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집 장작 난로로 구운 도자기 접시

산들무지개 2016. 11.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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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환경에 불평하지 말고 그 환경에 맞게 방법을 찾으라~! 


이 말이 어느새 제 모습이 되었습니다. 지금 자랑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으로 제게 주술을 건 진실이랍니다. 이곳은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평야로 도시까지 가려면 1시간 차를 몰고 구불구불한 산을 타고 나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제약적인 일들이 아주 많답니다. 


제가 스페인에서 도자기를 공부하고 도자 작업을 해왔는데요, 스페인 고산에 들어와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동안 이 작업을 수월하게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 가마는 가스 가마인지라 프로판 통을 구하는 일이 이곳에서는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환경에 적응한 방법이 일단 장작으로 도자기를 굽는 실험을 하게 되었답니다. ^^*


그래서 제가 어느덧 장작 가마가 아닌, 집 장작 난로로 도자기를 굽는 전문가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헉?! 오늘 아침에도 학교로 찾아온 이탈리아인 예술가가 제 손을 덥석 잡으면서 그럽니다. 


"누님~! 한 수 가르쳐주십시오~!"


헉?! 한 달 동안 전 세계 예술인이 모여 작은 워크숍을 하고 있었는데, 작품을 장작으로 굽고 싶다고 제게 물어온 것이지요. 알지도 못하는 (잘 생긴) 남정네가 손을 덥석 잡아줘 기분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장작의 대가라고 소문이 난 터에 기분이 좋아져 흔쾌히 허락한 하루였지요. 


"그래~! 내가 한 수 가르쳐주마~!"


그래서 가르쳐주는 포스팅을 올리는 게 아니라 오늘은 제가 집 장작 난로로 직접 구워본 접시를 여러분께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장작이 활활 불타는 시점에 유약 바른 접시를 올려 구워본 것인데, 이것이 전혀 가능할지 몰랐는데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여러 실험을 지금 준비 중이랍니다. 



자, 여러분들은 지금 우리 아이들과 함께 만든 도자기 테라코타 구운 작품들을 보고 계십니다. 

1차 소성 후에 유약을 발라 2차 소성을 해야만 우리가 알고 있는 예쁜 도자기 그릇이 나오지요. 

그런데 테라코타도 참 예쁩니다. 여러분이 아실지는 모르지만, 

제가 토기 만드는 방법도 이미 포스팅으로 올렸습니다. 



위의 제목을 클릭하시면 위 사진의 그릇들이 어떻게 구워지는지 쉽게 알 수 있답니다. 

자, 사진의 큰 접시가 제가 만든 그릇입니다. 


집 장작 난로로 과연 도자기 접시가 구워질까요? 

아니,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말도 안 돼~! 하실 분을 위해 여기서 직접 밝힙니다. 


먼저 유약을 발라 장작 난로에서도 1,000℃에서 용해되는 유약이 구워지는지 알아봐야만 했답니다. 

그래서 아이들 그릇부터 구웠습니다. 



아이들 작품이 이렇게 투박하지만 나름대로 예쁩니다. 

간장 종지로 쓰면 좋을 듯~



자, 이제 낮은 온도에서 구워지는 유약을 만듭니다. 

산화, 환원에 따라 철의 색깔이 달라지므로 철분 많은 유약을 만들어봤습니다. 



솔로 장작 난로로 굽느라 붙은 재를 다 털어냅니다. 



그리고 유약을 발라주고, 하루 후 다 마르면 굽습니다. 



불이 활활 달았을 때 집게로 작은 그릇들을 넣습니다. 

빨갛게 변할 때까지 열심히 구워줍니다. 

라꾸 가마와 비슷하지만 집안 장작 난로입니다. ^^*



짜잔~! 완성된 아이들 그릇입니다. 

그런데 유약이 잘 퍼지지 않고 저렇게 뭉쳤네요. 

그래도 아이들 첫 번째 유약을 입힌 작품이라 나름대로 의의가 있습니다. 



이제 엄마가 만든 접시에 유약을 바르고 장작 난로에 넣습니다. 

과연 잘 될까요? 

중간중간 재가 날아서 떨어지고, 장작 일부가 떨어져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짜잔~!



완성된 작품입니다. 


물론, 유약이 일정하게 잘 펴지지 않고 울퉁불퉁 좀 투박하게 나왔지만 아주 마음에 듭니다. 

환원한 곳은 푸른 색으로 산화 소성한 부분은 붉은 색으로 나왔습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연기 유무에 따라 색깔이 변합니다)


아이들은 바닷속 세상이라고 합니다. 

큰 상어가 헤엄쳐 다니고, 작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거니는 공기 방울 송송 오르는 

예쁜 바닷속이라고 합니다. 

정말 색깔이 환상적으로 나왔습니다. 

비록 굽는 도중 장작에서 숯이 떨어져 나와 유약을 잘 녹이지 못하고 저렇게 

이상 효과를 냈지만 말입니다. 


이제 음식을 담아볼 차례입니다. 

 


먼저 녹색의 고추와 빨강의 토마토와 고추를 올려놓아 봤어요. 

으음~ 색깔이 참 마음에 드네. 



집 조명이 다 노란색이라 이렇게 좀 어둡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진짜 음식을 올려놓으니 


"우와~! 예쁘다!" 

아이들이 난리입니다. 


어?! 이거 은근히 멋진 도자기 그릇이 되어 나왔네요!



그러고 보니 단점이 장점이 되는 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있는 환경에서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은 작품이 이곳 특유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니 참 특별하네요. 


이제 저는 다른 방식의 장식 효과를 낼 실험을 생각하고 있답니다. 

하나하나 하다 보면 장작 난로로도 할 수 있는 많은 소성법이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그 이탈리안 예술가와는 목요일 즈음에 장작 소성을 하기로 했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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