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한국에서 왕새우구이가 된 외국인 사위

산들무지개 2017. 1.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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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제는 결혼 14주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정말 스치는 눈빛 하나, 웃음 하나에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듯이 남편을 알아갑니다. 이것이 오래되어가는 부부의 장점입니다. 비록 국제부부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데 결혼 초기에는 정말 신혼부부라고 해도 국제부부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소통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의 사고와 문화 차이었지요. 단순하게, 살아온 삶이 달랐던 것이지요. 


결혼 초 한국 여행을 하면서 내 나라의 풍습, 습관 등을 알았으면 좋겠다 하여 남편과 강행군 한국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만 골라서 여행을 하는데요, 유적지, 한국의 집, 박물관, 고궁, 사찰 등을 돌면서 한국적인 문화를 보여줬답니다. 


당시는 추운 겨울이었는데요... 영하 11도를 웃도는 혹독한 한국의 겨울이었답니다.


오랜 세계 자전거 횡단 여행을 한 남편이라 열린 사고로 우리의 문화를 받아들여... 참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남편도 아주 힘들어한 것이 하나 있었답니다. 바로 온돌방에서 자는 것이었습니다. 야외에서도 뒹굴며 자던 자전거 여행가가 왜 온돌방에서 힘들어했을까요? 바닥이 딱딱해서요? 그것은 아니었답니다... 바로 따뜻한 방구들 때문이었답니다.


 

▲ 재작년 여름에는 더워서 시원한 방구들에 달라붙어 있더니......

장모님 앞에서 드러누운 채로......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시는 엄마, 

그 엄마를 지켜보는 나. 


그런데 겨울 방구들에는 어떤 일이? 



스페인에는 북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거의 난방시설이 되어 있지 않답니다.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라 추워 봤자 2달 정도(?)가 춥다고 하는데요. '현지인들은 뭣 하러 난방을 하나......?' 하며 의아해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 같은 한국인에게는 이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가 더 춥게 느껴집니다. 왜냐면 겨울엔 습기가 차 뼛속까지 은근히 파고들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거든요. 게다가 무슨 일에 집중이라도 하게 되면 훈훈한 기운이 없는 곳에서는 돌덩이가 되기 아주 쉽습니다. 후다닥 놀라 아이, 추워,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답니다.


그러지만 이 스페인 남편은 추위에 익숙해져 한국의 그 따뜻한 온돌방에서는 정말 적응을 할 수 없더라고 하더군요. (남편은 여전히 잘 때 모자와 양말을 쓰고 침대에 들어간답니다. 대단해~! ㅜㅜ)



▲ 요즘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우리 집의 온도는 영하입니다. 

무척 추워졌지요. 

남편은 잘 때 여전히 저 모자와 양말을 신고 잡니다. 

아흐~! 답답해서 어떻게 자니? 



우린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집에 가게 되었답니다. 도시에서 생활하시던 부모님이 귀농을 준비하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 두 분은 예전 모습의 시골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답니다. 아궁이에 불을 피워 방을 따뜻하게 하던 그런 식의 옛집이었던 것이죠.


부모님이 외국인과 결혼한다고 얼마나 많은 반대를 하셨는지요, 여전히 외국 사위는 반갑지 않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딸의 남편인데...... 넙죽 큰절드리고, 말씀 듣고, 저녁도 먹고 그리고 온돌방에서 밤을 맞는데요.......




앗! 뜨거워! 남편이 돌아눕습니다. 

잠시 후 앗! 뜨거워... 이불을 훌러덩 차버립니다. 

앗! 뜨거워! 입고 있던 긴 잠옷을 벗고 빈소매 티셔츠로 갈아입습니다. 

앗! 추워! 매서운 바람이 문 사이로 솔솔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다시 이불을 덮습니다. 

앗! 뜨거워! 남편은 다시 몸을 뒤집습니다. 앗! 뜨거워! 이불을 차버립니다. 

앗! 추워! 앗! 등은 뜨거운데 배는 차가워! 앗! 나도 몰라, 뭘 하고 있는지....... 

다시 몸을 뒤집습니다.

 아...! 배가 너무 뜨거워....! 아...! 등은 너무 추워! 이불 덮이지 마... 

이불 덮으면 숨을 못 쉴 것 같아...! 

그러는 겁니다.





전 느긋하게 등을 지지면서 그렇게 기분좋게 자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남편은 새우구이가 되어 뒤집기를 여러 번... 그러다 날이 샌 것 같았습니다.



▲ 새우구이가 되어 벌겋게 되었다는 남편



아! 남편~!, 고생했어.

 

너무 추운 날이라 부모님이 아궁이에 불을 아주 많이 지피셨습니다. 

멀리 외국에서 온 딸과 사위를 위해 춥지 말라고 이렇게 정이 과하셨나 봅니다. 

말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랑을 보여주신 것이죠.

그 다음 날, 사위오면 닭잡는다, 라는 옛말이 맞게 장모님은 진짜 키우던 닭을 잡아 

닭죽으로 아침을 해주셨답니다. 

장모 사랑이 느껴지는 온돌방보다 더 따뜻한 아침이었답니다...



▲ 겨울철 사진이 없어 여름날 아궁이를 대신합니다. 




그 겨울의 한국 여행에서 많은 친구와 가족들이 위의 부모님처럼 방구들 온도를 사랑 온도로 표현해준 일은 큰 추억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귀하신(?) 왕새우구이가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 뜨끈한 사랑의 온도를 다시 당해보고 싶다는 남편입니다. 



추운 겨울,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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