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세심한 외국인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

산들무지개 2015. 10. 10.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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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다녀오면 저는 2, 3개월은 우울한 날들을 보낸답니다~! 

아마 해외에서 너무 오래 살아 한국에 한 번씩 다녀올 때마다 그 기쁨이 커져서 다녀온 후의 후유증이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답니다. 


이번에는 6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는데, 정말 얼마나 신나게 지내다 왔는지, 오자마자 좀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답니다. 하는 일이 잘 안 되는 것처럼 매번 머피의 법칙에 걸려, 부정적인 결과를 많이 가져온 최근의 3개월이었던 같습니다. 


게다가 기분이 나쁘니, 건강도 나빠지고...... 

아이들에게 화도 잘 내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답니다. 정말 너무 미안한 순간이었지요. 

스페인에 돌아오니, 스페인의 좋은 모습보다 싫은 모습만 막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아! 정말 징글징글한 스페인이야~!" 

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내가 또 이곳에서, 또 이곳 사람들과 부딪쳐야 할까?'

아~ 마음은 정말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이곳에 살수록 더 좋아졌던 사람들이 한국 다녀오니 너무 징글징글 맞는 사람들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마치 너무 깊이 저 사람을 아니 어떤 표정 하나도 다 해석이 되는 것이 이런 표정을 하는 스페인 사람들이 징글맞았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한곳에 오래 살면 이곳 현지인의 장점, 단점 다 알아버린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외출도 싫어졌었답니다. ㅠ,ㅠ 

어디 나가기도 싫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남편에게 툭 하면 이런 소릴 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왜 그래?" 하면서 말이지요. 정말 어리석었지요. 

약간의 우울증이 동반되면 원래 그런 것인지......이것이 갱년기 증상인지......앗! 저 아직 어려요~ 그런데도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희한한 심경 변화에 저도 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답니다. 


2개월 만에 저는 지난번 아이와 함께 놀러 간 발렌시아의 시댁에 가서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시어머니께서 그러십니다. 


"너 요즘 체력이 약해졌지? 한국 갔다 와서 마음고생 좀 하는 것 같네~!" 


아니, 우리 시어머니께서 어떻게 제 상태를 파악하셨을까요? 남편도 이렇게 자상하게 제 상태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원래, 집에 갔다오면 집이 그리워 더 그럴 수도 있어~!" 


아니, 시어머님께 전화도 자주 안 드렸는데 이렇게 말씀을 하시다뇨~! 시어머니께서는 냉장고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주십니다. 


"마음이 약해지면 몸도 약해져~ 매일 아침, 공복에 이 로열젤리 조금씩 먹어 봐. 기운이 좀 날지도 모르겠어." 그러십니다. 


사실, 기운이 훨씬 나아진 것은 사실이랍니다. 최근에 일을 시작하면서 좀 자신감도 회복되고, 하루하루가 점점 긍정적으로 변해갔었거든요.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어쩐지 친정엄마에게 듣는 위로처럼 눈물이 핑 돌더군요. ^^* 아~ 어머님이 일부러 유기농 가게에 들려 이 로열젤리를 사오셨구나~ 

어머님의 사랑이 느껴져 얼마나 큰 기운이 일던지요...... 



무척이나 작은 상자였지만 어머니의 큰 사랑이 가슴 속에 스며들었답니다. 


오늘 우리 집 냉장고 문을 열고 매일 아침 시어머니를 생각하는 저 자신에게 또 한 번 놀랐답니다. 

어머님은 이 로열젤리 상자를 주셨지만, 저는 매일 아침, 딸처럼 생각해주신 시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네요. 정말 이것이 인연이면 큰 인연이라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그래, 이렇게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좋은데, 스페인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걸?!!!" 


즐거운 주말요~! 

그동안 혼자 마음으로 우울했는데, 

이제는 정말 훨~ 괜찮아졌네요.  

여러분, 모두~! 매 순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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