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말 놀라게 한 스페인 어른의 음악 수준
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요즘 우리 집 큰딸은 피아노 학습에 열심히 합니다. 피아노 학원에 줄곧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 스페인 고산에서 엄마 개인지도를 받으면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열심히 해서 즐거워하는 것이, 쑥쑥 금방 습득해 아주 놀랍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 나이가 만6세인데 참 잘 따라와 줘서 피아노 학원이 없는 이 스페인 고산이 이제는 섭섭하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 피아노 실력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랍니다. 그냥 적당히 악보 읽고, 피아노를 치는 수준입니다. 가벼운 소나타나 동요 등을 연주할 수 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 스페인 친구가 아직 어린 아장아장 걷는 아들을 데리고 와 저를 보더니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날 정도로 제게 말을 합니다. 


"어머~! 너 악보 볼 줄 아니?" 

"응."

"그럼, 우리 악단에 악보가 하나 들어왔는데 언제 만나서 좀 읽어주라~!" 그러는 것입니다. 


뭐? 악단에서 (스페인식 기타) 악기를 연주하면서도 악보를 읽을 수 없다고? 처음에 굉장히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알았다고 이야기한 일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요즘 비스타베야 초등학교의 빅토르 선생님이 제게 한국 동요 하나를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음악 시간에 쓰겠다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악보도 필요하냐고 물어봤습니다. 


"나는 악보를 읽을 수 없어서 뭐, 그냥 동영상 링크가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그러는 겁니다. 너무 놀라, 뭐? 초등학교 선생님이 악보를 읽을 수 없다고?!!! 정말 믿기지 않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야? 정말이야? 정말이야? 


설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에서 이 음악 이론을 안 배우는 것은 아니겠지?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인 남편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남편, 당신 음악 악보 읽을 수 있어?"

"못 읽어." 

아주 당연하듯 딱 끊어서 대답하더군요. 


"아니, 아니, 그냥 도레미파솔라시도 정도의 그런 악보 말이야." 

그랬더니, 남편은 정색하면서 그럽니다.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모른다니까~!" 그럽니다. 




설마? 이 사람 대학교까지 졸업해놓구선 악보를 모른다고? 

"아니, 정규 학교 과정에서 음악을 안 배우는 것도 아니잖아? 음표 하나 정도는 읽을 수 있어야지."

라는 말이 술술 나왔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정색하면서 그럽니다. 

"음악을 정말 원하는 사람들은 배우지만, 필요 없는 사람들은 배울 필요가 없어. 왜 꼭 배워야 하는 것인데? 다들 음악 배운다고 열을 올리는 것이 이해가 안 돼. 정말 좋아서 배우면 상관없지만, 무식하다는 듯 음악 안 배우면 안 된다는 선입견은 너무 무섭군~!"


"에이~ 교양이지."  

그런데 남편은 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 이상하여 제게 그럽니다. 


"한국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스페인에서는 음악 악보까지는 우리 세대는 배우지 않았거든."


오...... 그렇구나. 음악이 교양이라도 전세계인이 다 한국인처럼 그런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구나~!


남편이 옆에서 그럽니다. 

"당신은 기독교 교리에 대해 모르잖아? 아니, 그것도 몰라? 정규 교육을 마쳤다는 사람이 예수가 태어난 장소가 어디인지도 모르잖아?" 

남편이 이런 농담으로 저를 놀려댑니다.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 종교 교육이 정규 교육에 들어가는 것처럼 한국의 음악 교육을 빚대 하는 말이었죠. 한국에서 교양으로 다 배운다해도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남편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일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 교육 과목도 문화적 차이가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물론 요즘은 글로벌화 시대라 어디든 비슷비슷하지만 말입니다. 아이들 음악 선생님께 배우는 것들을 소개 받았는데, 걱정할 정도로 음악을 못 배우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어른들이 음악을 모른다고 한탄하는 일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 한국 어른들이 종교를 모른다고 한탄하는 스페인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 그 말입니다. 스페인 어른들은 어릴 때 음악을 전혀 배우지 않았다는 것, 한국 어른들에게는 종교라는 과목조차 생소하다는 것입니다.  


★ 참고로 스페인은 음악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어릴 때부터 콘세르바토리오(conservatorio)에서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전문적으로 배운답니다.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오랜만에 우리 고산집 이야기로 포스팅 올리네요. 너무 쑥스럽지만 그래도 가끔 고산평야의 참나무집 이야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앗, 가시기 전에, 요즘 제가 쓴 포스팅 놓치신 분들은 읽어보고 가세요~! 흥미로운 스페인의 요것조것 이야기입니다. ^^* 고맙습니다.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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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프라우지니 2016.01.16 00:43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저도 악보 못 읽는데요. 물론 기본적인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알지만 그외 장조에 따라서 달라지고 하는 그런거 전혀 모릅니다. 산들님이 악보읽고 피아노 치신다고 해서 "와~"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나도 피아노나 악기같은거 하나쯤은 배우고 싶은디.. 아직 그 맘만 가지고 있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1.16 01:52 신고 URL EDIT
그러게요. 기본적인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전 다 읽을 수 있으리라고 본 거지요. 그런데 그런 것을 못 읽는다고 하여 사실은 조금 충격 받았답니다. 그래도 남편 말 듣고 보니 이제 이해가 다 간답니다. ^^* 다 문화 차이겠지요? 나중에 악기 배울 기회가 있으면 하나쯤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심리적 안정감을 줘서 저는 참 좋던데요?^^
jerom 2016.01.16 01:00 신고 URL EDIT REPLY
몰라도 됩니다.
예~ 정말 몰라도 됩니다.

남들 피아노 학원에서 건반 두드리고 있을 때 학습지 풀고 있던 신세여서 그런지 다 까먹었습니다.
동생은 여자라고 건반 두드렸었던 기억이 납니다.
성당 오르간 연주자였죠.

나름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학교가 없는 곳에서 선생님 노릇을 하기 쉬울지도 몰라요.
암기라도 전과목을 다 배우니 팔방미인.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1.16 01:53 신고 URL EDIT
그런데 나이 들면서 우리가 배운 수학, 화학, 지구 과학 등......
저는 거의 만점을 맞았던 수준이라 자신있어 했는데, 정말 나이들면서 하나도 기억 나지 않습니다. ㅠ,ㅠ
정말 노트를 뒤져야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이......
아~! 외울 필요가 없구나 싶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 검색하면 다 되니 말입니다. ^^
BlogIcon 호박공주 2016.01.16 06:25 신고 URL EDIT REPLY
재미있네요. 사실 저도 도레미 정도의악보밖에볼줄 모르지만...^^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1.17 03:30 신고 URL EDIT
호박공주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큰 힘이 된답니다. ^^*
BlogIcon 멜로요우 2016.01.16 11:50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옛날에는 피아노를 쳤지만 크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더라고요.. 집에 피아노가있지만 안쓴지는 꽤 되네요. 생각해보니..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1.17 03:32 신고 URL EDIT
우와, 그래도 한번 손을 대면 기억이 자동으로 손을 움직이게 할 것 같아요. 요즘은 일상이 바빠 취미생활하기에 좀 어려울 수도 있네요. 역시 어른이 되면 생계라는 부분에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서...... ㅡ.ㅡ
BlogIcon 비단강 2016.01.16 13:01 신고 URL EDIT REPLY
제가 음악을 모른다고 하면 그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잉? 우리가 말하는 '서양음악'이란 것이 생긴 유럽에서 스페인에서
도레미파...를 안 배우다니.
정말로 상상하기 힘든, 믿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허허
산똘님이 도레미파를 모르다니...ㅎㅎ
참! 세상은 요지경?^^


바람없이 흐린 하늘에서 산책하듯
눈송이 몇 개 흩날리고
동구밖에 누가 오는지
옆집 강아지 두어 번 짖는 시늉하다
꼬리 접고 돌아눕는 오후
산들님 음악이야기에
‘광화문연가’나 들어볼까 하다가
짐짓 귀찮아져
다시 루나님의 긴 수다를 헤적이다
누가 불러서 나가 볼까나
혹시 옛 사랑이 찾아왔을까나
눈은 나리는데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1.17 03:34 신고 URL EDIT
제가 그랬다니까요~!!!
정말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조차 악보를 못 읽는다는 소리에......
몇 번을 정말이냐고 물어봤는지 모른답니다.

그런데 더 신기했던 것은 스페인 사람들은 악보를 읽지도 못 하지만, 음을 듣고 바로 악기로 그 음을 연주한다는 거에요. 우리 빅토르 선생님은 음악 한 번 들려주면 바로 기타로 연주해요~! 정말 신기하죠?

아~~~ 비단강님 요즘 우리 비스타베야가 댓글에 다신 글과 똑같은 느낌인데, 어찌 이렇게 잘 아세요? ^^
luna | 2016.01.19 02:11 신고 URL EDIT
아! 광화문 연가
듣고 있노라면 어렴풋이 옛생각 속으로 빠져들고 왠지 마음속에 눈이 나려요.
BlogIcon 탑스카이 2016.01.17 10:34 신고 URL EDIT REPLY
정말 깜놀이네요 !!!
하긴 모른다해서 아주 곤란한건 아니지만요.
적어도 학교쌤은 [도레미파솔라시도] 정도의 악보는 읽어주시길 바라는 건
저 역시 한국에서 교육받아서 조금 욕심을 부리는 걸까요?
악보를 못 읽어도 한번 들은 멜로디를 척척 연주해내는 재능?! 감성이 더 부럽기도 하네요.
우리가 말하는 상식의 기준을 다시금 상각해보게되네요.

산들님의 숨겨진?! 피아노 재능에도 깜놀!!!
ㅎㅎ
전 진짜로 옛 기억들이 가물가물해서 기억영역이 어떻게 되기라도했나?
약년성 치매??!! @.@
란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ㅎ
BlogIcon 즐거운 검소씨 2016.01.18 03:15 신고 URL EDIT REPLY
저는 엄마가 어려서 피아노 학원을 몇 년가 보내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다지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음표읽는 법 빼고는 다 까먹었어요. 냠냠 맛있게..^^;;
제 딸아이가 음악시간을 말해주는 걸 보니 음표 같은 건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랑 기본적인 박자만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음악시간에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걸 보면 주로 선생님이 작곡가(고전부터 현대의 팝음악에 이르기까지)를 선정해서 음악을 들려주고 보여주고 하시는 것 같아요. 아직 2학년이라 좀 더 학년이 올라가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로렐라이 2016.01.18 10:31 신고 URL EDIT REPLY
우리 큰딸이 만6세 ^^ 올해 학교들어갑니다^^ 이 녀석이 피아노 시작이 너무 빨라서 걱정했지만(피아노신동이 아니니까요 ㅎㅎㅎ) 자기가 하고싶다 해서 시켜주었는데 처음 한달째 되더니 하기 싫다 하여 니가 하기 싫다고 그만두는 일이 아니다 어린이집 가는것처럼 그냥 매일가는거야...가서 피아노 안치고 언니들하고 놀다오더라도 학원은 가야한다 했더니 그후론 불평없이 잘 가더라구요...그렇게 가기 시작한게 이제 이년이 되가요 지금은 피아노치는걸 즐겨요 사실 집에 피아노가 없는데 조그만 장난감 피아노를 가지고 나름 열심히 연습하네요 ㅎㅎㅎ
BlogIcon 오로라왕 2016.01.18 22:58 신고 URL EDIT REPLY
와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네요...나라별로 하나를 보는 관점이 참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배웁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luna 2016.01.19 01:49 신고 URL EDIT REPLY
네 절대 공감 내용이네요.
지금은 여기 초등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음악수업이 있고 시험이 있어서 아이들
음악공부 봐주다가 곰아저씨가 몰라도 아예 제로라는것을 알고 충격 받았던게 생각나요.
뭐 수준 높은 악보는 몰라도 그 기본 악보도 모른다니 얼마나 충격이었던지요?
아마 고등교사들이나 대학 교수 분들중에는 자기 분야외에 악보 볼줄 모르는분들 꽤 될걸요.

20대 초반에 꽤 오랫동안 피아노 학원에 다녔는데 지금은 칠줄아는 곡이 한곡도 없다니 슬퍼요 ㅠㅠ
BlogIcon sponch 2016.01.21 11:04 신고 URL EDIT REPLY
와! 신기하네요. ㅎㅎ 저희 딸이 지난 크리스마스에 피아노를 갖고싶다는 오랜 소원을 이뤘답니다. 다음 학기부터 레슨을 받게할까 생각 중인데 살짝 제가 쳐봤거든요. 왜 저희 세대엔 피아노 거의 많이 배웠잖아요. 근데 30년 가까운 시간이 무색하게 그 시절 연습했던 곡들이 줄줄 나오는 거 있죠! 제가 딸래미 만할 때 아빠에게 쳐 드렸던 곡을 치면서 추억에 잠겼답니다. 이제는 전화기 너머로 제 딸이 울 아버지께 피아노를 쳐드리네요. ^^ 여튼 저도 딸래미에게 악보 보는 법을 좀 가르쳐 주고 싶은데 아이고 참 어렵네요. 산들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한영실 2016.01.21 21:26 신고 URL EDIT REPLY
결혼 전에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제 부장님이 스코틀랜드 사람이었어요. 부장님 포함 남자 직원들끼리 노래방을 갔었나 봐요. 노래를 참 잘하더라고 직원들이 말하길래 "부장님, 노래 잘 한다면서?(물론 이거 영어로....영어는 따로 존대말이 없다 보니^^)" 했더니 "음, 내가 노래도 좀 하지만 악보도 볼 줄 안다." 하고 우쭐(?)대더라고요. "악보를 볼 줄 안다고? 그럼 악보 볼 줄 모르는 사람도 있어?" 했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악보 볼 줄 아는 사람 정말 드물다. 내가 고향에서 성가대도 하고 음악 공부 열심히 해서 볼 줄 아는거야." 라고 해서 무척 놀랐는데 스페인도 비슷하네요.
Emma 2016.01.25 20:30 신고 URL EDIT REPLY
세계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한 밴드인 비틀즈.. 직접 연주하고 곡도 만들고 했는데 악보를 볼 줄 아는 멤버가 없었죠. 비틀즈 말고도 성공한 싱어송라이터 가운데 악보 볼 줄 모르는 사람이 꽤 많아요. 즉 음악하고 악기연주하는데 악보를 보는건 필수조건이 아님.
폴카 2016.02.19 21:23 신고 URL EDIT REPLY
맞아요. 유럽이 아마 다 같을 거예요. 그냥 수업시간에 노래 따라 부르고 하지 이론을 가르치진 않더라구요. 그런거 배우려면 따로 다른 학교?에 가서 배워야되더라구요. 그래서 학교에서 합창하고 밴드하는 애들도 악보 볼 줄 모르는 애들이 태반... 선생님이 번호로 알려주고 그러더라구요.
BlogIcon 제주댁 2016.02.24 10:23 신고 URL EDIT REPLY
가르치기 힘드실텐데 대단하시네요~^^
기회되어 스페인 산골로 방문하게 된다면
재능 기부 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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