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산의 양치기, 전설과 이야기꾼
뜸한 일기/이웃

여러분, 즐거운 날인가요? 


오늘은 편안하게 글을 쓸게요. 



여러분은 '양치기'하면 어떤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오르세요? 저는 스페인 양치기를 알기 전에는 '소년'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랐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것처럼 소년이 양을 몰면서 큰 들판에서 한가로이 누워있는 모습이 말입니다.


그러다 제가 스페인 고산에 정착하면서 양치기를 보게 된답니다. 


이곳에서는 소년이 아닌,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가 양치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매일 걷고 태양 아래에서, 추운 고산의 바람을 맞으며 이런 일을 힘들게 하고 싶어하지 않으니 아무도 이 양치기라는 직업을 원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도 양치기는 이미 고령화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라스트 모히칸]이라는 영화가 떠오를 정도로 이곳의 양치기 직업은 이 세대가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하답니다. [라스트 파스톨(pastol, 양치기, 목자)]이라고 할까요?



스페인 사람들은 양치기를 "아주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다들 이야기합니다. 


하긴, 양을 치면서 자연에서 배우고 사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가겠지요. 


우리의 비스타베야 평원의 양치기들도 아주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랍니다. 칼렌듈라라는 같은 꽃을 보아도 꽃의 색깔이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양치기 아저씨는 저에게 말해주었고요, 개똥을 화단에다 바르면 양이 함부로 꽃을 먹지 않는다고 하고요.... 아무튼, 신기한 이야기를 자주 해주신답니다. 


그런데 가끔은 정말 엉터리 같은 이야기도 해주신답니다. 


요즘 겨울이 오기 전 매일 우리 집을 방문하시는 라몬 아저씨는 하루하루 다른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믿어야 될지, 말아야 될지...... 난감한 이야기에서부터 손을 탁 치는 이야기까지...... 이 라몬 아저씨의 레퍼토리도 장난이 아닙니다. 이거 생방송으로 했다면 무슨 예능 시리즈 저리 가라, 일 것 같기도 하네요. ^^



어제는 뱀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정말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했던 이야기였답니다. (아니, 너무 웃겨서 하하하하! 큰 소리로 웃었던 이야기였습니다.)


뱀 때문에 걱정이 된다는 하소연을 했었는데요, 아저씨는 대뜸 그러셨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이거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야. 내가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거든. 아기를 막 낳은 엄마가 아기 젖을 매일 주는데도, 아이가 배가 고픈지 계속 울어댔다는 거야. 아기는 크지 않고 자꾸 시름시름 힘이 없어져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말이야, 창문에 밀가루를 뿌려놨었더랬지.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 그 밀가루에 뱀 문양이 스르륵 그려져 있었던 거야. 알고 봤더니 뱀이 창을 타고 넘어와 아이가 빨아야 할 젖을 뱀이 물고 마셨다는 거야. 아기는 뱀 꼬리만 물고 젖이라 생각해서 쭉쭉 빨았다는 거야. 밤이라 엄마는 잠결에 아이가 젖을 빠는 줄로만 알았지. 뱀이 정말 영특하지? 이 뱀이 엄마 젖을 다 마시면 그제서야 창을 타고 도망을 간 거야. 그리고 밤마다 찾아와 그 짓을 똑같이 했다는 거야." 


앗! 아저씨! 뱀이 사람 무는 것은 봤지만, 인간의 젖을 빠는 것은 좀 상상이 안 되는 디유.....! 


양치기 아저씨가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이것은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소리가 막 나올락 말락 했지요. 

아니, 뱀이 저럴 수는 없지요. 게다가 엄마가 왜 밀가루를 갑자기 뿌려서 뱀인지 아닌지 알아냈는지...... 그것도 미스터리 하잖아요? 하면서 막 웃었어요. 


"하하하! 정말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말이야.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일어난 일이 또 있어. 이것도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가 보시고 깜짝 놀란 풍경이었어."


"어떤 풍경요?"


"글쎄 어느 날 소가 들판에서 꿈쩍도 않고 서 있더래. 그래서 왜 저럴까? 하고 생각한 아버지께서 다가갔더니 글쎄 소의 뒷다리를 타고 어떤 뱀이 올라가 소젖을 빨고 있더래. 쪽쪽 빨아먹는 것이 참 이 뱀이 영특하더라. 그래서 소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렇게 있었던 거야."


"에이, 아저씨!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에이, 아니라니! 맞아. 우리 아버지께서 소젖 빠는 뱀을 작대기로 치우려고 하자, 뱀이 어떻게 한 줄 알아?"


"어떻게요?"


"글쎄 뱀이 젖을 물다 말고 화가 나서 소 뒷다리에 감겼던 꼬리를 풀어 한 번 크게 휘어 소를 빵 채찍질했다는 거야. 그리곤 도망가버렸다네....... 나중에 아버지가 소 다리를 보니, 뱀이 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더라는 군.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까맣게 타버려 평생 그 소는 절뚝거리며 다녔대."


'어? 정말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닌 것 같은데...... 뱀이 물지 않고 젖만 빨아 먹고 갔다는 이야기가 너무 의심스러운데......?'

제가 갸우뚱 속으로 생각하니 아저씨께서 심각하게 그러십니다. 


"진짜야. 이 이야기! 뱀이 얼마나 영특한 놈인지 몰라."


하하하! 여러분, 스페인 고산은 아직도 전설과 이야기가 통하는 [라스트 모히칸]의 공간입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정말 믿거나 말거나한 스페인 고산의 라스트 양치기 아저씨께 응원의 ♥공감을 던져주세요. 아저씨도 좋아하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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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E J 2014.10.14 00:17 신고 URL EDIT REPLY
ㅋㅋㅋ재밋어요! 어릴적 촛불아래서 외할머니의 전설이야기를 듣고잇는 느낌이네요 ㅎㅎ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5 21:43 신고 URL EDIT
EJ님, 정말 재미있지요? 저도 이 글 쓰면서 아주 즐거웠답니다. ^^*
노을 2014.10.14 01:14 신고 URL EDIT REPLY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하시는 라몬 아저씨네요
오밤중에 너무 웃겨서 한참 혼자서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5 21:43 신고 URL EDIT
ㅎㅎㅎ
오밤중에 쿡쿡... 상상이 되어 저도 미소가 머금어졌어요.
BlogIcon hanbokgirl 2014.10.14 08:19 신고 URL EDIT REPLY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따님들이 양떼들을 바라보는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어린눈에 모든풍경이 경이롭게 비쳐질테니 얼마니 아름다워요!!
다가오는 세상이 신비로 느껴지는 아름다운세상이엿으면 좋겟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5 21:44 신고 URL EDIT
네, Hanbokgirl님, 정말 그렇네요.
다가오는 세상이 좀더 모두에게 행복했으면 하네요.
jerom 2014.10.14 12:41 신고 URL EDIT REPLY
라스트 모히칸을 보셨나보네요.

그동네는 영국과 프랑스간의 식민지 전쟁 사이에 끼인 원주민들과 이주민 어쩌구 이야기였는데,
다니엘 데이 루이슨가 하는 배우의 연기가 일품이었죠.
원주민 역하신 분의 액션도 대단했고...

양치기아저씨 얘기를 조금만 각색하면 한여름밤의 미스테리물 스토리로 손색이 없는거 같아요.
뱀이 아이로 둔갑한다던지......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5 22:25 신고 URL EDIT
제롬님, 그 영화는 아주 오래된 영화잖아요?
제가 대학생일 때 본 것 같은데...... 아닌가?
다니엘 데니 루이스, [아버지의 이름으로]도 아주 감명 깊게 봤지요. ^^*
BlogIcon 못난이지니 2014.10.14 18:28 신고 URL EDIT REPLY
뱀은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는데 그걸 안으로 넣을수 있는 기능도 있나요?
그렇다며 뱀이 젓을 빠는걸 믿어보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5 22:25 신고 URL EDIT
저는 여전히 못 믿겠어요... ㅠ,ㅠ
BlogIcon 비단강 2014.10.14 19:01 신고 URL EDIT REPLY
양치기 아저씨들은 온종일 혼자일 때가 많아서
사람이 그립고 어쩌다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서
만나는 사람에게 해줄 이야기를 언제나 준비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생각이 많으면 지혜로워지는 것도 맞는 말이고요.
라몬 아저씨, 아이들은 그 이야기에 빠지면 하루 종일도
금방 지나갈 것 같네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도
천가지는 될 것 같네요.

목동하면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나네요. ^^

안녕하세요. 산들이님.
저는 감기가 친구가 된 것 같네요.
그리구 이상하게 댓글 달 시간도 없는 최근 한주였네요.
참나무가 아름다운 집 식구들 모두 건강하세요.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5 22:32 신고 URL EDIT
아이고, 비단강님. 요즘 변덕스런 날씨에 감기에 걸리셨군요.
긴 겨울 대비 병치레(?) 미리 하셨다고 보면 좀 위안이 될까요?
정말 건강 유의 각별히 하시고 얼렁 쾌차하세요. ^^*

저는 나름대로 즐거운 이야기로 비단강님께 좋은 기운 많이많이 드릴게요....
아자! 기합 넣고, 아자!
BlogIcon 탑스카이 2014.10.19 18:01 신고 URL EDIT REPLY
하하하 ^0^
어르신들의 옛 이야기는 어느곳이나 다름없이 엉뚱하고 재치있고 그래서 순수한 아이들은 푹 빠져버리는거겠죠?!
BlogIcon 마로 2014.10.24 23:18 신고 URL EDIT REPLY
하하 정말 뱀이 그럴까요? 이번여름정말 굵은 뱀이 저히 마당에 있었요 까망에 노란줄무니 뱀 그날은 밖에나가지도 못했는데 다들 가든뱀이라고 독없다하네요 작은 뱀은 가지고 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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