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스페인 고산에서 한국 소포 받기, 화내도 소용없어

산들무지개 2016. 1.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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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차근차근 한국과는 완전 다른, 스페인 고산의 소포 받기를 생생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저희 집에 머무는 한국 친구는 '한국은 도서산간지역에서조차도 택배며 우체국 소포가 잘 도착한다'며, 한국이 얼마나 편한 곳인가, 말했습니다. 왜? 친구가 부탁한 소포가 우리집으로 오기까지...... 에엠, 겪고 나니, 어찌 소포 찾는 일이 참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나: 여긴, 한국이 아니거든...... 


친구가 소포가 어디에 있는지 온라인으로 위치 추적하면서 제가 한 말입니다. 


친구: 5일 안에 도착한다고 하는데 아직 도착 안 했잖아?!!! 벌써 예정일 3일 지났잖아?  


나: 올 때가 되면 오겠지~ 오면 왔다고 쪽지가 올 것이야, 걱정하지 마. 그리고 짜증내도 소용없어~! 


사실, 세관에 걸리면 또 세금 내고 보내달라는 청원서를 내야하니...... 좀 속으로 걱정하긴 했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한국 소포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답니다. 소포를 찾으려면 영수증에, 세금 송금에, 청원서까지 워낙 복잡한 일이 있어야죠...... 


그런데도, 친구는 한국 돌아가기 전에, 꼭 우리 고산 집에 필요한 것(?) 몇 가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래? 이번에 한 번 받아보자구~!!!



친구: 여기는 도착했다고 전화 안 해줘?

나: 아~! 미안해, 여긴 도착했다고 전화 안 주거든...... 휴대폰에 메세지 오는 것도 기대하지 마~!

친구: 왜, 도착했다고 전화주면 더 편할 것 아니야? 

나: 그렇지. 편하지. 그런데 전화 안 해준다니까...... 


그럼 어떻게 소포를 받느냐구요? 바로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공동 편지함의 우리 집 편지함에 쪽지를 넣어주면, 바로 알 수 있답니다. 사진의 노란색 쪽지가 바로 소포가 왔으니 받아가라는 말입니다. 아놔, 미리 알려주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받을 수 있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우체부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가끔 바뀌는 편이라 좀 어렵답니다. 


 

친구: 그럼 언제 찾으러 가? 

나: 으응~ 우체부 오는 시간 맞춰서 쪽지 가지고 마을에 나가면 돼......

친구: 뭐? 그럼 우체부가 언제 오는데? 

나: 아마 10시 30분에서 12시 사이에 올 걸~

친구: 헐~


ㅠ,ㅠ 그러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이죠? 위의 사진에 빨간 줄로 쳐진 부분을 해석하면 "우체부가 지나가는 시간"에 소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이제 마을에 갑니다. 소포를 받기 위해 마을 시청에 전화를 먼저합니다. 

언제 우체부가 오는지 대략 감이라도 잡으려고......

아니면, 그날 일하는 우체부 휴대폰에 전화를 해 행방을 묻습니다. 

언제쯤 우리 고산마을에 올라오는지...... 


그렇게 대략의 시간을 계산하여 우리는 마을에서 우체부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소문을 냅니다. 오늘 소포 받을 일이 있다고...... 우체부가 잊어버리고 그냥 지나가지 않도록 만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놓으면 좀 편합니다. 



자~ 우체부가 오면 모든 근심 걱정 울화통이 사라집니다. 느리다고 화내도 소용없는 스페인 산간 지역의 소포 받기이니까요. 


우체국이 없으니 우체부가 차에서 직접 소포를 꺼내줍니다. 


친구: 헐~! 뭐야? 우체국 차량도 아니고, 우체국 오토바이도 아니고...... 크아~! 대단하다. 


우리는 노란 쪽지를 우체부에게 전달하고 서명하고 소포를 받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무사히 세관 심사 잘하고 받을 수 있었네요. 정말 다행인 일입니다. ^^



이제 행복한 얼굴로 소포 받아 집으로 옵니다. 

친구는 아내가 기다리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우리에게 선물을 잔뜩 풀어놓고 갔습니다. ^^*


정말 소포는 산타할아버지께 받는 선물처럼 행복합니다. 이 속에서 잔뜩 나온 것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거리, 김과 카레, 그리고 우리 부부를 위한 안주, 국내산 쥐포~! 얏호~! 정말 맛있었어요~! 

요즘 종이 접기에 신들린 첫째를 위한 종이접기 책과 색종이~! 유후~!!! 아이는 신나서 좋아요~!!!

지리산에서 온 곰 세마리와 아이들 머리끈~! ^^* 

추운 고산에서 추위 잘 나라고 아주 두꺼운 모자와 겨울용 작업 장갑~!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은 이 두 물건을 받아들고 깜짝 놀랐답니다. 


산또르: 한국은 정말 춥긴 춥나 봐~ 모자가 두 겹 두툼한 게...... 정말 좋네~! 


정말 이렇게 모자 쓰고 외출했다 오면, 그럽니다. 


산또르: 아~! 더워 죽는 줄 알았네~! 


그리고 저 탄력성 있는 한국산 작업용 장갑은 정말 수준이 높아 남편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너무 수준 높은 장갑이라고......  

지리산에서 온 국립공원 이야기~! 역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읽을 거리~! 아주 좋았어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남편도 좋아한 자연 이야기와 환경 이야기~!!! 위의 곰돌이를 직접 종이로 만들 수 있어 아이는 열심히 집중하여 만들기에 임해 아주 좋았답니다. 


게다가 곰 만들기를 친구들하고 같이 하라고 마을 어린이 수에 맞춰 보내주었답니다. ^^*

국내에 도입된 반달가슴곰이 지금 지리산에 있다고 합니다. 한반도에서는 멸종된 우리나라 곰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종복원기술원에서 이런 복원센터를 마련해 지리산에 곰 동굴을~! 우와, 이번 소포로 우리는 또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았답니다. 


친구: 그래도 이번에 소포를 빨리 받은 편인 거지? 

나: 그럼, 어떤 때는 아에 못 받고 돌려보낸 경우도 있으니 말이야. 

친구: 그래, 여기 살면 진짜 보살되겠어~!

나: 그렇다고 했잖아? 화내도 소용없다고.......


그러게요. 한국처럼 도서산간 지역도 혜택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이곳에서 살다보니 나름대로 여유도 생기고 인내도 생긴답니다. 다 살다 보면 어찌어찌할 방법이 있는 것이지~ 그렇죠?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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