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전문 요리사가 되어야 하는 스페인 시골의 밥상

산들무지개 2016. 3. 3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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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평야에서 펼쳐진답니다. 매일 일상으로 접하는 음식에서 가장 큰 변화가 생겨납니다. 요리를 그다지 즐기지 않던 저 같은 요리치도 전문가의 수준으로 변해버릴 정도의 환경적 제악을 받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그 음식에 대해서는 칼같이 변해버리고 맙니다. 물론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그 칼 같은 요리에 대한 촉은 더 심하게 변해버리지요. '뭐, 우리 두 부부만 있다면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지~' 라는 생각이 차츰 '아이들이 있으니 내가 전문가가 되어야만 아이들도 즐길 수 있겠구나.' 싶게 변하고 맙니다.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꼭 음식에 대해 고찰을 하시기를 이 꼭지에서 밝힙니다. 


왜 음식에 대한 고찰을? 


뭐 도시와 가까운 시골은 장 보기가 어렵지 않아 상관없을지는 모르지만, 우리처럼 마을과 먼 고립된 농가는 손수 해 먹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답니다. 그런데 자꾸 하다 보니 그 불편함이 당연함으로 변해버려 오히려 페스트 푸드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음식이 이상한 세상의 물건처럼 보이기도 하답니다. 


우리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 식단은 그래서 아주 창조적이라 할 수 있답니다. 


빵은 일주일에 두 번, 직접 구워냅니다. 


뭐, 대단한 빵은 아니지만, 작년 초부터 직접 집에서 빵을 만들어보자 생각하여 구워내기 시작했는데요, 아이들 학교 샌드위치나 간식 싸주기에 최고입니다. 매일매일 구워내기가 어려워 이렇게 한 번에 두세 개씩 구워낸답니다. ^^



빵틀에서 다 구워진 빵이 좋은 냄새를 풍기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빵~ 우리 집 빵 단골 메뉴가 되었습니다. 아빠는 바게트..... 가끔 해줍니다. 


대신 아빠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양 시리얼을 직접 만들거나 간식거리를 언제나 생각해냅니다. 


아빠의 간식거리


대단한 간식거리도 아닙니다. 시골 우리 채소밭에서 난 것들이지요. 냉동 딸기나 단호박 등.......

이번에 우리가 해먹은 단호박은 오븐에 구워진 아주 단 것이었지요. 이 단호박 처음에는 싫어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간식이 되었답니다. 



밭에서 수확한 단호박 오븐구이 



단호박에서 파낸 씨앗도 간식이 된답니다. 소금 솔솔 뿌리고 오븐에 토스트 하면 그야말로 호박씨 까는 재미로 먹는 간식이 된답니다. 


우리 식구들은 호박씨를 깐다~! 어쩐지 재미있는 문구가 되네요. 


국적 모를 밥상이지만 정성이 들어간 밥상


네~ 맞습니다. 한-서 커플이 만나 밥상을 차리니 당연히 국적 초월한 퓨전 요리가 자주 나온답니다. 그래도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지요. 우리가 사먹을 수 있는 여건에 없으니 먹고 싶으면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는 함정에 빠져 정성을 쏟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밥 전을 만들어 또르띠아와 함께 먹는 국적 모를 음식 



비스타베야 명물인 유기농 감자와 하몬을 넣은 요리 



아시아 마트를 다녀오면 항상 이런 식의 음식이 마련되곤 하지요. 위의 사진은 치즈 달걀말이, 중국 두부, 빨강무 시래기, 돼지고기 찜, 김치 찌개~ 이럴 때는 한식으로 한 끼를 거나하게 먹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요리하다 보면 케이크도 만들고, 피자도, 돈까스도, 짜장면도, 뭐 다양한 나만의 스타일로 요리를 터득하게 된답니다. 맛이 없을 수도 있고, 맛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가끔 손님들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우리 밥상의 먹거리를 보고 

"난 이 재료 싫어. 난 이거 싫어해~!" 하시면 난감하답니다. 

왜냐하면 정말 못 하는 실력으로 정성을 다한 요리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음식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남길 때도 난감합니다. 특히 이곳에 없는 재료를 가지고 한 음식들은 더하지요. 김치나 생선 등 우리 집에 없는 재료를 먼 도시까지 나가 사와 만들어 놓았는데, 남기고 버리는 것은...... 오우! NO! 


도시 살면 진짜 음식에 대한 민감한 그런 촉이 사라지는가 봅니다. 이것도 다 시골 살면서 그 촉이 살아나 밥상에 먹거리가 올라오기까지의 정성이 느껴져 함부로 할 수 없나 보네요. 도시에서는 그냥 어디서나 맘껏 사 먹고 버릴 수도 있으니...... 그런 촉들을 내 집에서는 살려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전문 요리사가 되어 피자도 척척 만들어 내는 제게 가끔 놀라기도 합니다.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요리치가 이제 이런 것도~!!!



이렇게 시골 사는 일은 곧 먹거리에 대한 세심한 고찰이 시작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손수 먹을 것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즐겁게 맛있게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위의 사진은 이웃이 "좋은 하루~!"라는 글과 함께 보내준 케이크입니다. 스페인 시골에서도 이렇게 음식이 오가는 정이 넘쳐나는 그런 감성이 여전히 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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