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스페인 살면서 언어 때문에 생기는 이중 고초

산들무지개 2016. 11. 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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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저는 대학과정과 같은 스페인 도자기 학교를 4년간 공부했습니다. 동시에 공립언어학교 6학년 과정을 다 마쳐서 스페인어에 어느 정도 실력이 붙었다 생각됩니다. 문제는 스페인의 몇몇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발렌시아도 공용어가 스페인어와 발렌시아어라는 것입니다. 


스페인에서 공식 언어로 채용된 언어는 카스티야어(스페인어), 갈리시아어, 바스크어, 까딸루냐어, 그리고 발렌시아어입니다. 까딸루냐어는 발렌시아어와 거의 비슷합니다. 약간의 단어만 다르고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답니다. 발렌시아어가 약간 더 부드럽고 까딸루냐어는 약간 억센 소리가 나기도 하지요. 그래도 같은 언어라고 보면 된답니다. 예전에 까딸루냐와 발렌시아가 같은 지방색을 가진 왕국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발렌시아는 조금 다르답니다. 13세기 아라곤의 자우메(Jaume I) 프리메로가 병장들을 이끌고 발렌시아에 왔지요. 무슬림을 물리칠 때 온 병장들 중에는 스페인어를 쓰는 아라곤 출신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착하여 살면서 발렌시아 내륙 쪽은 대부분이 스페인어를 쓰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스페인어 : 발렌시아어가 반반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여기서 잠깐! 발렌시아어가 스페인어 방언이 아닌가요? 하고 물으실 분이 있으실 것 같아.....

아닙니다. 발렌시아어(까딸루냐어)는 독자적인 언어입니다. 물론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있으나, 모든 과학, 의학, 문학, 예술 등등의 분야에 독자적으로 다 표현하여 문서화로 가능한 언어입니다. 포루투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처럼 라틴어에서 갈라져 나온 독자적인 언어입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요, 동네에 따라 언어가 차이 나기 때문에 정말 시골로 들어갈수록 알아듣기 힘든 발렌시아로 좀 고생을 한다는 이야길 하고 싶었답니다. 표준 발렌시아어는 부드럽지만, 시골 발렌시아어는 입을 막고 된소리가 더 심하여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페냐골로사 산이 고향인 양치기 아저씨 라몬은 발렌시아어를 쓰십니다. 그런데 그 앞집 300m도 안 되는 농가 출신인 카르멘 할머니는 이웃 마을 구역에 사셨다는데 스페인어를 쓰십니다. 아니, 서로 왕래하는 사이인데 마을 구획에 따라 언어가 갈라지다니요~! 



그런데 문제는 마을 사람들이 제게 스페인어를 하다가도 

금방 잊어버리고 발렌시아어를 구사한다는 겁니다. ㅠㅠ



물론 생활 언어는 다 알아듣지만, 집중을 많이 해야 하기에 참 피곤합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듣지 않고 회피하는 일이 잦습니다. 또다시 발렌시아어를 배워야 하겠지만, 지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못 배우고 있습니다. 그냥 귀동냥하여 배우는 수준이랄까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있으면 스페인어로 대화하는데, 가끔 이 엄마들이, 선생님들이 발렌시아어로 대화를 합니다. 매번 스페인어로 바꿔 이야기해달라 하기에 지쳐 이제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또 이 지방에 살면 이곳 사람들에게 배워서라도 발렌시아어를 배워야 한다는 미안함에 스페인어를 써달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단 전제를 달았습니다. 


"내가 발렌시아어 청취력이 조금 떨어져 스페인어로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중요한 부분은 말입니다."하고 말이지요. 


이렇게 해서 그나마 학교 활동에도 잘 참석하고 즐거운 대인관계를 유지했는데요, 




문제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간단 정보 전달에서 실수가 여러 번 있었다는 겁니다. 선생님들끼리, 엄마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를 하다가 정보를 전달하는데, 정말 중요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발렌시아어로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몇몇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아니면, 제가 알아듣지 못하고 학교 행사나 일에 참석을 못 했다는 겁니다. 아이들 프로젝트 발표회 때 부모들이 참석하면 좋겠다란 정보를 제게는 누구도 전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이들은 왜 엄마는 학교에 오지 않았어? 묻는데, 정말 화가 났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겠다 생각하여 그다음 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저도 모르게 화를 내고 말았답니다. ㅠㅠ


"나도 이 학교의 학부형인데 왜 이런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스페인어를 써달라는 내 부탁이 힘들다면 발렌시아어로 통신문 같은 문서 전달을 해라. 아니면 간단하게 메신저를 보내든가. 모든 게 입(발렌시아어)으로만 전달 된다면 내가 못 알아듣고 놓치는 부분이 있다. 눈으로 볼 수 있게 문서화, 사진화 하는 게 좋지 않은가?"


저도 모르게 소리가 커지고 사람들은 꽤 놀랐습니다. 평소에 정말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이 화를 냈기 때문이지요. 발렌시아어 쓰는 마을에 살지만, 공식 언어는 스페인어이기도 하고, 학교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면 제게 정보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신경 써달라고 항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 목소리가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여기 살고 싶으면 이곳 언어를 써야지?!"


하고 반감을 살 것 같았던 이웃들도 미안하다며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저도 제 목소리에 퍽이나 놀랐지만, 계속 눈치 보면 안 되겠다 생각되었습니다. 이웃들의 태도가 하나둘 바뀌기 시작한 것이지요. 아! 놀라워라!


남편이 제게 그러네요. 


"잘 항의했어."


남편 버전은 한국에서 온 문법이 전혀 다른 한국어 쓰는 사람이 스페인어도 힘들게 6년을 공부했는데, 지금 발렌시아어를 쓰는 마을에서 그 언어를 도입하기 위해, 이웃 사람들이 좀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문법이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이가 또 다른 언어를 배워야 하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가 하는 겁니다. 


미안한 마음에 발렌시아어를 배우지도 못한 주제에 그런 요구를 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같이 소통하려는 노력에 사람들은 반응했습니다. 역시 우는 아이에게 먼저 젖 준다는 말이 맞네요. 그래서 그다음 부터는 꼭꼭 메신저로 학교 정보를 전달받고요, 남편 도둑이었던 이웃 여자분도 제게 꼭 스페인어로 대화를 시도한답니다. 휴우우~! 덕분에 남편 도둑 이웃 여자와는 더 돈독한 이웃정을 지금 나누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위의 포스팅 제목을 클릭하시면 된답니다. 그때 남편 도둑으로 몰아 미안하네요. ^^*


여러분, 오늘은 그냥 이야기입니다. 저도 덕분에 이 일화를 계기로 발렌시아어를 조금씩 더 배우고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언어 배우는 일은 참 즐거운데 가끔 언어로 생기는 문제는 아이러니하네요. 그래도 언어로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 각자의 몫이겠죠? 스페인 살면서 언어 때문에 생기는 문제, 하나둘 풀어나가면서 해결해야겠습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이 글은 지난번 예고해드렸던 

마을 사람들에게 화낸 일화입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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