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겨울철 대비 아이들과 솔방울 줍기

산들무지개 2015. 9. 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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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작업하다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 5시에 잠들었다가 후다닥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깨우고 또 하루를 시작한다. 피곤한 다크 서클이 눈 밑에 까맣게 타들어 가는 듯했다. 햇살이 눈 부시다. 오늘은 할 일이 많은 날이다. 아침에는 마을 빵집에서 일용할 빵도 사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무엇보다 비 오기 전에 숲 속에서 솔방울을 주워와야 한다. 여름내 바삭바삭 건조된 큰 불쏘시개용 솔방울이 비 때문에 젖으면 안 되니 비 오기 전에 이것들을 확보해야 한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지만 월동 준비로 솔방울은 필수로 마련해둬야 한다. 철저히 준비해야 올해도 멋지게 겨울을 나지~!!!  


어찌 됐든 피곤함은 뒤로 미루고 아직 방학인 아이들을 데리고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자, 얘들아~! 숲 속으로 산책가자! 


그래서 나는 28년 된 파트롤을 타고 아이들과 함께 숲 속으로 향했다. 캠프장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우리가 평소 애용하는 큼직한 불쏘시개가 반기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본 적도 없는 커다란 솔방울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아주 좁은 숲길에 차를 엉성하게 주차하고 우리 네 모녀는 솔방울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오~! 여기저기 활짝 열린 솔방울이 반갑다. 꽉 닫혀 있는 솔방울은 최근에 떨어진 것이라 아직도 습기를 머금고 있어 불쏘시개용으로는 좋지 않다. 탁탁 활짝 열린 솔방울이 좋아~!



고사리손들이 부지런히 솔방울을 주워 모은다. 

산에만 오면 신난 우리 아이들...... 큰 애는 예쁜 꽃을 보러 다니고, 누리는 솔방울을 묵묵히 찾으러 가고, 사라는 버섯을 찾기 시작한다. 각자 할 일이 많은 아이들이다. 



일단은 종이 포대 네 자루를 준비했다. 일정하게 자루를 가지고 다니면서 솔방울을 주워 모았다. 작은 바구니에 넣었다가 포대로 이동하면서 준비했다. 아이들이 신났다. 



우리 페냐골로사 숲 속의 잣을 아이가 발견했다. 

"엄마! 이 잣은 먹을 수 있는 거야?"

아이는 작은 잣을 엄마에게 보여준다. 

"이 숲 속에 있는 잣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대신 동물들이 좋아하지. 새나 쥐, 다람쥐 등이 아주 좋아하는 먹거리야."

"으응~, 그렇구나."



사라는 자기보다 큰 솔방울을 엄마에게 보여준다. 

"그래, 사라~! 그런 솔방울을 주우면 돼! 그렇게 크고 활짝 열린 솔방울 말이야."



이번에는 누리가 질세라 신기한 솔방울을 보여준다. 

"어머나! 이 솔방울은 정말 예쁘다. 이 솔방울에는 작은 버섯도 자라나고 있네. 우리 이 솔방울은 숲 속에 그냥 두자. 봐봐. 솔방울이 활짝 열리지 않아 불 피우기에는 좋지 않잖아? 그리고 또 이 버섯도 다 자라지 않았으니 그냥 두자, 알았지?" 

그런데 정말 숲 속에서는 신기한 모양의 소소한 것들이 자라나고 있구나~!!! 



세 아이의 도움으로 포대 네 자루를 다 채웠다. 비 오기 전에 확실히 해야 할 오늘 일을 끝마쳤다. 이제 집에 가자. 


그런데 주차를 잘못했다. 뒤로 나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나갈 수도 없는 나무 사이에 박힌 차를 어떻게 이곳에서 움직이게 하지? 아! 이 생각을 못 하고 비 올 것만 걱정하다 문제에 들어갔다. 자세히 보니 나무 사이로 차가 지나갈 수 있는 오르막길이 비포장길과 연결되어 있다. 난 오르막 경사를 봤다. 높은 곳은 70도 정도?!!! 일단 기어를 4H로 두고 차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뒤로 콰다당~! 나무와 박았다. 


나무야, 미안해~! 

그리고 다시 한 번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무사히 그 작은 공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잠을 못 자 그런 거야. 나무에게 미안했지만 그래도 잘 빠져나왔다. 나무에 작은 상처가 났다. 다음에 오면 날 미워할까? 다음에는 잠을 푹 자고 앞으로 숲 속에 와야겠다. 


나무에게 미안하고 아이들에게 고마웠던 오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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