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만의 체계적인 버섯채취 문화, 너무 마음에 들어~

산들무지개 2015. 10.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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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무엇인가를 채취하는 현장은 한국에서는 먹거리를 따는 중노동 수준입니다. 봄에는 나물 채취에, 가을에는 버섯 채취에...... 배낭 단단히 메고 산을 오르는 분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물론, 취미로 산행하며 이런 활동을 즐기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보통 한국에서는 이런 활동이 대중적인 문화로 소화되지 않아 버섯 채취활동인을 '극한 직업인'이라는 표현으로 자주 쓰더군요. 한국 반대편의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버섯채취 문화를 그동안 보아오니, 정말 이곳은 참으로 다르구나, 싶었답니다. 


물론, 스페인의 버섯 채취 문화를 한국으로 치자면 봄에 나물을 뜯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사실 그렇게 비유를 해도, 다 설명을 할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체계와 문화가 있어 오늘은 이 포스팅에서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며칠 전 쓴 포스팅 "스머프 집, 동화의 빨간 독버섯"이라는 글에서 한 독자님께서 질문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너무 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답변을 못 드렸는데요, 오늘은 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페인의 버섯 산행 시스템의 설명으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사는 비스타베야에 방문하는 버섯 채취꾼을 보면서 느낀 스페인의 버섯채취 시스템은 아주 체계적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체계적이 아닐 것 같은 선입견으로 보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요, 저는 이곳에 살면서 은연중 체계적인 이곳 사람들의 규율과 행동에 놀라기도 한답니다. 그 중 하나가 이 버섯채취 시스템입니다. 


버섯 채취는 소량만......


일단, 스페인의 야생 버섯 채취는 생존을 위한 먹거리 확보의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의 산에서 팔기 위해 버섯을 따서 파는 사람도 있겠으나 보통사람이 공공의 허락된 산에서 야생 버섯을 채취하는 행위는 일정한 규율이 따른답니다. 일단 절대로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량만 채취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을 채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주마다 버섯채취 규율이 조금씩 다른데요, 비스타베야 같은 경우에는 대량으로 버섯 채취하다가 걸리면

150유로의 벌금이 부여됩니다. 



너도나도 버섯을 따면 정말 생태계 파괴와 환경 파괴를 일으키므로 적절한 조절이 꼭 필요하답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생태계 걱정을 정말 많이 해서 이런 규율을 인식하고 있답니다. 



버섯 산행 시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들


한국에서는 버섯 산행할 때 배낭을 메고 그곳에 버섯을 채취해 가져오는 것을 봤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지만, 스페인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랍니다. 절대로 배낭이나 비닐봉지에 버섯을 따 넣지 않습니다. 


반드시 그물망이 허술한 바구니를 가져와야 합니다. 또한, 버섯을 채취할 때 쓰는 작은 칼도 필요합니다. 




버섯을 칼로 줄기 부분을 잘라 바구니에 넣습니다. 그 이유는 뿌리에 여전히 존재할 버섯의 자생을 위해 일정하게 큰 버섯을 잘라 채취하고요, 바구니에 넣는 이유도 산행 중 이동하면서 버섯에서 흘러나온 씨균이 바구니 사이로 흘러나와 다시 산에 뿌려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도 생태계 순환을 어느 정도 유지시켜 준답니다. 흘러나온 씨균이 다음 해 버섯으로 자라 야생 동물의 먹이로 변신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버섯 산행에서 여유를 즐기면서 배우는 자세를 유지......


스페인의 버섯 산행은 극한 직업이 아닌 일반인이 야외에서 즐기는 대중문화로 소화된 활동이랍니다. 가을에 스페인 사람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활동이랄까요? 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바구니 들고 가을 산행을 하면서 버섯의 종류와 먹을 수 있는 버섯, 그렇지 않은 버섯 등을 배웁니다. 물론, 아는 것에 한계가 있어 대중적인 버섯만 딴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대중 버섯채취 문화는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답니다. 특히, 전문가와 함께 버섯채취 활동도 함께 참여할 수 있고, 생태계에 미치는 버섯의 중요성, 버섯 미식가와 함께하는 버섯 미식 등의 문화를 함께 공유한답니다. 


며칠 전 있었던 한 그룹과의 버섯 산행 현장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스페인에는 버섯 전문가가 존재할 정도로 버섯 연구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 날은 새벽부터 버섯 전문가 마리를 따라 숲 속에서 버섯 산행을 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하루를 같이 보내는 행사였습니다. 



스물다섯 명이 참여한 이날 행사에 점심 간식을 먹으면서 각자의 바구니를 점검합니다. 

온전한 것만 딸 것, 신기한 버섯 한두 개씩만 딸 것, 오래되고 어린 것은 따지 말 것, 등등을 지키면서 버섯을 채취했습니다. 이날의 버섯은 마을 전시관에 전시하여 먹을 수 있는 것, 없는 것으로 나누어 사람들에게 알려줄 목적으로 행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날 참여한 사람의 버섯을 하나하나 꺼내어 설명해줍니다. 

이렇게 자세하게 버섯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서 처음으로 보기 때문에 마리의 설명에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버섯의 세계가 있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모두가 채취한 버섯은 역시나 소량입니다. 



저녁에 마을 전시관에서 버섯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방문하는 버섯 산행자들을 위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 날은 뿌리까지 채취했습니다.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이 줄기 부분이 전체적으로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하나씩 분류되고 이름표도 같이 놓아 붙인답니다. 다음 사진들은 전시되는 버섯 중 일부를 찍은 것입니다. 감상해보시죠. 






다양한 버섯이 종류별로 나누어지고 전시되는 모습이 제게는 참 신기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이곳만의 풍경이 아닌가, 싶은 게 말입니다. 대중적으로 소화된 버섯채취 문화가 흥미롭게 발전하여 그 다음 날은 버섯 음식을 만들어 시식하는 행사를 했고, 버섯 연구 박사의 연구에 대한 강의도 있었으니 그저 놀랍기만 했답니다. 


"야생 버섯이라고 다 몸에 좋은 것은 아닙니다. 버섯에는 무거운 중금속 함량이 많으니 미식을 위한 먹기는 좋으나, 아주 많이 먹는 것은 피해 주세요. 먹을 때는 줄기 부분을 V자 모양으로 잘라주면 중금속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박사님이 하신 말씀이지요. 그리고 독버섯을 먹었을 경우의 응급처치와 주의점 등을 설명해주셨답니다. 


"일단 모르는 버섯은 채취하지도 말고, 먹지도 마세요~!"  



마을 조합에서 만든 버섯 시식 음식 ▲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노력과 산행에서 존중해야 할 다른 야생 동물의 먹이를 위해서도 이런 수집이 제한적인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버섯채취 문화가 어느 정도 체계화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바람이랍니다. 일단 버섯 산행은 정말 새롭고 재미있기 때문이랍니다. 또한, 평소에는 보지 못한 버섯 나는 계절의 그 냄새와 분위기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정말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 활동하면 정말 좋은 계절이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주말마다 산을 헤집고 다니는 버섯 채취꾼에 몸살을 앓는다는 기사를 보고 좀 안쓰럽기도 했답니다. 


스페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중화된 이런 가을의 대표적 야외 활동, 버섯채취 활동이 상당한 매력이 있습니다. 오늘의 버섯채취 시스템이 재미있었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잠깐~! 다음의 글은 재미있는 버섯 관련 포스팅입니다. 스페인의 버섯 미신과 일상적인 버섯 채취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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