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측은하게 느껴졌던 밤
뜸한 일기/부부

한국-스페인 국제결혼 13년 차인 우리 부부는 이제 남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로 닮았습니다. 진짜 신기하죠? 서로 다른 나라에서 그것도 다른 문화를 가진 두 사람이, 이렇게 마음이 맞아 살고 있다는 게 가만 생각해보니 참 신기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한국 친구들도 자주 물어봅니다. 스페인 사람하고 사는 게 어떠니? 남편에게는 한국 여자하고 사는 게 어떠니? 하고 물어보지요. 


"나는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 내 아내가 내 마음과 가장 잘 통하여 아주 잘살고 있다."고 남편은 말합니다.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라고 강조하면서 말이지요. 그 속에는 세상의 어떤 스페인 사람보다 제가 더 마음이 잘 통한다는 말뜻이 있는 거지요. 결국은 사람은 국가, 인종을 떠나 마음이 맞다는 말을 강조합니다. 


어찌 되었건, 며칠 전 밤에는 남편이 참 측은하게 여겨졌습니다. 


신혼 초부터 남편은 자다 말고, 꿈을 꾸거나 희한하게도 옆 사람을 못 알아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넌 누구냐?!"


옆에서 고이자고 있던 저에게 한 번은 크게 물어봐 제가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죠. 


"자다 깼더니 내가 누구인 줄 모르겠더라. 그래서 물어본 거야. 다른 뜻은 없었어."

그때도 그랬지요. 


이번에도 아이들과 독립하여 우리 방에서 자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천장에 난 창으로 달아나려고 했습니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이 웃었지요. 또 시작이라고. 


"내가 말이야. 꿈을 꾸고 있었어. 어딘지도 모르고,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웬 빛이 보이더라고요. 내 머리 위에 창이 있었어. 그래서 그 창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 정말 자다 일어나서 내가 어디 있었는지 전혀 짐작이 안 갔어."


처음 이 소릴 들었을 때는 하하하! 막 웃었습니다. 자다 말고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창문을 열고 나가다가 비로소 여기가 우리 집인 줄 알고 다시 문을 닫고 이불 덮고 잤어." 그럽니다. 


아이고, 정말 꿈은 못 말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그러네요. 


"정말 이상한 기분이야.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왜 그곳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 심정 말이야. 정말 끔찍하더라고. 아마 치매에 걸리면 이런 기분이겠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이럴 거야. 20년 동안 이 병에 걸렸던 우리 할머니 기분을 알 것 같아. 아무것도 기억 못 하고 여기에 왜 있는지도 생각지도 못하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그 기분 말이야."


그리곤 남편이 제 손을 꼭 잡네요. 마치, 내가 당신도 잊었어~ 잊은 것 자체가 이렇게 끔찍하네, 잊지 않길 위해서도 손을 꼭 잡는 그 느낌요. 


"그래, 우리도 늙어가고 있네."


남편이 은근히 걱정하고 있는 그 모습이 그냥 많이 측은하게 전해졌습니다. 이게 늙어가는 부부 모습일까요? 


그런 남편이 우리 네 모녀만 시댁에 두고 일하러 갔습니다. 덕분에 시댁에서 도시체험에 나서 아주 신나는 날들을 맞고 있네요. 딸바보 남편이 혼자 집에서, 혼자 잠자며 있으니 아주 심심했나 봐요. 매일매일 전화입니다. ^^*



큰딸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아주 잘 타는 모습을 보고 

눈에서 꿀 떨어지는 아빠입니다. 



작은 아이들을 위해 이제 몸소 훈련 시키면서 도시 체험을 시킵니다. 


산똘님 할머니는 거의 20년을 넘게 알츠하이머 병을 앓으셨는데 점점 기억을 잃고, 또 점점 몸까지 기능을 잊어 많은 세월 고생하셨답니다. 그래서 가끔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기도 한답니다. 그런 날이 오더라도 옆에 손 꼭 잡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안도가 되는 듯 남편은 오늘도 제 손을 꼭 잡네요. 


지금 이 순간, 행복이란 무엇인가, 세 딸과 아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 사는 게 최고라고 합니다. 지금 이생을 사는 순간순간이 일 초 후에는 지나갈 생이니 말입니다. ^^*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조만간 많은 이야기보따리 풀어놓겠습니다. 

지금은 아이들 방학이라 최선을 다해 도시 체험 중입니다.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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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30 05:3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6.12.30 05:53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6.12.30 05:5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키드 2016.12.30 07:22 신고 URL EDIT REPLY
부부라는게 서로 다른사람이 만나서 가정을 이루어 가는거지만‥그중에 정말 내사람이다 느끼며 사는 부부는 얼마나 될까요.
부부될 인연이란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 노력도 필요하겠죠.같이 살아가면서 정말 닮아가는게 맞는것같아요.
산들님 가정에 정말 따스함이 느껴져요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우리 그렇게 세상 살아가자구요~~^^

Mary 2016.12.30 07:50 신고 URL EDIT REPLY
가공식 피하고 자연식 그리고 당분을 멀리하면 치매에서 자유로워요. 그러니 설탕 또는 꿀이라도 당분은 사용을 피하시고 케잌.쿠키 등등도 아예 만들어 드시지 마세요.(지나친 표현이라면 이해해주세요) 가족모두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lana 2016.12.30 08:58 신고 URL EDIT REPLY
존경스러운 부부의 모습에 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맞아요...마음이 맞음 서로다른 나라사람도 한 가족이라 생각됩니다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강성주 2016.12.30 09:35 신고 URL EDIT REPLY
건강이최고죠 돌아가신 저의할머니도 당뇨합병증에 치매까지오시고 반년도안대서 돌아가셨는데ᆢ
본인도힘들고 가족들도 지치게되고ᆢ잘해드려야하지하면서도 먹고사는게힘들어 자주찾아뵙지도못해서 후회를많이 했어요
평생내편이 옆에있는것만큼 행복한일은 없는거겠죠 서로 신뢰하고사랑하는 모습이 보는내내 웃음짓게하네요
박동수 2016.12.30 09:39 신고 URL EDIT REPLY
16.12.30 마지막 날인줄 알았는데 내일이 마지막 날이다.오늘이 금요일이여서 그런갑다.
작은 아이는 핑크색 잠옷 바지를 입은 것 같아 귀엽다.
새해에도 온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빕니다.
BlogIcon 즐거운 검소씨 2016.12.30 09:51 신고 URL EDIT REPLY
부부가 살아가면서 닮아간다는게 정말 맞나봐요. 저랑 저희 남편은 성격이 완전 반대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렇게 10년 가까이 살다보니 조금씩 나도 모르게 비슷해지는 부분이 보이더라구요.
물론 헤어지면 바로 남인게 부부이지만, 같이 사는 동안은 그 누구보다도 가까울 수 밖에 없으니 그런거겠지요.
예전에 한 한국쇼프로에서 가수 노사연씨가 부부가 서로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면 게임끝이라고 말했다던데, 그렇게나 많이 다투던 저희 부부도 어느 순간엔가 서로가 불쌍해보였는지 이제는 서로 양보하다보니 싸울일도 별로 없네요.
나이가 들어서 힘이 빠졌을 수도 있겠지요.^^ㅋ
kyo625 2016.12.30 10:15 신고 URL EDIT REPLY
안녕하세요 산들무지개님. 무지개님의 블로그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합니다^^

사실 무지개님의 일상의 이야기를 들으며 덧글을 써볼까 고민도 하고 조심스럽게 몇번 작성하려 했지만
소심한 성격덕에 조금 어려웠어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겪은 일도 있고 걱정스러워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출혈이 있으셨습니다.)

그 전에 있던 증상과 비슷해서... 잠꼬대를 처음에는 말씀만 하시다가 어느 순간 발길질이나 몸의 움직임이 있으셨습니다. 3~4년정도 잠꼬대와 몸의 움직임이 있으셨구요.. 산똘님의 잠버릇이겠지만 만약 두통을 호소하시거나 속이 답답하거나 소화가 잘 안된다는 말씀이 있으시거나, 그리고 설사와 식은땀이 생기신다면 바로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의식을 잃으시면 숨소리가 달라지는데 (푸- 푸-) 숨을 한번에 뱉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버지는 이런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들어가 4시간정도 지나서야 수술하셨지만 지금은 일상 생활이 가능하시거든요. 가족분들께서 심근경색이나 혈관 관련 질병이 있으시다면 나중에 한번쯤 검사를 받아 보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MRI나 혈관 조형술이 있지만 스페인에서 고가로 취급되는지 걱정입니다만..)

이런 이야기가 무례하고 산들 무지개님께서 기분이 언짢으실 것을 알지만 오지랖이 깊은 사람이구나, 한번의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BlogIcon 비단강 2016.12.30 10:16 신고 URL EDIT REPLY
그렇지요.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지금 이순간 뿐이랍니다.
과거와 미래는 사람의 생각속에만 존재하는 것이지요.
현재가 얼마난 소중한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 물리적으로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지금을 과거에 얽매여 소모하거나 미래를 위한다며 희생하는 어리석음을 보이지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지금 행복함을 느낄수 있으면 최고의 삶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지만
산들님. 어쩌면 산들님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오늘이 되시길...
산들님 """화이팅!!!"""입니다.^^
윤스 2016.12.30 11:21 신고 URL EDIT REPLY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아야된다라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지 않을 내일,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금 밖에 없으니까 그렇겠죠?^^

오늘도 산들님 블로그에서 힐링을 합니다 .
감사합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고
새해 복도 듬뿍 받으세요^^♡♡

세레나 2016.12.30 12:39 신고 URL EDIT REPLY
가장 중요한건 지금이순간 오늘 하루 100% 행복하고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사는게 가장 중요한거 같아요. 내 옆에 있는 사람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고 작은것에 감사하고 행복를 느끼면서 하루하루 사는것..쉽지만 그렇게도 못 사는 사람도 있고 다른곳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도 있지요. 친구 할머니가 치매로 오랫동안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정말 친구가 저한데 아프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인지 오래전부터 얘기해줘서 저도 자극이 되어서 삶의 소중함을 일찍 깨달을수 있었어요. 저희 엄마도 72살이시고 가끔 새벽에 이상한 얘기도 하시고 그러면 덜컥 겁이 납니다. 산똘님과 산들님 지금처럼 세상 어느누구보다 서로에게 좋은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으로 사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보기좋고 행복해보여요!!! 딸들과 인라인스케이트를 같이 하는 모습이 세상 어떤 모습보다 아름다워요!!!
2016.12.30 13:57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적묘 2016.12.30 16:49 신고 URL EDIT REPLY
Va a estar juntos para siempre.

갑작기 눈시울이..ㅠㅠ

Besos y abrazos
Feliz Navidad, Feliz Año Nuevo

항상 건강하시구요. 전 그때 했던 감기 수준으로 심각한 기침에 완전 지쳐있어요.
곧 나을테지요. 곧 금방 건강하게 뛰어다니겠지만 ^^;;
숨이 멎을만큼 기침을 하다 보니

베야비스타에서의 시간이 절로 생각나더라구요.
기침만 하다 와서 너무너무 미안했고, 그리고 덕분에 잘 쉬고 추스릴 수 있었어요.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베야비스타 가족분들에게 멀리서 인사 한번 더 보내요 ^^
항상 건강하세요!!!!
2016.12.30 19:24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12.31 06:55 신고 URL EDIT
아이쿠~! 노을님. 힘내세요.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조금 더 힘을 내고 의지력을 보이신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믿어요.

아무튼, 힘든 시간 잘 견뎌내시길 제가 많이 응원드릴게요. 내년에는 다시 태어나는 기적의 해가 분명 될 것입니다. 화이팅!!!!
사라안 2016.12.30 19:24 신고 URL EDIT REPLY
마음이 짠 하네요 저도 많이 늙어가고 있지만 매일 바삐 보내고 있다보니 많은걸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생각에 잠기네요
솔개 2016.12.31 18:44 신고 URL EDIT REPLY
정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족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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