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짠돌이 남편이 고른 호텔

산들무지개 2016. 3. 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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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한 마드리드 여행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갔다 온 초고속 여행이었습니다. 사실은 이 여행은 우리 부부가 한 달 전부터 계획했답니다. 제게 일이 생겨서 방문해야 한 마드리드였는데, 남편은 꼭 세트로 가야 하는지 같이 가고 싶어 한 여행이었답니다. 그러다 일이 무산되어 할 수 없이 이 여행을 취소할까 하다가 그 주 운이 좋게 남편의 수제맥주대회 결과가 발표되어 같이 가기로 했답니다. 


이 호텔은 짠돌이 남편이 예약한 호텔인데요, 재미있게도 남편은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선택한 호텔입니다. 여성적인 섬세함이란? 꼬옥~ 가격과 분위기, 세일 시즌 등을 살피며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작년에 우리 부부는 마드리드 중심에 있는 한 호텔에 투숙한 적이 있답니다. 분위기도 좋고, 깨끗하고, 아주 레트로한 분위기의 제 마음에 꼭 드는 호텔이었지요. 별 세 개의 그 호텔은 가격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관없이 그 호텔로 예약하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비수기를 이용해야 한다며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호텔을 찾았습니다. 별 네 개 호텔 가격이 50%에 들어갔다며 저보다 더 좋아한 남편이 선택한 호텔입니다.  



마드리드 고야 거리(C/Goya)에 있는 빈치 호텔(Vincci Hotel)이었습니다. 



더블룸인데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답니다. 



늦은 밤, 저녁도 먹지 않고 도착한 호텔 룸에 환영 초콜릿 두 개가 반겨 얼마나 좋았는지요? 산또르님은 후다닥 보자마자 까먹었답니다. 그리고 작은 디테일들이 아주 마음에 들었답니다. 



미니 냉장고에는 어떤 먹을 게 있나? 뭐 호텔에 있는 것들이 있는 평범한 것이 있었습니다. 



여러 체인점으로 되어 있는 빈치 호텔이라 저렇게 잡지도 나오더군요. 그래서 호텔에 머무는 이들에게 문화적 잡지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더군요. 



초콜릿을 우물쭈물 먹으면서 뭘 사진 찍어? 하는 표정으로 어슬렁대는 남편. 



욕실~! 남편이 역시나 한국 때밀이 타올을 가지고 와 정성껏 사용했다는 뒷이야기가~ 



모던한 감각이 오~ 이런 스타일 집에 설치해도 괜찮겠는걸? 하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컵과 스펀지, 뭐 샴푸, 젤 등 다 있습니다. 예전에 저는 여행을 아주 많이 해서 호텔도 다양한 호텔을 사용해봤는데요, 언제나 친구들은 호텔서 이런 물건들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좋아하더군요. 

저는 짐만 되는 이 물건들을 그다지 챙기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그냥 이 물건들을 보니 옛날에 같이 여행했던 친구들 얼굴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뭐 짧은 여행이라 가지고 온 옷도 없지만 두툼한 외투를 걸어놓을 장롱도 있어 좋아요. 



뭐 가지고 있는 돈이 없어 금고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금고도 있습니다. 아~ 이 '금고'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고민했네요. 요즘 외국에서 너무 오래 살면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아 고생할 때가 많네요. 


그렇게 시골 사는 남편이, 여행 많이 한 남편이 요즘 늙어가나 봐요. 호텔은 죄다 좋은 호텔만 사용하고 싶어 하니...... 자전거 여행하면서 야외에서 노숙도 하던 사람이, 세계인의 무대에서 도미토리도 괜찮다며 허름한 유스 호스텔도 마다치 않던 사람이...... 요즘 피곤한가 봅니다. 


"이제 젊음도 지나고 배낭이 아니라, 트렁크 가지고 여행할 때야."


그러네요. 그런가요? 여러분? 저도 오랜만에 아이들 없이, 방 청소할 필요도 없이, 세탁할 필요도 없는 호텔에서 보내 참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 피곤한 몸이 어느새 회복되는 이 기분......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요, 저는 내일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안녕~!!!



이날 산또르 남편은 수제맥주대회에서 상을 무려 세 개나 탔답니다. 


와우~!!!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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