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다

외국인 교수 부부가 기억하는 한국의 신기한 점

산들무지개 2016. 12. 18.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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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람들은 '꽃보다 음식'이라고, 정말 '음식'에 살고 '음식'에 죽는 듯합니다. 그래서 손님 집 초대받아 갔을 때도 대체로 후식이나 와인 등 같이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를 가지고 간답니다. 누가 손님 집에 꽃을 사 갔다고 하면, '우와! 미쿡물 먹었나 봐.' 할 정도로 이상하게 생각한답니다. 


한국의 이천 도자 비엔날레에 스페인 교수님들과 함께 초대되었을 때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음식을 근처 식당에서 해결했습니다. 물론 아침은 호텔에서 해결하구요. 호텔에서 해결하는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젓가락 사용하시느라 참 고생 많으셨네요...


호텔의 아침 식사는 거의 서양식 뷔페 음식이라 아무 문제가 없었답니다. 다만, 한쪽에는 아침 백반이 준비된 곳도 있어서 우리 교수님들이 의아해하시기도 했답니다. 한 번 드셔 보실래요?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점심에도 먹을 건데, 아침은 그냥 서양식으로 하자, 하십니다. 


그런데 젓가락도 써봐야 그 재미가 는다고 교수님 부부는 기념품으로 젓가락을 많이 사 가셨습니다. 특히 에디슨 젓가락을 선호하시더라고요. ^^




바닥


이것은 모든 외국인들이 느낀 한국의 신기한 문화겠죠? 우리가 갔던 식당의 대부분이 온돌로 되어 있었답니다. 저는 한국인이니 뭐 불편할 것도, 편할 것도 없게 그렇게 당연하게 여겼었죠. 그런데 전혀 바닥에서 식사를 해보시지 않은 이 스페인 교수님들은 참 신기하게 생각하셨답니다.  


또한, 같이 참석한 모든 서방세계(벨기에, 프랑스, 미국 등) 작가들도 신기하게 생각하셨답니다. 

한참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어떻게 자리에 앉을 줄 몰라 다리를 꿇었다가 다시 폈다가 좌식에 익숙해진 문화에서 이 온돌 문화로 당장 실행하기엔 역부족이신 듯 보였답니다. 



얼마나 고통을 받으셨으면 나중에 연세 많으신 분들이, '오늘은 테이블 있는 곳에 식사하러 가요!'하셨겠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식집은 이런 테이블이 있는 곳이 드물었다는 겁니다. ^^* 언제나 중국집으로 식사하러 가시게 되었답니다. 



식사 전 주는 물수건


스페인 식당에서 물수건을 내오는 곳은 거의 없답니다. 웬만한 손님은 화장실에서 (전통적 방법으로) 손을 씻습니다. 그런데 이거 참 비행기도 아니고...... 한국에선 식당에서도 물수건을 내어줘요! 신기한 듯 말씀을 하셨답니다. 저는 한국인이라 당연하게 생각한 그 물수건이 스페인 교수님께는 신기한 한 모습으로 보였나 봐요. (만약 미스터 빈이었다면 이 물수건 좋다고 얼굴이랑 목이랑 다 깨끗이 닦았을 듯... 에잉? 갑자기 삼천포?) 



어떤 식당에서는 앞치마까지 둘러야 했습니다


처음 간 식당은 전체 오리엔테이션과 비슷한 분위기로 닭갈비 집에서 축하의 장을 열었답니다. 닭갈비 집!

오우! 그런데 아줌마께서 아무 곳에나 앉으세요! 하시면서 가져온 것은 아하! 앞치마입니다. 

처음 앞치마를 받으신 우리의 스페인 교수님 부부는 이거 왜 가져 온 것이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십니다. 


앗! 전 이미 이 앞치마 문화를 알아서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닭갈비를 직접 구워 먹을 텐데요, 양념이 튈 수 있어서 이 앞치마를 하셔야 해요!" 하고 말입니다. 

그러자 여자 교수님께서 "하하하! 한마디로 냅킨이네요!" 하십니다. 

마치 스페인의 칼솟(calsot, 스페인식 대파 구이 요리) 전문점에서 '턱받이'하고 먹는 것처럼 말이지요. 


정말 그러고 보니 스페인 같았다면 정말 진기 명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답니다. 두고두고 한국에서 앞치마 입고 식당에서 식사했어~, 하시면서 회상하신다는......



한국에서는 앞치마


VS


스페인에서는 턱받이



샘킴님 스페인 방문 때 드셨던 칼솟 요리입니다. 



고기 뒤집기


스페인 교수님과 서양 작가들이 즐기신 요리는 당연히 불고기입니다. 불고기와 닭고기 같은 고기 구워 먹는 스타일의 음식점은 정말 스페인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요릿집이랍니다. 물론 고기를 구워주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직접 손님이 알아서 굽는 곳은 없답니다. 


뷔페식에서는 고기를 한쪽에서 구워주는 곳이 있구요, 나머지 샤부샤부를 다루는 일본식당이나 중국식당에서나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답니다. 그런데 여기서 14년을 살아도 이런 고기 요릿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답니다. 오직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대도시의 한식당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지요. 


그러니 스페인 교수님 부부는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비록 중간중간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뒤집어주셨지만, 같이 간 한국 작가분께서 다 알아서 뒤집어주시니 거참, 신기하구먼~, 하셨던 것입니다. 꼭 집에서 요리해 먹는 것 같아요! 하셨죠. 



자가용으로 이동 중 엉덩이가 뜨거워진 경험


새벽 일찍 도착하신 스페인 교수님들을 모시기 위해 자가용을 가져오신 담당자분께서 호텔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좌석에서 담당자님과 대화를 하면서 같이 가게 되었지요. 스페인 교수님 두 분은 뒷좌석에서 여정을 푸시는데 갑자기 여자 교수님께서 머뭇거리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있잖아. 이거 좀 이상한 거 아닐까? 말하기 좀 그런데 여기 좌석이 너무 뜨거워서 엉덩이가 뜨끈거려~!"


헉?! 저도 잘 모르는 이런 이야기를? 한국에 가끔 들어가는 이 글쓴이도 참 몰랐던 문화이지요. 담당자님께 교수님 사정을 이야기하니, 


"너무 피곤하시고, 새벽이라 추울 것 같아 열선을 켜뒀어요~!"

아하! 그러니까 차 시트에 열선이 있었던 겁니다. 하하하!

사실, 스페인은 북유럽이나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아주 따뜻한 나라이기 때문에 자가용 시트에 열선은 옵션으로 넣질 않는답니다. 그러니 이런 새 문명(?)에 아주 신기하게 생각하셨던 것이죠. 



이런 말씀을 해드리니 두 교수님 부부는 아주 흐뭇하게 웃으셨습니다. 신기한 한국 문화라고 말이지요. 게다가 남을 생각하여 미리 이런 소소한 배려까지 하는 게 참 좋으셨다네요. 



한국에서 경험한 공중목욕탕


이 이야기는 지난번 다루었기 때문에 링크 제목으로 걸어둡니다. 

아래의 제목을 클릭하시면 바로 그 내용을 읽으실 수 있어요. 


2016/11/10 - [국제 수다] - 한국 공중목욕탕에 같이 간 외국인 여교수의 반응



오늘은 저의 두 스페인 교수님의 경험담을 몇 가지 이야기했습니다. 스페인과는 다른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을 추려 말씀을 드렸는데요, 한마디로 한국에서 평생 겪어보지 못한 신기한 체험을 하셨다고 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음식에 대해서는 정말 '꽃보다 음식'이므로 이런 경험을 두고두고 회자하고 계십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맛보았던 수많은 음식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으시다고 가끔 제게 전화를 걸어주시기도 하십니다. 그리고 신기한 한국 문화도 두루두루 기억하시네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다음 포스팅은 스페인 현지인들과 함께한 송년회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제가 송년회 간 사이에 아빠와 아이들이 한 일에 관한 이야기도 같이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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