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세상 앞으로 나아갈 아이들, 그리고 소망 하나

산들무지개 2015. 9. 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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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오손도손 다섯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습니다. 먹보인 누리가 먹고 또 먹고, 밥을 더 달라고 합니다. 이렇게 밥 잘먹고 그냥 먹는 모습만 봐도 좋은 아이가 또 밥을 달라고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밥 잘먹는 아이가 또 있을까? 


"나도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보다 두 배는 더 먹었던 적이 있었어. 이것은 시작일 뿐이야."

남편은 이런 소리로 제 놀라움을 없앱니다. 누리는 앞으로 더 밥 달라고 할 것이며, 이제는 양을 늘려 식탁에 밥을 올려야한다는 것이 진리였습니다. 


아이들이 둘러앉아 열심히 먹는 모습과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겹쳐집니다. 


남편이 한 숨을 쉬면서, 어린 아이들이 바다 건너 죽어간 모습을 보며 애처로워합니다. 눈에 아른아른 거리는 난민들...... 너무 멀다고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시리아 부모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피난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 부모들...... 세상 모든 부모의 짠한 모습이 그곳에서 느껴졌습니다. 피난 중 지칠대로 지친 그들의 모습, 꼬질꼬질 때에 쪄든 모습, 이들도 한 때는 회사 다녀와 집안에서 따뜻한 저녁을 가족과 함께 했을 모습인데...... 아이들을 업고 국경을 넘는 모습에서 슬픔이 왔습니다. 전쟁이 무엇인지...... 엄마 마음이기에, 아빠 마음이기에 아이들을 업고 넘는 그 과정도 가능하지나 않았을까...... 그 부모의 눈물이 억장이 무너지는 듯합니다. 


우리도 엄마 마음, 아빠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가는가 봅니다. 


남편과 저는 한참 눈빛을 교환하면서 이들의 아픔을 공유했습니다. 엄마 마음, 아빠 마음으로 말이지요. 


아이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을 헤치고 나가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임이 되었네요. 


"겉만 예쁘지 말고, 속도 예쁘고, 씩씩하고, 용감하고, 남을 돕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주렴. 공부 못 해도 되지만 건강은 반드시 지키고...... 불의를 보면 용기있게 나아가고......!"


오늘 남편이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말로 소곤소곤 주문 외우듯이 말을 하더라고요. 


"겉만 이쁜 공주가 되지 말고, 속이 알찬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어린 애들이 뭘 알기나 할까...... 




▲ 세 고사리손이 닭모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세 아이가 고립된 듯, 아닌 듯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전쟁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릅니다. 세상의 허기도 잘 모르고...... 앞으로 자라 마주할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질까요? 


해피 엔딩만 있는 세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겠죠? 그래도 이 아이들, 세상은 제대로 보고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 셋이 오손도손 점토를 만지고 있습니다. 



▲ 아빠 오토바이와 충돌한 새를 데리고 와 며칠 보살펴줬어요. 

아침에 상자를 여니 하늘로 파다닥 날아올라 행복했답니다. 

살아줘서 고마워~! 



▲ 남편은 큰 아이에게 만약을 대비한 전화 거는 요령을 설명해줍니다. 

"엄마, 아빠가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응급구조센터에 이렇게 전화하는 거야~" 



공부 못 해도 괜찮아. 대신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은 잘 키웠으면 좋겠다. 진실이란 어떤 것인지 항상 탐구하고 사색하면 좋겠다. 우리가 이런 고립된 듯, 아닌 듯한 이 고산에서 너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어쩌면 이 시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네...... 그렇게 주문을 외웁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인류애가 좀 더 나아지기를 소망해보네요. 시리아 난민, 아니 전쟁을 피해 피난 중인 모든 난민 엄마, 아빠가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행복해지는 날이 어서 오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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