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눈 감고 음식 먹으라는 남편, 너무 했다

산들무지개 2014. 10. 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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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확철이라 들로, 산으로 자주 다니면서 여러 가지 먹거리를 수확하고 있답니다. 


얼마 전에는 야생배를 따다가 병조림으로 만들었고, 개암 열매를 따서 잘 건조시키고 있고요, 야생 딸기와 야생의 가을 버섯을 캐고, 따고, 자르고, 손질하고, 채집하고, 말리고...... 정말 정신없이 지내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런 야생 음식은 완벽하게 멀쩡한 것이 없답니다. 

다 구멍 나고, 흠집 있고, 벌레 끼고...... 말 그대로 야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요. 


그러면 전 또 투덜이가 댑니다. 

아흐! 정말 손질하기 어렵네.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면서 매번 이런 소릴 합니다. 


"뭘? 새가 쪼아 구멍 난 열매는 그야말로 가장 맛있는 거야!"


동물도 가장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남편의 이론이었습니다. 새도 보는 눈이 있다고 가장 단 것만 쪼고 다닌다는 것이죠. 그래서 새가 쫀 부분을 도려내고 먹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여기까진 제가 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먹거리에 애벌레 같은 벌레들이 끼어있을 때에는 정말 봐주지 못하는 것이지요. 


뒷동산 산책로 마가목 열매가 한창입니다. 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남편은 한국 갔을 때 맛본 마가목 열매 효소에 푹 빠져서 올해는 꼭 이 효소를 하자고 난리입니다. 아! 정말 그래야 할까? 


마가목 열매를 따고 다듬는 것이 지난번 야생배 다듬던 모습과 겹치면서 아...... 한숨 소리가 나왔습니다. 

애벌레 나오면 어쩌려구? 

요즘 버섯에서도 애벌레가 너무 많이 나와 저는 일일이 손질하고 다듬어서 말린답니다. 혹시 벌레가 들어가 그냥 먹거나 말리면 정말 싫거든요. 막 닭살이 돋을 정도로 싫은데 말이지요. 그런데 남편이 옆에서 그럽니다. 


"아이고! 왜 그래? 그까짓 열매 에서 나오는 벌레 가지고 그래?"


으으으윽! 난 싫다구! 


"생각해 봐. 사과 속 벌레는 사과 안에서 태어났고, 사과를 먹고, 사과 똥을 싸고 자라나는데, 그 벌레는 뭐야?"


"........ 벌레지!......."


"땡! 아니야. 그 벌레는 자고로 사과라는 소리야!" 


에라이! 내 그럴 줄 알았다. 


산똘님이 이런 야생 먹거리 손질할 때 제일 싫습니다. 아니야! 내가 다 손질할게! 당신은 쉬어! 소리가 절로 나온답니다. 자고로 전 벌레 하나 없이 깨끗하게 손질을 하거든요. 반면, 산똘님은 요런 작디작은 벌레는 벌레일 뿐이라 주장하면서 그냥 막 대충 손질합니다. 그래서 혹시 버섯 속에, 열매 속에 있는 요런 작은 벌레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위 속으로 들어가지 않나 걱정이 되기도 하답니다. 


버섯을 채취하고 난 후 손질하다 보면 발견되는 버섯 벌레들......


그런 버섯들은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


며칠 전 생쥐 사건을 다룬 포스팅 중, 방문객의 댓글 하나에 '쥐는 위험한 동물이니 죽여라.' 란 댓글을 산똘님께 말해줬더니, 



관련 글 - 우리 집에 온 '무단침입자'를 풀어주기까지..



"아니야. 옛날에 스페인 발렌시아 논에는 이런 생쥐가 많이 살았더랬어. 이런 생쥐는 논에서 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쌀만 먹고 살았지. 그래서 스페인 농부들은 논에서 이 파에야라는 요리를 하게 되었어. 바로 원조 파에야는 발렌시아 알부페라 호수 논에 사는 쥐로 한 음식이었어! 쥐 먹는다고 뭐 어때서? 논에서만 산 청정(?)한 쥐로......! 자고로......이런 쥐는 논에서 태어나, 쌀(벼)만 먹고 살았으니, 무엇이냐? 바로 쌀이다....이 말이란 말이야. 그래서 원조 파에야에 쌀(?) 쥐가 들어갔다는 말이지!"


헉?! 이 사람아! 여기서 쥐 타령이냐?!!!


며칠 전 잡은 생쥐




옛날 발렌시아 논에서 하던 원조 파에야는 이런 재료를 썼다는데......



저는 막 웃음이 나왔습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원조 파에야는 발렌시아 논에서 막 잡은 쥐와 토끼로 한 것이랍니다. 뭐, 지금은 아무도 쥐로 파에야를 하진 않지만 말이지요. 그러자, 남편이 옆에서 막 외칩니다. 


"아닐걸! 아직도 쥐 잡아서 파에야 하는 할머니들 있을걸?!"

헉?! 너무 했다. 남편......!


옆에서 또 외칩니다. 

"그러니 어딜 가나, 누가 파에야 해주면 무엇이 들어갔는지 알려고 하지 마!"

허어어억!!! 정말 너무 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원조 파에야 재료와 산똘님의 벌레 타령이 재미있으셨으면 응원의 공감 꾸욱~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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