육(Educacion para la ciudadania)!



스페인 어린이들이 배우는 바른 시민에 대한 의무와 권리 등을 배우는 과목입니다. 그런데 이 두 과목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랍니다. "종교"를 선택하거나 "시민교육"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현재 발렌시아주의 교육을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두 과목은 너무 반대되는 성향이 강해 아직도 스페인 정부에서는 여야 공방이 심하답니다. 서로 폐지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말이지요. 왜냐하면, 종교는 카톨릭 종교로서 글쎄요, 과거 신화적 역사를 배우는 것이고, 현실상으로는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요, 시민교육은 카톨릭에서 인정하지 않는 남녀평등과 가족의 다양성(동성애자도 아이들을 입양하여 가족을 이룰 수 있습니다)을 다루기 때문에 서로 상반되는 성향이 많아 부모들은 어떤 과목을 배우게 할지 무척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주위 사람들을 보니 절실한 카톨릭 부모를 빼고서는 다들 "시민교육"을 선택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더군요. 


아무쪼록 아이들이 바른 시민관으로 자신의 권리와 의무 등을 배우면서 성장하면 사회적 구성 요원으로서의 지식을 알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스페인의 특이한 과목들, 정말 특이하지 않나요? 

전 종교 과목이 너무 특이해 놀랐습니다. 카톨릭 국교이기에 이 과목도 가능한 것이겠지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1. 국립국어원에서 '가톨릭'을 외래어 표기법으로 인정하나, 여기서는 '카톨릭'이라 하겠습니다. 지금 스페인이 서반아가 아니 듯 가톨릭도 전래적 의미이기 때문에 현대 발음에 맞는 '카톨릭'으로 쓰겠습니다. 많은 양해 바랍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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