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한국의 무당집 같은 스페인의 희한한 성당

산들무지개 2016. 8. 3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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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당집 같은 분위기가 흐를까요? 그렇지는 않고요. 여긴 무당집보다는 귀신 집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이상한 곳이랍니다. 소망의 기운이 하늘까지 치솟게 하기 위해선 어떤 초월적 상상의 상징들이 이 방안의 곳곳에 놓여있죠. 


이곳은 어디이냐? 바로 스페인 발렌시아 주 비스타베야 마을령의 산 조안 데 페냐골로사라는 중세 수도원 성당입니다. 그런데 이 중세 성당에서 웬 무당집 같은 분위기가 흐르느냐구요?


저도 너무 궁금해져 지역 사람들과 이곳 지식인들에게 물어봤죠. 이단적이라 부를 수 있는 이 미신적 영역은 어디에서 왔나요?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라 미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스페인 내에서도 보기 힘든 이런 성당 안의 비밀방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요? 라고 했더니... 거의 모든 이가 이런 대답을 합니다. 


고대 로마에서 스페인을 점령했을 때, 이곳 이베리아 반도에는 이미 신을 숭배하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아마 민간 신앙이 있었다고 하면 되겠죠. 로마가 정식 종교로 가톨릭을 채택할 때, 지역 사람들은 반발이 심했겠죠. 그래서 가톨릭이 교묘히 지역 민간 신앙을 흡수합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개종시키려는 노력으로 그 이단의 풍습을 배우게 되는 것이죠. 그것이 협작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방이 되겠습니다. 


그 순간, 난 아하! 빙고! 하고 소리쳤습니다. 바로 한국에서도 불교가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흡수한 칠성각이 있지 않습니까? 그 칠성각도 옛 한국인의 민간 신앙이었는데 불교가 들여오면서 흡수하여 가끔 절에 이 칠성각이 들게 되었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것이 생각이 났답니다. 아하! 그것과 비슷하구나, 했죠.



그렇다면 그 무당집 같은 산 조안 데 페냐골로사 성당 안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글레디에이터]를 끌어 들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막시무스 장군(러셀 크로우)이 왕위를, 오토 혹은 셀프로 물려받은 코모두스의 계략으로 자신의 가족이 불에 타 말살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복수를 결심하다 어쩌다 저쩌다 노예로 전락하게 됩니다. 노예로 전락하며 생긴 별명이 바로 "스페냐드"인데요.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 "스페냐드"는 "스페인에서 온 놈"이라는 뜻으로, 이베리아 반도 사람이었죠. 그리고 역시나 가족을 중요시하는 가정적 남성이었죠. 그런데 그가 검투사가 되어도 항상 가지고 다니던 부적이 있었습니다. 네! 죽은 아내와 아들을 상징하는 나무 인형이었죠. 아! 내 아내, 내 가족! 항상 그리워하고 눈물 흘리던 이 이베리아 장군... 



불에 타 죽은 아내와 아들의 시신을 보고 꺼이, 꺼이 우는 막시무스 장군!



일명 "스페냐드"로 불리던 막시무스 장군이 죽은 후, 

같은 흑인 검투사 친구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가족 인형을 땅에 묻어줍니다.

(사진: 해당 영화사 저작권)


바로 이베리아 시대 때, 그러니까 로마가 지배하면서도 유지하던 그 신앙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인형과 관련 있는 것! (앗! 영화 이야기는 여기서 끝!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보시는 것이 좋을 듯... ㅎㅎ 참, 위의 두 이름은 라틴어인데 막시무스와 코모두스의 뜻은 힘센 놈, 편안한 놈이라고 해석되네요. 완전 영화 속 인물들에 합당한 이름이 되겠습니다! 앗! 말이 딴 데로 흘러들어 갔네.....)



이 사진은 왜 첨가했느냐구요? 

위의 유물들이 바로 로마 시대가 진행되기 전의 이베리아 시대의 유물들이랍니다. 

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남근이 참 대단하죠? 

자손의 번창을 위한 형상이지요. 



그리고 특이한 게 몸의 부분 부분을 형상화한 조각들입니다. 

틀니 같은 사람의 치아도 있고, 눈, 다리 등등의 사람 몸을 형상화한 조각이 있습니다. 


왜 이런 조각들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다음의 성당에서 찾아볼 수 있답니다. 

 


자, 이제 산 조안 데 페냐골로사 수도원 성당의 내부를 공개하겠습니다. 이곳은 아무 때나 공개할 수 없고... 왜냐면? 문이 항상 닫혀있어서 어쩌다 여름날 주말이나, 행사 때에 사람들에게 공개합니다.



Sant Joan de Penyagolosa




이 풍경은 쓸쓸한 가을날의 한 모습입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들이 많은 날 중의 한 장면이죠.

겨울엔 썰렁하니 아무도 이곳에 오질 않는답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화창한 날이었답니다. 

여름에만 문을 여는 성당 옆 카페테리아입니다. ^^

또한, 수도원을 개조한 도미토리까지 있어서 하루 더 머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장소가 되겠습니다. 


그럼 이 안에 무당집 같은 그런 비밀의 방으로 한번 들어가 보실까요?



성당 내부는 보통의 성당과 비슷합니다.

이곳에서 한 때는 미사와 순례객들이 드나들었는데요, 지금은 행사 때에만 사람들이 옵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큰 행사를 이곳에서 하죠. 


관련 글 


http://blog.daum.net/mudoldol/207

"48시간 술과 노래, 소식으로 버티는 중세 순례자의 날"




자, 이제 방문을 열었습니다.

뭐 희한한 것들이 있는 게 보이시나요?

잘 살펴보시면 저것들은 밀랍 인형의 다리이거나 손, 팔, 머리 등등입니다.

저렇게 주렁주렁 걸려있으니 식겁하죠?! 



방 한쪽에는 기원하고 싶은 사람의 사진이 액자에 걸려있습니다.

이웃의 말을 들어보니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사진을 가지고 와 붙인다고 합니다.

또한, 고인이 된 사람도 명복을 빌기 위해 이런 사진을 가져다 이 비밀의 방에 걸어둔다고 하네요.

또한, 각종 소망을 위한 편지와 엽서 등도 같이 걸립니다.



이번에 온 한국 조카도 참 많이 놀랐답니다. @.@



자세히 살펴보시면 정말 밀랍 인형의 머리, 배, 목, 팔, 다리가 절단되어 걸려있는 걸 볼 수 있죠?

이것은 내 아픈 곳 낫게 해주소서! 라면서 간절히 비는 형태였다고 합니다

팔이 아프면 아픈 곳에 해당하는 인형 팔을 걸고 기원합니다. 

진짜 팔은 드릴 수 없으나 (인형의) 희생된 팔을 드리겠습니다! 

제발 낫게 해주소서.... 하고 말입니다.

개중에 아픈 곳이 나은 사람들이 와서 자신이 하고 있던 깁스를 바치는 사람도 있고요...

저기 각종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이곳에 바친다고 합니다. 

신은? 자세한 신분은 모르겠고, 아마도 가톨릭의 예수와 연관있는 듯도 하면서도 없는 

그런 형태입니다.  



자, 저 문밖으로 제단이 보이죠? 

가톨릭 미사가 저곳에서 있다는 것이 믿어지시나요?

한쪽은 무당집 방불케 하고 다른 쪽은 미사가 있는 곳!

정말 신기합니다.

 


오우! 이곳에서는 옷이 주렁주렁 걸려있네요!

시대의 흔적이 보입니다. 아주 오래된 패션이 간혹 눈에 띄고, 최신 티셔츠 같은 것도 눈에 띄네요.

네! 관찰되는 것처럼 아직까지 이런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있어......

기원을 위해 행사 날에는 많은 이들이 온다고 합니다. 



여러분, 어때요? 아주 신기한 스페인의 한 문화였죠? 

한국과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민간 토속 신앙은 다른 종교에 의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스며드는 것. 

어떤 분들은 가톨릭이 변질하여 이런 모양새를 내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현지 적응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교책이었다고 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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