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생각

한국 수저를 점점 더 선호하는 외국인 남편, 왜?

산들무지개 2017. 2.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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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간극장] 촬영팀이 스페인 남편이 젓가락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꽤 놀란 적이 있답니다.

“아니, 외국인이 한국인처럼 그렇게 젓가락질을 잘해요? (한국인)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이렇게 젓가락 사용하는 법도 다 배우셨어요?”

이런 질문은 처음 만나는 한국인들이 자주하는 질문이랍니다.

사실, 산똘님은 저를 만나기 전부터 이 젓가락에 큰 관심을 가졌답니다. 자고로 식사를 빨리하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기 위해 젓가락을 사용했다는 것이지요. 산똘님이 19살 때부터 젓가락을 사용했다면 믿겠습니까? 정말 신기한 사람이지요? ^^*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말입니다.



산똘님이 수집한 젓가락입니다. 



나무젓가락과 금속젓가락이 대조를 이루죠? 

신윤복 단오풍경의 여인이 참 아름다운 한국 나무젓가락과 길쭉한 금속젓가락. 



그래서 자전거 세계여행을 하면서도 꼭 젓가락을 수집했답니다. 처음에 사용한 젓가락은 중국식 나무젓가락이었고, 그 후에는 일본식, 그 후에는 타일랜드식, 마지막에는 한국 젓가락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아니, 뭐 이런 젓가락이 다 있어?”



한국 젓가락을 만났을 때 느꼈던 솔직한 감정이랍니다. 젓가락이 무겁고 가는 금속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젓가락 박사가 되어가는가 싶더니, 한국 갔을 때는 갑자기 금속 수저 세트를 여러 개 사와 스페인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겁니다.



“젓가락질 배울 때에는 나무젓가락을 사용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최고의 경지인 이 한국 젓가락을 사용해, 그럼 훨씬 익숙해질 거야. 그때는 금속에서 전해지는 음식의 느낌이 손까지 전달되거든.” 하는 겁니다. 자고로 한국 젓가락이 가장 특이하고 배우기 어려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젓가락이라는 겁니다. 가끔 젓가락질 못 하는 한국인을 보면 오히려 이 외국인 남편이 가르쳐줍니다.

“나무젓가락을 먼저 사용해보는 건 어때?”


그런데 숟가락은 왜?

어느 날부터 남편은 식탁에 세팅해둔 서양식 숟가락을 슬쩍 한국 숟가락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서양에서는 주로 국물 요리를 먹을 때 숟가락을 사용하는데요, 스페인 음식은 또 이 수프 숟가락을 사용하기에는 좀 다르지요. 자고로 스페인 사람들도 한국과 같이 주식으로 밥을 먹는다는 사실. 물론 빵과 밥, 파스타 등 다양하게 먹는 특징이 있지요.


밥을 포크로만 먹는 사람도 있지만, 스페인 사람들도 밥을 숟가락으로 먹기도 합니다. 자고로 한국인만 유일하게 숟가락으로 밥 먹는 민족이 아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스페인의 유명한 파에야 밥 요리는 여러 명이 숟가락을 들고 한솥밥(철판밥) 먹는 음식이랍니다. 한국과 다른 점은 그 옛날에는 나무 숟가락으로 밥을 먹었다는 겁니다. 파에야를 시식하는 옛사람들의 사진에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나무 숟가락.



200년 된 우리 집 수리할 때 발견되었던 스페인 나무숟가락과 포크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 숟가락이 금속으로 바뀌었지요. 

위의 사진은 샘킴님 출연의 EBS [세계견문록] - 스페인 맛에 빠지다, 촬영 후 식사 모습.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젓가락의 대중성은 사라지고 역시나 편리한 금속 숟가락이 서민의 삶 속으로 들어옵니다.

“남편, 그런데 왜 숟가락을 자꾸 바꿔?”

아무래도 서양식 숟가락으로 밥 먹기가 불편한가 봅니다.



“자꾸 사용해 보니, 한국 숟가락이 훨씬 더 편해. 내가 사용해 본 것 중 가장 과학적인 설계였어. 일단 편하니까! 한국 숟가락은 경사도가 낮아서 밥 푸기 편하고, 손잡이가 길어서 밥 먹는 각도 조절이 아주 쉬워~!”

그래서 유심히 살펴보니, "오~! 맞구나." 싶습니다. 서양식 숟가락은 일단 손잡이 부분이 짧았고, 숟가락이 움푹 파인 게 특징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움푹 파였으니 밥을 퍼 먹을 때에도 좀 불편하더라고요. 반면, 한국 숟가락은 밥을 펐을 때 움푹하지 않아 더 편리했고요.


“서양식 숟가락은 아무래도 밥 먹을 때 이 부분을 펴면 더 편할 것 같은데?” 하네요.



남편 덕에 스페인식 밥 문화도 알게 되었고, 이런 소소한 것에서도 문화의 다른 점을 알아가니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산똘님 여동생도 이 한국식 숟가락을 좋아한 거였군요!


그러고 보니, 이 외국인 남편은 요즘 더 한국식 수저를 선호하네요. 사용하다 보니, 자꾸 편해진다는 겁니다. 아내를 사랑하여 그런 것인지, 고도의 기술을 이미 터득하여 그런 것인지…… 저도 잘 모르지만, 우리 수저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고맙단 생각까지 들었네요. ^^*

 

언제나 음식 만들 때나 밥 먹을 때 이 한국 수저를 더 선호하는 모습의 남편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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