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나를 정말 놀라게 한 스페인 어른의 음악 수준

산들무지개 2016. 1.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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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집 큰딸은 피아노 학습에 열심히 합니다. 피아노 학원에 줄곧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 스페인 고산에서 엄마 개인지도를 받으면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열심히 해서 즐거워하는 것이, 쑥쑥 금방 습득해 아주 놀랍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 나이가 만6세인데 참 잘 따라와 줘서 피아노 학원이 없는 이 스페인 고산이 이제는 섭섭하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 피아노 실력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랍니다. 그냥 적당히 악보 읽고, 피아노를 치는 수준입니다. 가벼운 소나타나 동요 등을 연주할 수 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 스페인 친구가 아직 어린 아장아장 걷는 아들을 데리고 와 저를 보더니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날 정도로 제게 말을 합니다. 


"어머~! 너 악보 볼 줄 아니?" 

"응."

"그럼, 우리 악단에 악보가 하나 들어왔는데 언제 만나서 좀 읽어주라~!" 그러는 것입니다. 


뭐? 악단에서 (스페인식 기타) 악기를 연주하면서도 악보를 읽을 수 없다고? 처음에 굉장히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알았다고 이야기한 일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요즘 비스타베야 초등학교의 빅토르 선생님이 제게 한국 동요 하나를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음악 시간에 쓰겠다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악보도 필요하냐고 물어봤습니다. 


"나는 악보를 읽을 수 없어서 뭐, 그냥 동영상 링크가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그러는 겁니다. 너무 놀라, 뭐? 초등학교 선생님이 악보를 읽을 수 없다고?!!! 정말 믿기지 않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야? 정말이야? 정말이야? 


설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에서 이 음악 이론을 안 배우는 것은 아니겠지?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인 남편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남편, 당신 음악 악보 읽을 수 있어?"

"못 읽어." 

아주 당연하듯 딱 끊어서 대답하더군요. 


"아니, 아니, 그냥 도레미파솔라시도 정도의 그런 악보 말이야." 

그랬더니, 남편은 정색하면서 그럽니다.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모른다니까~!" 그럽니다. 




설마? 이 사람 대학교까지 졸업해놓구선 악보를 모른다고? 

"아니, 정규 학교 과정에서 음악을 안 배우는 것도 아니잖아? 음표 하나 정도는 읽을 수 있어야지."

라는 말이 술술 나왔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정색하면서 그럽니다. 

"음악을 정말 원하는 사람들은 배우지만, 필요 없는 사람들은 배울 필요가 없어. 왜 꼭 배워야 하는 것인데? 다들 음악 배운다고 열을 올리는 것이 이해가 안 돼. 정말 좋아서 배우면 상관없지만, 무식하다는 듯 음악 안 배우면 안 된다는 선입견은 너무 무섭군~!"


"에이~ 교양이지."  

그런데 남편은 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 이상하여 제게 그럽니다. 


"한국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스페인에서는 음악 악보까지는 우리 세대는 배우지 않았거든."


오...... 그렇구나. 음악이 교양이라도 전세계인이 다 한국인처럼 그런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구나~!


남편이 옆에서 그럽니다. 

"당신은 기독교 교리에 대해 모르잖아? 아니, 그것도 몰라? 정규 교육을 마쳤다는 사람이 예수가 태어난 장소가 어디인지도 모르잖아?" 

남편이 이런 농담으로 저를 놀려댑니다.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 종교 교육이 정규 교육에 들어가는 것처럼 한국의 음악 교육을 빚대 하는 말이었죠. 한국에서 교양으로 다 배운다해도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남편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일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 교육 과목도 문화적 차이가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물론 요즘은 글로벌화 시대라 어디든 비슷비슷하지만 말입니다. 아이들 음악 선생님께 배우는 것들을 소개 받았는데, 걱정할 정도로 음악을 못 배우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어른들이 음악을 모른다고 한탄하는 일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 한국 어른들이 종교를 모른다고 한탄하는 스페인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 그 말입니다. 스페인 어른들은 어릴 때 음악을 전혀 배우지 않았다는 것, 한국 어른들에게는 종교라는 과목조차 생소하다는 것입니다.  


★ 참고로 스페인은 음악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어릴 때부터 콘세르바토리오(conservatorio)에서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전문적으로 배운답니다.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오랜만에 우리 고산집 이야기로 포스팅 올리네요. 너무 쑥스럽지만 그래도 가끔 고산평야의 참나무집 이야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앗, 가시기 전에, 요즘 제가 쓴 포스팅 놓치신 분들은 읽어보고 가세요~! 흥미로운 스페인의 요것조것 이야기입니다. ^^* 고맙습니다.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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