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스페인 고산, 눈 오는 날의 [참나무집] 가족 이야기

산들무지개 2016. 2.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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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들어 처음으로 쌓이는 눈이 해발 1,200m의 비스타베야 평야에 오고 있습니다. 지금 휴대폰은 통신 두절이 되어 있고, 간간이 인터넷 안테나는 작동하여 이렇게 블로그에 몇몇 사진들을 올립니다. 배터리 방전되기 전의 처절한 몸부림이랄까? 지금 눈이 아주 많이 내리고 있어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또 고립되지 않을까...... 아이들은 눈 오는 풍경에 빠져서 틈만 나면 밖에 나가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


제 블로그를 아직 모르신다고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우리 [참나무집] 사정을 설명해드리자면 우리는 한국-스페인 커플이 만나 스페인 고산, 페냐골로사(Penyagolosa) 자연공원이 있는 근방에 작은 울타리를 짓고, 세 아이를 키우며 사는 가족입니다. 


스페인이라는 지중해 연안 마을에 이런 눈이 내릴지 상상도 못 했다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자고로 우리는 해발 1,200m라는 높은 곳에 있어 이런 폭설도 경험하게 된답니다. 현재 바람이 회오리와 눈을 동반하여 어마어마하게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포근포근한 뽀송이 눈이 내리더니 지금은 막 변해버리고 말았네요. 



며칠 전 찍은 사진인데 기온이 엄청나게 내려갔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를 줬습니다. 차에 내린 얼음이 이런 결정체를 보여줬습니다. 시골에 사는 것은 다른 것 제쳐놓고 계절과 시간과의 소통이 제일 먼저 우리에게 요구되는 일이었습니다. 인간의 오감이 깨어나면서 자연이 무엇인지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 중의 하나이지요. 계절의 변화~!


이렇게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제 진짜 추위가 다가왔습니다. 그러다 오늘은 약간 포근했는지 아침부터 아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러대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나자마자 밖으로 줄행랑을 칩니다. 겨우 눈 온 지 2시간 정도 지난 시각입니다. ^^

아이들이 얼마나 기다리고 고다리던 눈 오는 날이었는지...... 



생애 3번째로 흰 눈을 보는 쌍둥이들도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서 놀랍니다. 아마 똘망똘망해지면서 확실히 눈의 존재감을 느낀 첫해가 아닐까 합니다. 저렇게 눈 들고 눈사람 만들고, 장난치는 것을 보니 눈의 존재감을 확실히 안 것 같아요. 

 


기다려~! 눈싸움하자~!!! 서로가 눈을 던지면서 깔깔깔 대는 것이 역시나 동심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끼네요. 



엄마, 눈 오니 아주 좋아~! 거센 바람에도 추위는 잊고 옷이 젖어 얼기 직전까지도 저렇게 좋아합니다. 



그러다 너무 세찬 바람이 불어 엄마는 아이들을 다 집으로 불렀습니다. 


"바람이 너무 세다~! 어서 들어와~! 우리 집 난로에서 따뜻하게 데우자. 엄마가 맛있는 간식 해줄게~!" 


간식이라는 말이 없었으면 들어올 기색이 없던 아이들이 마법의 단어, '간식'에 홀려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젖은 신발과 옷, 장갑을 난로 앞에 펼쳐놓고 말리기 시작합니다.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아이들에게 토스트를 해주고, 사과를 깎아주며 열심히 간식 대령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배는 바닥 없는 구멍인지 자꾸 채워지지 않고 배가 고프다며 또 뭘 달라고 합니다. 


역시나 눈 오는 날의 우리 집 단골 메뉴는 튀김~! 


아이들에게 튀김을 선사해줬습니다. 아빠에게는 당근 술안주가 되나요? 


 

 


눈 오기 하루 전, 운 좋게도 도시에 나가 장을 봐 왔습니다. 휴우우~ 폭설로 고립되면 며칠이 지나야 길이 뚫릴지 모를 이 시점에 집에 든든한 비상식량이 있는 것은 참 다행이지요. 

그래서 고산에서는 먹지 못하는 생선도 장 봐 왔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피시 앱 칩스를 해주었습니다. 물론 야채 튀김도 했답니다. 그런데 깜빡하고 사진을 찍지 않아 그냥 말로만~ 

정어리에 밀가루 솔솔 뿌려 만든 정어리 튀김입니다. 아삭 바삭 뼈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아이들에게 참 좋습니다. 생선 싫어하는 아이들이 과자 먹듯이 아삭 바삭 씹어먹는 모습은 참 기분 좋게 합니다. 

 


이런 튀김은 출출한 고산 아이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줍니다. 군것질할 곳이 없고, 다양한 간식이 없으니 우리 부부는 열심히 손수 만들어줘야만 한답니다. 여기 허허 벌판, 오지와 가까운 이곳에 식당이 있길 하나, 프렌차이저가 있길 하나, 군것질할 거리는 전혀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생활 방식이 매우 좋습니다. 없으니 우리가 손수 만들며 배울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이들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확실히 안심할 수 있으니 힘들어도 엄마가 만들어주는 것이 최고입니다. 



저는 홍합을 못 먹어본 지 오래 되었는데, 남편이 손수 만들어 준 홍합찜입니다. 시어머니 레시피를 고대로 적용한 이 홍합은 으음~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랍니다. 세상에 이렇게 단순하면서 기가 막힌 레시피가 있을까? 정말 놀라운 찜입니다. 


레몬과 후추 열매, 소금만으로도 기가 막힌 홍합찜이 된답니다. 


눈 오는 스페인 고산에 이런 해물 요리가 막 나오는 어쩐지 아이러니하면서도 오늘만은 이렇게 즐기는 게 참 다행인 모습입니다. 


앞으로 눈이 얼마나 더 전개될지 모르지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 언제 인터넷 끊길지 조마조마하여 얼른 포스팅 올립니다. 


여러분,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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