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여행, 여가

돈키호테의 풍차 마을에 다녀오다

산들무지개 2015. 12. 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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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마지막 달을 남기고 참나무집 가족은 짧은 여행에 나섰습니다. 

이 겨울에 어딜 가야 할까? 스페인 남쪽으로 가기엔 난방시설이 없는 그곳이 혹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중해성 기후가 강한 곳은 낮에도 따뜻하여 그럴까요? 사람들은 한두 달만 견디면 된다는 생각으로 집에 난방시설을 들여놓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다면 추운 지방으로 가면 좀 견딜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은 적어도 추우니, 아주 따뜻하게 집안 온기를 유지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스페인 내륙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첫째 날에는 10년 전 언뜻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서 본 풍경이 떠올라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낮게 깔려있어 마음으로 섭섭했습니다. 

파란 하늘의 스페인이 어쩐지 오늘 봐야하는 그곳 배경으로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죠. 


"바람을 찾으려면 이런 험한 날이 딱 좋아~!" 

남편은 쿨하게 제 기분을 업 시켜줍니다. 

내가 찾는 풍차는 바람이 있어야 돌아가는 것이고, 흐려야 하는 것이라고...... 이 날씨가 더 어울린다고 말입니다. 



차창밖으로 점점 넓은 평지가 더 넓게 아름다운 색깔의 땅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위 풍차가 보입니다~!

아니, 풍력발전기가 위풍당당하게 서있습니다. 

"이 모습이 스페인의 모습이야. 지금은 최신 풍차가 달리고 있잖아?"

 


"지금 돈키호테가 살아있다면 저 거대한 풍차 앞에서 당장 결투를 신청하겠지?" 

남편이 옆에서 말합니다. 


그래, 오늘 우리는 돈키호테의 풍차 마을에 가기로 했지?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실제 이 스페인 내륙의 한 동네가 돈키호테가 활약한 그 넓은 땅이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물론 돈키호테는 실존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Don Quijote,1605년)]에 등장하는 키호테 기사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16세기부터 존재한 풍차가 그나마 많이 남아있는 동네랍니다. 

바로 깜뽀 데 크립타나(Campo de Criptana)입니다. 돈키호테의 소설 배경이 된 마을이지요.   



역시나 마을에 들어서니 돈키호테의 형상이 보입니다. 

"들어오니까 실감이 가는구나,"



위의 사진의 파란 색 인포메이션 표지판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발렌시아에서 2시간 반, 마드리드에서 약 한 시간 40분 정도가 걸리는 이곳...... 



표지를 따라 언덕에 올라가니 아~! 감탄이 나오는 풍차가 보입니다. 언덕 위 차를 주차할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 주차를 했습니다. 바람이 아주 거세고, 기온이 차가워 역시 풍차를 이 언덕 위에 설치한 이유를 금방 알겠더군요.  



차를 주차하고 저 사람들 무리를 따라 풍차 곁으로 갔습니다. 



이 마을에만 풍차가 10채 정도 있었습니다. 

3채는 16세기에 지어진 것이고 나머지는 그 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이 마을에 1752년에만 해도 34채의 풍차가 있었다고 합니다. 산업혁명이후, 많은 풍차가 밀을 빻지 않고 동물 사육용 밀과 보리만 빻았다고 하네요. 그것도 1950년대까지 꾸준히 풍차는 그 역할을 단단히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이 그 유명한 돈키호테가 풍차를 자이언트, 즉 히간테로 보고 결투를 한 곳이지요. 산초와 로시난테~ 그들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마치 역사 속에 존재한 것처럼 지금 이 마을에서는 그들의 신화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 풍차의 뒤태입니다. 저 긴 대로 바람의 방향을 찾아 지붕을 돌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원형 룰이 지붕에 부착되어 저 대로 돌리면서 바람의 방향을 쟀다네요. 그런데 진짜 원조는 지붕이 나무 지붕이었다고 합니다. 저 철지붕은 산업혁명 이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앞태도 보여줘~! 

풍차마다 건물 이름이 있었습니다. 



저 나무결이 살아있는 풍차가 지금은 움직이지 않고 박물관처럼 사람들 앞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아이들은 꼭꼭 자켓의 모자를 쓰고 바람을 피했습니다. 



많은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었습니다. 역시, 세르반테스보다 돈키호테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구나, 약간은 아이러니했습니다. 허구의 인물을 찾아 이 역사의 장소에 온 것이 말이지요. 




우리는 역사 속, 진짜 서민의 흔적을 찾아 오래된 알바이신 거리를 걷기로 했습니다. 

이미 옛도시의 작은 골목과 울퉁불퉁한 모퉁이가 정겹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내륙의 전형적인 건물과 지붕들, 라 만차 지방 특유의 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모로코의 체 차우엔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체 차우엔도 옛날에는 스페인 식민지였잖아? 그러니 이런 분위기는 언제나 있는 듯했습니다. 



파란 색으로 장식한 푸른 풍차의 마을~! 



온통 파랑과 흰색의 조화가 이국적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옛 분위기 물씬 풍기는 이곳은 관광지이지만 옛 모습 그래로입니다. 같이 동행한 한국 친구가 그럽니다. 


"한국 같았으면 작은 카페며, 먹자 골목 어마어마했을 거야. 여긴 뭐랄까? 유명한 곳이지만 그런 곳이 없네."


그러게 카페보다는 그냥 걸으면서 옛 분위기에 한 번 젖어드는 것도 나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아주 오래된 여자 어린이 학교(위의 사진)



전망대에 오르니 건물 하나가 웅장하게 서 있었습니다. 



전망대에 풍차 하나가 있고 나머지 아홉 채 풍차가 한 눈에 다 보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차 반대편 풍경입니다. 빨간 지붕이 인상적이죠? 



전망대 위 가로등



이곳은 땅을 판 지하창고네요. 옛날에는 보통 곡물을 보관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곳에서도 땅을 판 집도 몇 군데 있었습니다. 우리는 땅을 판 집 안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가게 안에는 이런 장식을 한 와인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스페인 앞치마를 두른 와인과 돈키호테 형상을 한 와인이네요. 역시 스페인답구나~!



여기도 돈키호테, 저기도 돈키호테~! 



돈키호테 관련 서적과 장식품 등 다양한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념이 될 만한 엽서 몇 장과 이곳 전통의 후식을 사서 이 기념품점에서 나왔습니다. 



한참 돌고 오니 관광객도 어느새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이라 다들 점심 먹으러 갔나 봐.


우리도 점심 먹으러 가자~! 

 


주차한 차로 돌아오니, 어느덧 사람은 흔적도 없고, 옛 풍경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양떼 한 무리가 유유히 자기 영역인듯 풀을 뜯으면서 한가히 즐기고 있습니다. 



아! 이곳이 돈키호테가 있었던 곳이구나~! 


허구의 돈키호테가 마치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한 순간이었습니다. 



는 꿈과 같은, 동화와 같은 저 풍경에 반해 한참을 응시했답니다. 


이제 양들에게 이 풍경을 맡기고 우리는 길을 떠났습니다.


다음은 어딜 갔을까요? 

우리 참나무집 가족의 여행기는 계속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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