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외국인 친구들을 웃기게 한 남편의 한국식 습관

산들무지개 2016. 10. 1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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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체코 친구 가족이 놀러 왔을 때입니다. 십 년도 넘게 친해진 우리는 배우자들끼리도 십년지기 친구라 정말 친구처럼 지내는 그런 친구이지요.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요? 

그런데 친구들이 일주일 정도 머물다 가면서 남편의 희한한 행동에 아주 많이 웃은 적이 있답니다. 


이상한 행동이라고 하는 건 역시나 중앙 유럽 쪽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모습이라 이상한 행동이라는 표현을 했고, 사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남편의 모습이랍니다. 


전에도 한번 말씀드린 것처럼, 남편은 점점 한국인이 되어 가는 듯, 문화의 융합을 잘 활용하고 행동으로 옮기지요. 예를 들면, 무 농사를 했을 때 무청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꼭 챙겨서 삶아서 시래기 해먹는 이야기나 한국의 작업 방석을 엉덩이에 척 달고 풀을 뽑는 모습 등등. 생긴 것은 꼭 외국인인데 하는 행동을 보면 한국인 저리 가라는 모습은 웃음이 절로 나오지요. 


외국인이 보기엔 아주 생소한 모습이지만, 이 스페인 산또르 님은 당연히 생각하는 행동으로 지난번 외국인 친구들에게 아주 큰 놀라움을 선사했다지요? ^^*


한 번은 친구가 피자 두 판을 사와 오븐에 구운 적이 있었답니다. 


아이들이 떼거리로 달려들어(그쪽 2명, 우리쪽 3명, 총 5명의 아이들) 서로 먹겠다고 난리인 가운데 남편은 스윽 서랍에서 가위를 꺼냅니다. 하하하! 체코 친구는 눈이 동그랗게 되어 묻습니다. 


"왜? 가위로 뭘 하려고 해?"


"몰랐지? 잘 지켜봐."


하면서 그 피자를 싹둑 등분하는 겁니다. 


친구들은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엄청나게 놀란 얼굴로 웃습니다. 


"우와~! 이런 기발한 방법이! 체코에서는 가위로 피자를 자르지 않거든."


"하하하! 맞아. 여기서도 가위질은 하지 않지만 난 언제나 가위질이지. 이것도 한국에서 배웠어."


아니, 저 국적 다른 남편들이 하는 심각한 이야기가 가위질이라니!!! 보는 저도 아이러니한 이 상황에서 많이 웃었네요. 



▲ 사진을 찍지 못해 평소에 찍힌 남편 가위질 습관의 사진 한 장 올립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친구가 사다 놓은 스페인산 생소한 과일 중에 썩어가는 과일이 있더라는 겁니다. 


"산또르~ 이 과일 썩은 것 같아. 이것 버릴까?"


하면서 음식물 찌꺼기 쓰레기통에 버리려는 겁니다. 그러자 산똘님이 엄청나게 놀라서 하는 소리가~,


"잠깐! 잠깐! 멈춰~!"


하면서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과일을 홱~ 하고 건집니다. 


"야아~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이건 일부러도 이렇게 해서 먹는다니까!!!"


하하하! 이 과일이 무엇인지 아시겠어요? 바로 감이랍니다. 감이 물렁물렁해져서 썩은 것으로 생각한 친구가 버리려다 놀란 일화이지요. 


"오~ 그렇구나. 체코에서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과일이라서 그래."


"하하하! 스페인에서도 보통 사람들은 단단한 감을 깎아 먹는데, 우리 집안은 홍시를 더 좋아해서 이렇게 만들어 먹기도 해. 한국에서 먹은 홍시는 정말 맛있었거든. 이렇게 익혀 먹으면 더 맛있어." 합니다. 


실제로 스페인 시어머니께서도 한국식 홍시를 가르쳐드린 후에 감을 폭삭 익혀 드신답니다. ^^*



▲ 단단하지 않고 말랑말랑한 감을 보고 썩었다고 한 체코 친구의 

손에서 채어낸 감. 



▲ 한국식 홍시를 좋아하는 이 산또르 남편의 설명으로 

무사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


문화의 다르고 비슷한 모습에 우리는 서로 이야기하면서 웃고 흥미를 무척이나 많이 느꼈네요. 체코는 어떻고, 스페인은 어떻고, 또 한국은 어떤지...... 


마지막으로 남편은 빵 터지는 소릴 하더군요. 


"요즘 우리 애기들하고 떨어져 자서 잠이 도통 오지 않아. 우린 올여름까지도 함께 잤거든."


친구들 얼굴에서 헉?! 하는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아이들에게서 우리 부부가 독립했어. 그런데 아이들이 잘 자고 있는지 걱정이 되어 한숨도 못 자. 작은 소리에도 막 깨어나고 있으니...... 나 완전 심각해."



헉?! 아이들 엄마인 저는 오히려 푹 자고 신선하게 아침을 맞는데 이 스페인 남편은 한국식으로 아이들과 같이 자던 버릇에 길들여 이제는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네요. 아~~ 엄마보다 더 예민한 딸바보 아빠구나. 


아이들과 떨어져 자는 데 조금 상심한(?) 듯하여....... 제가 막 웃었네요. (미안, 미안~! 웃어서...... 그런데 솔직히 웃겨~!^^)


역시! 엄마보다 더 예민한 아빠야. 작은 소리에도 깨어나다니!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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