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산, 우리 가족은 지금 즐거운 수확 중
뜸한 일기/자연


'수확'이라는 단어는 그 과정이 고생스러웠든, 즐거웠든, 손이 많이 갔든 간에 '결과의 산물'이라 어쩐지 그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어도, 보람찬 느낌이 들어가 있는 단어입니다. 가을에 지천으로 열린 열매에 내가 관여하지 않았어도, 위대한 자연의 풍랑을 스스로 헤쳐나온 식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선사합니다. 


해발 1,200m의 환경이 억척스러운 스페인 고산도 가을에는 어김없이 인간과 동물에게 나누어 줄 열매가 영글어 즐거운 수확의 기쁨을 줍니다. 4계절의 변화 일부를 어김없이 오감으로 느끼며 우리는 또 한 계절의 수확에 나섰습니다. 물론, 직접 노동하여 얻은 채소와 맥주, 음료 등 우리 손으로 얻은 것도 있지만요, 그냥 자연에서 자라난 야생의 열매들도 우리에게 수확의 기쁨을 준답니다. 



아침부터 아이들은 담벼락에 서 있는 야생 배나무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엄마~! 익은 것 같아. 빨리 따서 먹어보자."


어?! 그렇구나.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야생 배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 모든 것은 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입니다. 


"그래~! 올해도 야생 배 설탕 절임을 해먹자."

그래서 야생 배를 따기로 합니다.



그런데 옆에는 포도 덩굴도 있습니다. 

야생 포도이지요. 아직 익지 않았는데에도 아이들은 잘도 익은 부위를 찾아 

집으로 가져옵니다. 

시고 신 이 작은 포도를 좋다고 먹습니다. 

슈퍼에서 산 것보다 더 좋아하는 간식거리입니다. 

아마도 자기가 직접 딴 것이라 더 가치가 발휘되어 그런가 봅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채소를 구하러 텃밭으로 갑니다. 

무성하게 자란 풀과 무성한 단호박이 온 밭을 덮습니다. 

그래도 채소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잘 자라주고 있습니다. 


 

 

 


오늘 먹을 채소는 근대, 방울토마토, 양파, 상추, 호박입니다. 

가끔 이렇게 채소 한 바구니를 수확해오는 날은 여느 슈퍼에서 채소 사는 것보다 행복합니다.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근처 산딸기 덩쿨에서 놀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자~!"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많이 땄니?"



"조금밖에 못 땄어요. 내일 다시 와야 할 것 같아요."

한국 조카가 보여줍니다. ^^


집에 돌아가기 직전, 이 덩쿨을 발견하여 조금밖에 못 땄다는 겁니다. 

"이거 누구 코에 붙여요?"


이 말을 조카가 하자, 큰딸이 어리둥절해 합니다. 

"왜 코에 붙여?"


여기서 또 빵 터졌네요. 

너무 없어서 누가 먹어도 티가 안 난다는 뜻으로 아이에게 말해주니 그러네요. 

"그럼 내 코에 붙여."

한국말로.


아이가 요즘 한국말로 언니랑 조잘조잘 말도 잘합니다. 

역시 언어는 써야 느는 실용적인 생활 도구이지요. 



사라는 갑자기 하늘을 바라봅니다. 

"저기, 비행기!"



하늘이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가을~, 

그 안에 작은 비행기가 빛을 받아 반짝이며 어디론가로 급히 갑니다. 


이제 집으로 가자!



그런데 양 떼가 우릴 못 가게 시선을 고정합니다. 



양 떼도 이 가을이 좋답니다. 

어디든 나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작물을 다 수확했기에 온 들판이 자기들 집입니다. 


양치기 개가 다가와 인사해주고 다시 무리로 뛰어갑니다. 



저물어 가는 저녁녘 양 떼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안 합니다. 


"더 먹고오오오오오~"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은 어느새 딱총나무 열매를 따고 있었습니다. 

딱총나무 꽃은 봄에는 탄산음료를 만들고, 가을에는 이렇게 열매가 맺혀 시럽을 만듭니다. 

이 시럽은 감기 예방에 좋아 우리 아이들 음료가 된답니다. ^^



또 딱총나무 여린 가지는 치통을 낫게 해 보통 어린아이들에게 목걸이로 만들어 걸어 주기도 하지요. 



앗~! 남편의 얼굴이 어느새 중후한 중년으로 변해있습니다. 


남편도 인생의 가을을 맞는 것인가? 



불과 8년 전의 남편은 이렇게 앳된 미소년(?)이었는데...... 

아이들이 생기더니 머리도 팍 자르고 중후하게 변하고 말았네요. 

그래, 우리 부부는 지금 인생의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딱총나무 열매를 이제 하나하나 따서 시럽을 만들 예정이랍니다. 



그런데 남편은 또 수확할 무엇인가가 있다네요. 

우린 어디로 갈까요? 



로사 할머니가 빌려주신 창고에 와인 발효조에 넣은 맥주를 보러 갑니다. 



와인 발효조에 남은 와인 발효성분이 맥주와 만나 특별한 맥주가 되거든요. 



조심스럽게 조금 꺼내어 봅니다. 



농도를 재고, 맛을 봅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맥주가 어떤지 또 꼼꼼히 기록해둡니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요즘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네요. 

가을이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지요. 


저녁에 거창하지는 않지만,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오손도손 앉아 하루를 마감합니다. 



앗! 그런데 그날 밤, 제가 사진 찍는 걸 깜빡하여 요 사진을 대체하여 마무리합니다. ^^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여러분도 이 가을, 마음으로도 즐거운 수확을 맺는 날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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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맘 2016.09.08 01:13 신고 URL EDIT REPLY
아이들의 일상이 자연과 잘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것이 쉽지 않은데 말이지요. 인생의 가을로 접어드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제가 보기엔 아직 햇빛 쨍쨍 내리쬐는 여름인것 같아요. 아이들도 어리고 할일도 많잖아요. 아직 수확하시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는데요?
엄영희 2016.09.08 01:49 신고 URL EDIT REPLY
매일 재밌는 소식을 기다리며 자기전 나만의 행복을 즐기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스페인에도 근대가 있네요~ 상추와 야생배는 여기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요
풍성한 가을의 들판에서 뛰노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구름같은 양떼들과 귀여운 양몰이 개등 너무 예뻐요^^
산똘님의 인자하고 내공이 깊은 모습은 맥주제조 장인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두분 인간극장에서 젊을때 여행사진을 보았는데 너무 멋졌어요^^ 그리고 지금 두분의 모습은 반듯하고 기품있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모습 너무 좋아요^^ 아마도 소중한자연을 사랑하며 사는 행복의 모습이겠죠~^^
2016.09.08 02:38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힐링커피공방 2016.09.08 09:24 신고 URL EDIT REPLY
뉴스에서 스페인 화재 소식에 놀라 멜을 보냈습니다. ㅎㅎ
ㅠㅡㅠ제가 오바했지요. 이때즘은 스페인도 가을이군요.
아름답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시골 풍경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면 양..때..ㅎㅎ^^ 사랑스런 아이들..
정말 아름다운 이곳을 글로 나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윤스 2016.09.08 10:04 신고 URL EDIT REPLY
자연과 함께 살아가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우신 거 같아요
햇빛이 비추는 가을들판이 따사롭고
행복하기만 하네요 감사합니다 ^^

조카분도 스페인에 와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3자매는 한국말도 대화하니 좀 더
능숙해질 것이고 서로에게 너무 좋네요^^

모두 다 감사한 나날입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비단강 2016.09.08 14:00 신고 URL EDIT REPLY
딱 요맘 때, 고구마가 흙 속에서 아직 여물지 않았을때
우리 가족은 여러번의 콩밭매기 중 마지막 콩밭매기를 마치고
우리 형제들이 덜 여문 고구마 몇개를 캐고
풋콩 한포기를 뽑아서 밭가에서 구워 먹을 때
어머니는 콩포기 사이에 뿌려둔 열무를 한 바구니 뽑아서
노을지는 서산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지요.
그동안의 세월 동안 몇몇개의 행복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분명 산들님도 아이들도 그렇게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산들님 화이팅!!!
글쓰기 화이팅!!!
BlogIcon 오도리햇반. 2016.09.08 17:45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의 글을 읽으면 동화책을 읽는듯 합니다
빨강머리앤을 읽으며 나도 저런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산들님 가족들이 사는곳이 그런곳인것 같아요
넘 부러워요
조영애 2016.09.08 17:52 신고 URL EDIT REPLY
산들씨!
인간극장 보구 반해서 요렇게 소식받고 있어요
남편분도 인상이 너무 좋으시고 딸램이들도
너무 예쁘고 산들씨도 아름다우시고
영화에서나 볼수있는 아름다운 곳에 사시는게
부럽답니다 물론 고생하시며 이뤄내신거 알구요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예쁘게 사시길 바랍니다
전 이글 쓰고 다른 글 구경하러 갑니다
조카에게도 좋은 경험 구경 아 ...부럽다요
그럼 ...
사라안 2016.09.08 18:55 신고 URL EDIT REPLY
우리도 어린시절 산과 들로 돌아다니며 자랐는데 또 다시 이런 풍경보니 너무 정겹네요 산들씨네 옆에가서 살고 싶네요...
lucy park 2016.09.08 19:15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네는 벌써 가을이 느껴지네요 여긴 아직 땡볕에 뜨겁습니다 더욱나 어떤 나쁜놈이 불을 자꾸 지르는 바람에 요몇일을 잠도 못잤네요 ㅜㅜ
월요일 화요일 그리 걱정을 했었는데 길도 다 차단되고 해서 멀리서나마 우리 하얀집을 확인 하고서야 한숨 돌리수가 있었어요
오늘 드뎌 집에 갈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비행기랑 헬리콥터로 뭘 뿌렸는지 집이 온통 빨간 비가 쏟아져 청소할 일만 남았지요 그래도 울집에 무사하니 천만다행입니다


빨리 그 나쁜놈 잡아야할텐데 말이지요 ㅠㅠ
BlogIcon imkien 2016.09.08 22:03 신고 URL EDIT REPLY
햐 저렇게 야생의 과실과 말그대로의 야채들을 직접 수확하고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자 경험인 것 같아요 저도 어릴적 강원도에 살때 어머니랑 누나랑 산딸기 따고,오디따고,앵두땄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나네요 누구나 인생의 가을을 맞겠지만 그만큼 인간적인 성숙함도 함께 갖춰간다는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힐링 하고 갑니다 :D
산들바다 2016.09.09 01:36 신고 URL EDIT REPLY
산들씨~다른 나라에서도 들꽃처럼 씩씩하게 잘 살아가시네요. 나도 늘 언제나 산들씨네 가족처럼 사는 꿈꾸며 사는데ᆢ잘 안되요!! 간절하게 바라고 바라는데ᆢᒺ꼭 그대로 사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ᆢ많은 사람들이 산들씨네를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거 같아요ᆢᒺ살아가는 일이 팍팍해서 그런건가ᆢ
여유롭게 ᆢ느리게 ᆢ상처받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ㅡㅡ 도ᆢ
남경현 2016.09.09 18:29 신고 URL EDIT REPLY
정말 대단합니다. 맥주도 직접 만드시고.. 열매도 수확해서 음료수도 만들고... 자연과 함께 어울려서 사시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제가 지금 머물고 있는 터키도 과일이 너무나 맛있는 곳이지요. 올해도 수박과 멜론, 체리를 너무나 맛나게 먹었습니다. 수박과 멜론은 한국보다 훨씬 더 달콤하고... 무엇보다 체리는 검붉게 영글면 새콤달콤한게 한국과는 맛이 전혀 다릅니다. 다만 스페인에서 먹었던 납작복숭아가 별로 없다는 게 아쉽네요. 납작 복숭아 엄청 맛있던데.. ㅎㅎ
카케루 2016.09.09 21:34 신고 URL EDIT REPLY

방토가 아직 많네요 수분이 안되서 그런가 꽃만피고 열매가 안맺혀 오늘 뽑아버린다고 뽑았는데 방토가 밑에 숨어있었는지 툭 떨어지더라구요 이제 두그루남은거는 추석 지나고 뽑을려구요 토마토는 딱 모종 산가격 만큼 수확한듯 +_+ 산들네 토마토도 먹어보고싶네요
BlogIcon 유머조아 2016.09.12 18:55 신고 URL EDIT REPLY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어요.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것, 인생의 행복인 것 같아요...
yumeunsook5846 2016.09.13 04:55 신고 URL EDIT REPLY
아름다와요~~

행복해보여요 ^^;;
리사 2016.09.13 09:01 신고 URL EDIT REPLY
행복한 모습에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네요, 오래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BlogIcon 천닷컴 2016.09.13 10:51 신고 URL EDIT REPLY
저는 우리나라 시골 쯤으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스페인이였네요. 사계절이 있는 우리 나라와 너무나도 비슷한 풍경 잘 보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도 잘 보고 갑니다.
jerom 2016.09.18 18:43 신고 URL EDIT REPLY
아 신것은 XX

가면 갈수록 맥주맛이 궁금해지네요.
산돌형님께 인근 밭에서 수확한 밀로 맥주를 만들어보시라 권해보세요.

보리맥주의 알콜보다 몸에 부담이 덜가네요.

맥주에 증류시키면 위스키.
산똘형님 맥주로 위스키를 만들면 또 어떤 맛일까요?
궁금합니다...
2016.09.25 01:51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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