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추석이 오는 길목에서 달 구경했어요

산들무지개 2016. 9. 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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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추석이라고 온통 들뜬 느낌입니다. 

물론,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 우리 [참나무집] 식구들에겐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명절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마음만은 역시나 설레는 그 명절입니다. 

이것이 제 기억에 새겨져 있는 추억의 한 부분이라 그런가 봅니다. 

심리적인 즐거움이 계절과 함께, 하늘과 함께, 바람과 함께......

그렇게 마음속에서 이맘때 쯤의 추억으로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이 기간에 달을 보러 간답니다. 물론 보름이 뜨면 더 아름답겠지만, 

상현달이 뜨는 날에는 달이 일찍 지기 때문에 별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요런 날, 달을 구경하러 간답니다. 

오늘의 목표는 달의 표면과 토성을 보는 거랍니다. ^^



자~ 우리는 비스타베야 마을에서 운영하는 작은 소형 관측소에 갑니다. 

산똘님이 천문학 석사 강의를 듣고 이 관측소의 관리인이 되었답니다. 

하도 작은 마을이라 이곳에 오는 사람은 천문학에 관심을 가진 덕후들, 

호기심 많은 동네 아이들, 여름날 페냐골로사 자연공원을 찾은 방문객들 등 


 이 관측소 문을 연 날은 일 년에 몇 번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답니다. 


이렇게 닫혔던 소형 별 관측소가 문이 열리고, 우리는 이 가을밤의 정취에 젖어봅니다. 



남편이 일하는 자연공원 사무실과 화재 시 헬리콥터로 물을 떠 나를 수 있는 저수조입니다. 

맨 위, 세 개의 봉우리가 보이는 곳이 페냐골로사 산이랍니다. 



이날 해가 지는 시각이 8시 30분. 

이 시간에 맞추어 왔습니다. 

아직 눈에 보일 때 망원경을 조작하기에 좋다고 말입니다. 


달은 이미 하늘에 초저녁부터 떠 있었습니다. 



아빠는 문을 열고, 전기 동력기를 돌리고 이제 작동에 들어갑니다. 



소형 관측소이지만 이런 전문적 망원경은 우리에게 꿈을 실어주기에 큰 기능을 합니다. 



날짜를 입력하고 이제 망원경은 스스로 달을 찾습니다. 



그러는 사이, 엄마는 달과 토성 등이 있는 자리를 미리 알아봅니다. 

앱으로 우주 맵을 시행할 수 있으니 이거 참 대단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별과 별자리가 한눈에 보입니다. 



"이모~~~ 달이 참 예뻐요~! 신기해요!"

한국 조카가 참 신기한 듯 뚫어지라 달을 봅니다. 



그래? 그럼 이번엔 달 지도 앱으로 미리 달의 크래터 구경 좀 해보자. 


또, 저는 달 앱을 펼치고 달의 모습을 미리 감상합니다. 



"엄마, 동그라미가 있어. 엄마! 달이 돌이야."


누리가 소리칩니다. 



"엄마~! 달은 치즈가 아니야."

이번엔 사라가 외칩니다. 



"엄마, 달에 그림자가 있어."


큰 아이는 달 그림자가 왜 생기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태양에 비친 우리 지구 그림자야."


아이들은 눈으로 보고, 학교에서, 아빠에게 배운 것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 카메라가 그다지 훌륭하지 않아 달 표면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대략 위의 사진과 같답니다. 


그런데 더 잘 보이고, 더 확대하여 볼 수 있어 달의 표면 구석구석이 생동감 있게 보였습니다. 

누리가 옆에서 그러네요. 


"엄마~! 달에 있는 동그라미는 돌이 쓩~ 떨어져 생긴 거야."

앗! 아직 어리다고만 여겼던 누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네요. 

어떻게 알았지?

"누리는 알고 있었어."



하하하!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달을 구경합니다. 

이날 밤에는 윤동주 시인이 생각났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 모든 게 딱 들어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추석이라 해도 고향에는 못 가는 약간의 쓸쓸함과, 높은 하늘의 선선한 기운, 그리고 별~


(그러다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끼어 우리는 토성 고리도 못 보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답니다.)


이날 우리는 또 추억의 한 장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적어나갔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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