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스페인의 흔한 주말 풍경, '온 가족 만남'

산들무지개 2016. 8. 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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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즐거운 주말을 보내셨나요?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시부모님댁에 다녀왔습니다. 가까이 산다면 자주 찾아뵙겠지만, 발렌시아에서도 차를 타고 2시간 반이나 먼 곳, 비스타베야 고산평야에 사는 우리 가족은 그렇게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네요. 


그런데 보통 스페인 사람들은 주말이 되면 꼭 가족을 보더라고요. 이번에 우리가 갔을 때도 시누이 가족과 시동생 가족이 와 있는 걸 보면 이 사람들, 꼭 주말이면 이렇게 부모님 뵙기 위해 오는구나, 떨어져 살지만 부모님이 외롭지 않겠구나, 라는 걸 느꼈답니다. 


이렇게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좋다는 것은 참 대단합니다. 스페인에서는 핵가족 시대가 아마도 몇만 년이 흘러야 가능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직도 가족이 사회구성원의 가장 중요한 항목에 속해 있으니 가족 없으면 안 되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우리 가족의 시댁 나들이 주말 풍경입니다. 



스페인 시부모님은 여름이면 항상 발렌시아 근교의 여름 집으로 향하십니다. 

그곳에서 올해도 수영장을 오픈하시고, 손주들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여기서 잠깐~! 


스페인에서 수영장이란......


한국에서는 부자들만 수영장을 가진다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땅이 남한의 5배나 넓어 그런지, 이런 수영장 있는 별장을 많이 소유하거나 빌려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지중해성 기후로 날씨가 흐린 날이 없어 수영장이 여러모로 '합리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6월에 오픈하여 9월, 심지어 10월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이렇게 열린 수영장이 별장마다 있는 경우가 보통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북유럽 사람들보다 더 수영장을 많이 소유하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게다가 수영장 물은 매년 새로운 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정수하여 3, 4 년은 기본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다지 사치라는 느낌이 없었고, 오히려 잘 활용하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느껴졌습니다. 



스페인 할머니가 이제 수영장 문을 엽니다. 

평소에는 어린아이들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로 쳐두었습니다. 



어른의 허락 없이는 문을 따고 들어갈 수 없도록 어릴 때부터 철저히 가르치십니다. 



할머니의 허락으로 수영장 울타리 문이 열립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꽁꽁 걸어두십니다.

아이들이 들어가 놀다가 물에 빠져 다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 날은 제가 보호자가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가 물놀이를 시킵니다. 

(그래서 물놀이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네요. ^^)



물에서 열심히 놀다 온도가 내려간 아이들이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 있습니다. 



누리는 물총으로 물을 끌어다 식물에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조카는 열심히 물놀이 중~ 



사라는 한국 언니에게 물총으로 쏘아대기를 무한 반복 중



자~! 이제 물놀이는 끝났습니다. 


할머니께서 준비한 점심 식사 시간인가요? 


여기서 잠깐! 스페인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역할이란? 


며칠 전 마드리드에 갔을 때 우연히 스페인에서 살고 계신 한국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나 뵈었답니다. 그분은 스페인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스페인 사람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 손녀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집도 아주 예쁘게 꾸미고, 다들 여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하잖아요? 부모가 되어 끝까지 책임진다고 손주, 손녀들이 올 수 있도록 또 최선을 다해 여생을 보내잖아요? 

특히, 부모에게 물려받은 집은 쓸모가 없다고 팔아버리는 게 아니라, 나중에 자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물려받아 관리하고 꾸미잖아요? 그런 점은 참 배울 게 많다고 봐요." 


그래서 그날 저는 세심하게 시부모님이 하시는 행동을 관찰했답니다. 



그런 면을 보면 참 부럽기도 했습니다. 

자식들은 아직도 늙으신 부모님을 뵈러 찾아오는 모습도 그렇고, 

부모님들도 자식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는 모습을요. 

물론, 한국 부모님께서도 그러하시지만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서로의 격차, 구시대 현시대의 의견 차이, 세대 차이 등이 크게 없는 것으로 보아 말입니다. 



아이들은 한쪽에서 할머니가 버리지 않고 모아둔 아빠의 장난감을 가지고 놉니다. 



강요하지 않고 그저 서로의 자리를 인정해주니 모든 구성원에 조화가 있습니다. 



큰 아이는 여전히 그림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아빠는 역시나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나 봐요. 요즘 감기 걸려 고생하더니 응석받이 아들이 되어 

시어머니께 응석(?)을 부립니다. 



점심은 시원한 차고에서 하자~! 

다들 의견이 모이자 식탁과 의자가 어느새 후다닥 차려졌습니다. 



거나한 음식 필요 없습니다. 

오늘은 크라텡 파스타~!



할머니 표 그라텡은 완전 바싹 익어 씹으면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것이랍니다. 



저는 치아 교정 중이라 약한 부분만~



제일 어린 오스카는 유모차에서 낮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희한한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점심은 끝나고 후식이 남았습니다. 

과일!



그런데 창고 한구석에서는 아이들이 뭘 할까요? 


아이들이 할머니가 보관해둔 아빠와 삼촌의 레고 박스를 꺼냅니다. 


할머니: "저 레고 박스 주인들은 어서 자기 물건 가지고 가~!"

레고 박스 주인들: "무슨 물건들요?"

할머니: "성하고, 배, 보트 등의 레고~!"

레고 박스 주인들: "엄마~! 아니, 성까지 엄마가 가지고 계세요? (농담으로) 비싼 성에서 배까지 타고...... 여기 꽤 부자네요. 그러니 더 부자 되시게 엄마가 보관해주세요."


이런 농담들을 합니다. 어머님도 오랜만에 두 왕자님 덕분에 행복해하시는 모습입니다. 

 


조카가 레고를 다 꺼내어 조립한다고 어수선하게 합니다. 

그래도 웃음은 끊이질 않네요. 



이제 고모가 아이들을 부릅니다. 

"여름의 별미다! 아이스크림 먹으러 와!"


어린아이들이 우르르르 고모를 따라갑니다. 


이렇게 스페인 여름에 흔히 보는 가족 만남이네요. ^^*

요 아이들도 추억으로 이 할머니 집을 그리워할 테죠? 역시나 할머니는 넉넉한 품과 사랑이네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추신: 제가 요즘 아이들 방학 때문에 정말 정신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마음은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는데...... 그렇게 못 하니 이해해주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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