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시부모님이 복잡해 하신 한국 며느리의 생일
뜸한 일기/가족


"뭐? 생일이 한 해에 세 번 있다고?!"



신혼 때 스페인 시부모님께서 물어오신 제 생일에 대한 반응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요 생일을 다 챙겨 먹자는 심보는 아니고요... 자세히 설명해드릴까요? 아니면 올해 생일만 말씀해드릴까요? 하고 대답했더니 뭐? 생일이 해 년마다 변한다고? 그것은 무슨 조화니? 우리 같이 단순한 사람에게는 설명해도 모르니까 그래, 그래, 올해 생일만 말해다오, 라고 하셨죠.



여러분들도 제가 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겠죠?



다름이 아니라 제 생일 날짜는 비공식, 공식으로 합하여 세 개입니다.

진짜로 출생한 날은 양력 1월 7일, 그런데 한국 친정집에서는 음력 생일을 치르기 때문에 해마다 음력 11월 25일이 제 생일입니다. 그래서 날짜가 변하는 것이죠. 그리고 가짜 생일인 주민등록상의 생일은 9월 25일, 태어난 지 9개월 후에 출생신고를 하여 이렇게 늦어진 가짜, 그러나 법적으로 진짜인 생일이 이 날짜랍니다.. 이 사정은... 에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저희 아버지가 군대에 가신 사이에 제가 태어나 엄마 혼자 어려운 신고를 할 수 없어 할아버지께서 아주 늦게, 벌금을 내지 않으시려고 신고를 늦게.... 하신 것이죠... 



▲ 생일 아침, 딸아이가 직접 고사리손으로 만들어 선물한 종이꽃다발입니다. 


처음에 남편도 

짜잔! 당신 생일 축하해! 

하면서 9월 25일에 선물과 케이크을 준비해와서 참으로 민망했답니다. 

당신, 내 생일은 이 날이 아니야... 


그러자 멍미해진 얼굴로, 아.... 니.... 그게.... 무슨... 소, 소, 소리인가? 


눈이 둥그레져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답니다. 


스페인에서는 이 주민등록상의 생일이 진짜 생일이며, 늦게 신고를 하더라도 태어난 날과 병원 기록 등을 합하여 거짓으로 신고할 수 없답니다. (물론 한국도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죠) 그러니 제가 이런 설명을 스페인 시댁 가족에게 해도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이죠. 게다가 전 양력 생일보다 음력을 좋아하여 항상 음력을 원했죠. 제 인생에서 한 번도 양력 생일을 치른 적이 없어서 양력 생일이 언제인지도 몰랐답니다.


스페인 시댁 가족 편의를 위해 이것저것 알아본 결과, 양력 생일 1월 7일이었지만, 전 음력 생일이 아주 좋아 바꿀 수가 없었답니다. 한 번은 식구들이 다 모인 식탁에서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었답니다. 


전 음력 생일이 너무 좋습니다. 한국에서 음력으로 제 생일을 치러서 양력이 너무 이상하게 와 닿아요. 달과 관련된 이 생일은 형이상학적이지만 감정적으로 너무 부드럽고 여신이 포근히 저를 감싸는 것 같아 제 음력 생일을 고집할게요. 이해해주시겠죠? 그리고 이것은 한국의 문화이니 이해해주시고 받아주세요! 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알았어... 알았어! 다들 수근수근... 

"그럼 올해 생일은 언제니?"


"아! 올해 생일은 12월 27일입니다."


"뭐야? 올해 1월에 생일이 있었잖아? 기억 안 나? 

 그런데 또 12월에 생일이야? 아무리 달(음력)이 좋다고 해도 정말 이해할 수 없네!!!

생일이 한 해에 두 번이나 있다니!!!"


"........(에고, 정말 그러네!), 아니, 아니(버벅거리면서) 올해 생일 두 번 맞고요, 다음 해는 생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한 해는 생일이 두 번이고, 다음 해는 생일 없는 해인데... 왜요? 그래도 이해 안 가세요???"


다들 서로를 쳐다보면서 의아한 얼굴로, 스페인 가족들이 이렇게 난감하고 

어려운 얼굴을 한 적이 전혀 없었는데요, 제가 한 이 말에서는 완전히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 

하긴 음력 문화가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이것이 이해할 수 있겠어요?



전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답니다...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이 음력 생일을 설명해줄 수 있을까? 게다가 윤달이 걸리면 생일이 다음 해로 넘어가는 사실도 말이죠. 뭉그레뭉실한 설명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스페인 사람에게 조목조목 합리적으로 자알 설명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그러다, 작년에 짜잔, 떠오르는 아이디어! 예전에 제 할머니께서 손가락으로 달을 세면서 제 생일을 말씀해주신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계산을 했죠. 내 생일은... 으음... 어디 보자... 보름달이 열한 번 뜨고 난 다음 날의 열한 번째 날... 아하! 내 음력 생일이구나!


좋아라, 스페인 시부모님께 전화로 알려드렸습니다. 어머님께......

"제 생일은 열한 번째 보름달 후, 열한 번째 날이 제 생일입니다!"

그러자 수화기 저편에서 조용합니다.

"왜? 쉽잖아요? 11, 11만 생각하시면 되는데!!! 

열한 번째 보름달 후 열한 번째 날!"


 

 


▲ 남편과 오랜만에 생일을 맞아 외식했답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맥줏집에서 저녁 식사......


그렇게 이해하신 듯, 아닌 듯 여러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계산까지 하시더니 올해는 제가 마음을 바꾸었답니다. 음력 생일이 좋아도, 두 분 고생시켜 드리지 말자, 라고 생각하여 말입니다. 


"어머님, 아버님. 올해 생일은 12월 23일이 제 생일인데요, 올해 마지막으로 음력 생일을 치르기로 했어요. 대신 내년부터는 양력 생일로 고정하겠어요~!"


이렇게 말씀을 드렸더니 얼마나 반가운 표정으로 박수까지 쳐가며 환영해주시는지요!! 


"그럼 내년 생일은 언제이지?"


"1월 7일요."


"뭐야? 그럼 며칠 후에 또 생일이라는 거잖아?"


하하하! 그러네요. 올해 마지막 생일이 음력으로 12월 23일이었으니, 다음 해 양력이 1월 7일. 제가 생일 다 챙겨 먹으려는 심보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되었네요. 우리는 이 희한한 현상에 크게 웃으면서 농담을 했네요. 


"왜 어때요? 1월 7일 제 생일 맞아요. 하하하!"

"하하하! 정말 이번이 마지막 음력 생일이니까 봐준다. 내년부터 네 생일 양력으로 정해줘서 진짜 고맙다."

그동안 한국 며느리의 음력 생일이 귀찮더라도 매년 챙겨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답니다. 덕분에 가족의 한 일원으로 느낀 가족애 제게는 사랑이었죠.  



성탄절 가족 모임 맞아 이곳에서 아이들 선물 포장을 하기도 했답니다. 



▲ 아이들도 이제 엄마 생일을 양력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생일이 언제인지 확신을 못 하더니, 

내년부터 확실한 양력으로 했네요.

한국 동생에게서 선물받은 네 모녀 유니폼입니다. ^^


시부모님께도 이제 더는 힘들게 해드리지 말자고 간단한 양력생일을 알려드렸습니다. ^^* 



여러분 남은 2016년의 마지막 달, 즐거운 성탄절,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시댁에서 12월의 마지막 주를 보내기로 했답니다. 

덕분에 또 생일도 잘 보냈고요,

며칠 후에 또 생일을 맞게 되는 웃긴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웃긴 상황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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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 2016.12.25 05:39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생일축하해요!!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저도 한국집에서 음력으로 해서 여기서도 음력으로 했는데 아무도 기억못하길래 축하라도 받고자 양력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BlogIcon 프라우지니 2016.12.25 07:14 신고 URL EDIT REPLY
생일 축하해요. 사실 음력은 한국사람들도 본인이 아니고서는 매해 기억하기 힘들죠.
저희 형제들은 어릴때부터 양력으로 생일을 지내서 음력은 "그냥 그런 날이 있구나.."한답니다.
내년 생일은 1월 7일이시라니 더블로 축하드릴께요.^^
힐링커피공방 2016.12.25 08:08 신고 URL EDIT REPLY
축하드려요. ^^ 저는 음력이 늦어서 2년에 한번 할때도 있는데요. 10년마다 크리스마스에 음력 생일이 되어 너무 감사하답니다. 많은 축하를 받아 감사한대요. 그런데 아이가 제음력생일과 같아서 양력으로 생일을 챙겨요. ㅋ
아이와 같은 음력 생일여서 감사해요. 기쁨두배거든요. ㅎㅎ
메리크리스마스~~^^ 행복하세요~
강성주 2016.12.25 10:41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생일축하드려요~^^
저는 빠른생일이라 음력은걱정안해도 되지만 학창시절엔 거의 설날에생일이 함께있어서 미역국을먹은 기억이 없네요 ㅎㅎ 다시한번 생일 축하드려요
Mary 2016.12.25 10:48 신고 URL EDIT REPLY
즐거운 성탄 지내셨겠지요? 생일 축하드려요. 정겨운 가족의 훈훈한 사랑 보기좋고 귀감을 주셔요. 연말 잘 마무라시고 뜻 깊은 새해 맞으세요. 늘 감사합니다 ..^^
세레나 2016.12.25 13:28 신고 URL EDIT REPLY
먼저 생일 축하드려요!! 지금처럼 알콩달콩 산똘님과 세공주님과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시길 바래요!! 사진들에서 꿀이 뚝~~뚝떨어지네요!! ^^;; 보기좋아요. 저도 원래 6월달에 태어났는데...엄마가 무슨 벌금때문에 늦게 신고하셨다고 8월달로 주민등록상에는 양력으로 광복절 8월 15일로 되어있죠. 저말고도 저희 친오빠도 실제랑 틀리고요. 집에선 음력생일로 가족외 친구들과는 공식적으로 8월달로 그냥해요. 우리나라는 음력도 있고 외국친구들도 설명해줘도 복잡하다고 하더라구요. 암튼 시부모님께서 쿨하게 이해하시고 즐거운 생일 보내시고 계시니 좋네요. 성탄 미사끝나고 가는길이네요! 현재 나라가 불안하다보니 그렇게 예전같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한 거리분위기네요. 아는 동생은 오늘도 촛불시위하러 간다고 하구요. 암튼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고 한해 마무리 잘하셔요!!
BlogIcon sky_turtle 2016.12.25 17:49 신고 URL EDIT REPLY
생일 축하드려요~~ 저도 매년 음력으로 하는데 그 덕에 남편도 맨날 헷갈려해요. 가끔은 챙김을 못 받기도. ㅠㅠ 저도 제 음력 생일이 너무 좋은 게 항상 보름달이 뜨거든요. 그게 너무 좋아서 양력으로 안 바꾼답니다. ㅋ
부산아재 2016.12.25 17:53 신고 URL EDIT REPLY
교정이 끝나셨군요
미소가 환합니다
덕이네 2016.12.25 18:31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생일이 세 개에요. 산들님과 같은 이유로^^
남편은 이해 못합니다. 왜 생일이 왔다갔다 하냐고~ 한국사람도 이상히 여기는데 스페인분들이야 오죽하랴 싶네요. 그래도 전 저의 원래 음력생일을 고수합니다. 못바꿔요. 생일이라는 것도 정체성 문제와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산들님 보면 외국 살면서 정말 열린 자세로 현명하게 사는 것 같아요. 23일 생일 진심으로 축하하구요, 내년에 맞을 1월 7일에도 생일 축하 인사 전할게요^^
BlogIcon 새벽 숲 2016.12.25 20:48 신고 URL EDIT REPLY
항상 삶의 사이다 같은 산들님의 글을 읽고 오늘도 많이 웃었네요
사실 여인네분들이 많이 계셔서 저는 이곳에 글 올리기가 쑥스러워요
다음부터는 그냥 보기만 하고 공감 클릭만 하겠습니다
요즘 티스토리 블로그 인테리어한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좋은 노리개감입니다
추운 겨울 건강 조심하시고 가족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happy new year입니다
BlogIcon 피치알리스 2016.12.25 23:15 신고 URL EDIT REPLY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 아이들과 남편분과 찍은 가족사진이 재밌네요. ㅎㅎ 한국에서는 누구나 양력, 음력을 치르기 때문에 생일이 두번있는데.. 저는 3번있는 셈과 마찬가지죠. 세례일까지 포함해서. ㅎㅎㅎ 암튼 생일도 축하하시고.. 3번이나 생일을 치르니, 참 부럽습니다. ㅎㅎㅎ
댕씨 2016.12.26 02:38 신고 URL EDIT REPLY
생일 축하드려요~, 한국 사람이나 이해할 수 있는 음력생일이네요 ㅎㅎㅎ~ 우리 남편 생일도 음력 11월 25일, 이런 우연의 일치가!! ^_^ 우린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아빠가 한국 출장갔네요. 그래도 연말은 같이보낼수 있어 다행이에요. 복된 크리스마스랑 새해 맞으세요~(산들이 종이접기 솜씨가 놀라워요~ 💕💕)
여름 2016.12.26 03:38 신고 URL EDIT REPLY
생일 축하드려요 ~ !!!
그래도 요즘엔 다들 양력으로 세는 추세더라구요
음력생일은 가족끼리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BlogIcon 비단강 2016.12.26 09:56 신고 URL EDIT REPLY
60억명중에 한명이고 따라서 생일이 같은 사람이 지구상에 1600만명이나 된다고,
그러므로 생일에 큰 의미가 없다고 퍽이나 쿨하게 생각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 생일은 모든 사람에게 각각의 한 우주가 주어진 날이라는 것을 비로소 생각하게 되었지요.
산들님의 우주에 축복을....
missmou 2016.12.26 12:23 신고 URL EDIT REPLY
생일 축하해요.
보통은 두개지요. 양력 그리고 음력.
우리 가족들은 모두 양력을 쓰기 때문에 음력은 본인 외에는 몰라요.
그래도 저는 음력을 은근슬쩍 강조합니다.
ㅎㅎ챙겨 먹지는 않아도 강조하는 이유가 저는 음력 1월 1일 생일이거든요.
생일날 명절 상차림에서라든가 설겆이에서 해방되려고 하는데 잘 안되요.
양력 생일들만 알아서요. ㅎㅎㅎ
2017년엔 1월에 양력,음력 생일이 다 들어 있는데다가 한주간 안에 둘 다 있어서 복 터졌습니다.

배미경그라시아 2016.12.27 12:57 신고 URL EDIT REPLY
ㅎㅎ 그럼 올해생일은 그냥넘어가야 하는거 아닌가요? ㅎㅎ
생일 축하해요~~~ 음력생일 우리가 기억할께요
11월25일로~~ ㅎㅎ
사라안 2016.12.27 19:43 신고 URL EDIT REPLY
생일 축하드려요
jerom 2016.12.29 03:52 신고 URL EDIT REPLY
생신 축하드리구요.
양력으로 통일하시는거 축하드려요.

저희집은 생일도 제사도 양력으로 통일.

아버지 생신이 12월 말일이라 망년회 신년회를 동시에 생신파티도 함께 하죠.
여리 2016.12.29 23:56 신고 URL EDIT REPLY
저는 스스로 사주도 볼 겸해서 집에 아예 만세력을 사다놨어요. 외국인 남편에게 상에는 여러 종류의 달력이 있고 그 중에 음력이라는 것도 있다.
만세력은 최근 100년의 양,음력 날짜가 모두 기입되어 있어 이해를 하더라구요.
스페인 달력에도 달의 변화가 표기되어있지 않나요? 그 흐름대로 시부모님께 설명드리면 이해하실 것 같기도 한데요.
BlogIcon 적묘 2016.12.30 16:52 신고 URL EDIT REPLY
ㅎㅎㅎ 한달 사이에 3살을 더 먹는거잖어욧!!!
음력+ 새해+ 양력

뭔가 선물은 세번 받아야할 듯 +_+

생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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