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요리사가 되어야 하는 스페인 시골의 밥상
뜸한 일기/먹거리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평야에서 펼쳐진답니다. 매일 일상으로 접하는 음식에서 가장 큰 변화가 생겨납니다. 요리를 그다지 즐기지 않던 저 같은 요리치도 전문가의 수준으로 변해버릴 정도의 환경적 제악을 받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그 음식에 대해서는 칼같이 변해버리고 맙니다. 물론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그 칼 같은 요리에 대한 촉은 더 심하게 변해버리지요. '뭐, 우리 두 부부만 있다면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지~' 라는 생각이 차츰 '아이들이 있으니 내가 전문가가 되어야만 아이들도 즐길 수 있겠구나.' 싶게 변하고 맙니다.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꼭 음식에 대해 고찰을 하시기를 이 꼭지에서 밝힙니다. 


왜 음식에 대한 고찰을? 


뭐 도시와 가까운 시골은 장 보기가 어렵지 않아 상관없을지는 모르지만, 우리처럼 마을과 먼 고립된 농가는 손수 해 먹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답니다. 그런데 자꾸 하다 보니 그 불편함이 당연함으로 변해버려 오히려 페스트 푸드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음식이 이상한 세상의 물건처럼 보이기도 하답니다. 


우리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 식단은 그래서 아주 창조적이라 할 수 있답니다. 


빵은 일주일에 두 번, 직접 구워냅니다. 


뭐, 대단한 빵은 아니지만, 작년 초부터 직접 집에서 빵을 만들어보자 생각하여 구워내기 시작했는데요, 아이들 학교 샌드위치나 간식 싸주기에 최고입니다. 매일매일 구워내기가 어려워 이렇게 한 번에 두세 개씩 구워낸답니다. ^^



빵틀에서 다 구워진 빵이 좋은 냄새를 풍기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빵~ 우리 집 빵 단골 메뉴가 되었습니다. 아빠는 바게트..... 가끔 해줍니다. 


대신 아빠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양 시리얼을 직접 만들거나 간식거리를 언제나 생각해냅니다. 


아빠의 간식거리


대단한 간식거리도 아닙니다. 시골 우리 채소밭에서 난 것들이지요. 냉동 딸기나 단호박 등.......

이번에 우리가 해먹은 단호박은 오븐에 구워진 아주 단 것이었지요. 이 단호박 처음에는 싫어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간식이 되었답니다. 



밭에서 수확한 단호박 오븐구이 



단호박에서 파낸 씨앗도 간식이 된답니다. 소금 솔솔 뿌리고 오븐에 토스트 하면 그야말로 호박씨 까는 재미로 먹는 간식이 된답니다. 


우리 식구들은 호박씨를 깐다~! 어쩐지 재미있는 문구가 되네요. 


국적 모를 밥상이지만 정성이 들어간 밥상


네~ 맞습니다. 한-서 커플이 만나 밥상을 차리니 당연히 국적 초월한 퓨전 요리가 자주 나온답니다. 그래도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지요. 우리가 사먹을 수 있는 여건에 없으니 먹고 싶으면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는 함정에 빠져 정성을 쏟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밥 전을 만들어 또르띠아와 함께 먹는 국적 모를 음식 



비스타베야 명물인 유기농 감자와 하몬을 넣은 요리 



아시아 마트를 다녀오면 항상 이런 식의 음식이 마련되곤 하지요. 위의 사진은 치즈 달걀말이, 중국 두부, 빨강무 시래기, 돼지고기 찜, 김치 찌개~ 이럴 때는 한식으로 한 끼를 거나하게 먹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요리하다 보면 케이크도 만들고, 피자도, 돈까스도, 짜장면도, 뭐 다양한 나만의 스타일로 요리를 터득하게 된답니다. 맛이 없을 수도 있고, 맛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가끔 손님들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우리 밥상의 먹거리를 보고 

"난 이 재료 싫어. 난 이거 싫어해~!" 하시면 난감하답니다. 

왜냐하면 정말 못 하는 실력으로 정성을 다한 요리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음식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남길 때도 난감합니다. 특히 이곳에 없는 재료를 가지고 한 음식들은 더하지요. 김치나 생선 등 우리 집에 없는 재료를 먼 도시까지 나가 사와 만들어 놓았는데, 남기고 버리는 것은...... 오우! NO! 


도시 살면 진짜 음식에 대한 민감한 그런 촉이 사라지는가 봅니다. 이것도 다 시골 살면서 그 촉이 살아나 밥상에 먹거리가 올라오기까지의 정성이 느껴져 함부로 할 수 없나 보네요. 도시에서는 그냥 어디서나 맘껏 사 먹고 버릴 수도 있으니...... 그런 촉들을 내 집에서는 살려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전문 요리사가 되어 피자도 척척 만들어 내는 제게 가끔 놀라기도 합니다.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요리치가 이제 이런 것도~!!!



이렇게 시골 사는 일은 곧 먹거리에 대한 세심한 고찰이 시작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손수 먹을 것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즐겁게 맛있게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위의 사진은 이웃이 "좋은 하루~!"라는 글과 함께 보내준 케이크입니다. 스페인 시골에서도 이렇게 음식이 오가는 정이 넘쳐나는 그런 감성이 여전히 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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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2016.03.31 08:31 신고 URL EDIT REPLY
아이들이 그새 부쩍 더 컸네요.
침대에 누워서 해맑게 웃는 모습에서 특히나요.

감자와 후디아 베르데랑 하몬 넣은 요리에서 꼴깍 침을 흘리는데 갠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요리 입니다.
글치 않아도 오늘 저녁 한가한 틈을 타서 직원들 저녁을 한국도 스페인도 아닌 퓨전요리를 신경써서 해줬어요.
다들 좋아하는데 특히 프런트 직원 다빗은 주방까지와서 너무 맛있다고 난리던데 일본간장 이지만 간장도
들어가고 참기름이 들어간 한국맛 비스무리 맛이 나는 요리이고 처음 먹어본 맛이니 당연히 맛있을수 밖에요.
주방장이 간장이랑 참기름도 구입해서 쓰는데 간장을 무슨 만능 양념으로 여기는지 거의 모든 음식에 넣어요.
어디서 들었는지 미림이 뭐냐고 묻더니 마드리드에 특별 주문해서 우리집에도 없는 미림이 떡하니 있답니다.

산들님과 저는 매번 보면 진짜 텔레파시가 지지직 하는것 같아요.
글치 않아도 오늘 지난주에 사인한 계약서를 받았는데 동료랑 신경전이 있어서 전문 요리사에 대해 생각을
하는 하루였는데 갑자기 내 계약서를 낚아채더니 어 너는 COCINERA로 계약했네 하드만 자기는 보조 요리사로
되어있다고 어찌나 심술을 부리던지 아니 내잘못도 아닌뎅 한달마다 하는 재고조사표도 나한테 하라공
홱 던져 버리공 아니 이건 막 우길일이 아니라 본인과 회사의 계약체결의 문제인데 말이죵.
본인은 뭐 여러가지 자격증이 있다고 하면서 불만이던데 내가 알기론 여름에 3개월 받은 강좌 자격증 이던데
사실 5월에 요리 실습으로 오는 학생들이 아무리 요리에 꽝이래도 주방장이나 나보다도 더 높은 레벨이라
실습 끝나고 제일 막내로 들어와도 실력과 상관없이 문서상으론 우리보다 훨씬 높은 상관이거든요.

김치도 스페인에와서야 담아 봤을정도로 요리하는 일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참 아이러니하죠.

노을 | 2016.03.31 20:41 신고 URL EDIT
오~~~~ 루나님 저도 그룹홈에서 요리 많이 늘었답니다. 남자 4명 밥해주다보니 늘었어요 하지만 아직도 레시피를 찾아보지만 처음보다는 칼질도 늘고요 물론 루나님 따라갈려면 멀었죠
나중에 루나님의 요리를 맛보고 싶네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4.02 02:40 신고 URL EDIT
어머나~! 요리 주방장께서 간장을 그렇게 사용하신다고요?
하긴 제 친구도 우리 집에 와서 여러 재료 물어가곤 했답니다. 손님이 새로운 맛을 요구하기에...... 김치 만드는 법까지도 알아갔다니까요!

그러게 공부를 해야, 아니, 티툴로가 있어야 제대로 취급 받는 것은 동서양 막론입니다. 경력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티툴로로 보니까요. ^^

하하하! 노을님도 대단하십니다. 그러게 요리라는 것은 할수록 느네요. ^^
2016.04.01 04:13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4.02 02:41 신고 URL EDIT
하하하! 그렇네요.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레시피 들을 땐 놀랄 때도 있답니다. 왜냐면 제가 엉터리로 배운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래도 맛만 좋으면 되지요? ^^
BlogIcon 프라우지니 2016.04.02 03:35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이 이제는 요리하는 재미를 붙이신듯 합니다. 저는 왜 해도 재미가 안 붙는것인지 절대 "전 요리하는걸 좋아해요."는 평생 못하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밥상머리에 함께 앉고 싶습니다. 아주 맛있게 보여요.^^
BlogIcon 4월의라라 2016.04.02 21:48 신고 URL EDIT REPLY
또 다른 세상에 사시는 것 같네요. 엄마로서 가족들을 위한 고심의 흔적이 보이는 글이 참 좋습니다.
엄마표 건강 먹거리에, 밝은 아이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요.
오늘도 대한민국은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외국에서 사시다 한국에 들어오신 분이 들이마실 때마다 공기가 이러니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하시네요. ㅜㅜ
스페인 고산평야의 삶을 부러워하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정미 2016.04.04 00:08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음식을 거의 스스로 해먹어요. 좋은 재료 장에 가서 봐서 집 마당에서 나오는 거 산에서 채취한 거... 빵도 스스로 굽고 거의 다 스스로 해서 먹어요.
힘들지만 그게 얼마나 좋은지 저도 잘알죠. 제가 다른 글에서 오티 수프를 해서 드시는 거 봤는데 오티를 넣고 그리이스 양치즈인 페타를 넣고 라비올리를 해서 먹어도 무척 맛있어요. 파므산 치즈만 나중에 갈아 넣어서 먹으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비올리가 되요.
글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나는지금여기있다 2016.04.06 15:54 신고 URL EDIT REPLY
요리는 무한한 상상력의 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리는 조화로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맛은 함께 어울어진 융합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리는 사랑이라 생각 합니다.
모아 2016.04.12 08:51 신고 URL EDIT REPLY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는 따뜻한 포스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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