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한국인 같은 남편
뜸한 일기/부부

좀 우울해지는 계절인가 봅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우울한 날들이 있는데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은 마음 안에서 오는 어떤 먹먹함으로 가끔 '가슴앓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앓이인지 정체는 전혀 모르겠는데, 왜인지 모르게 먹먹함으로 한숨이 퍽퍽 나오고 갑자기 외롭고 슬프고 우울해지는 그런 쓸쓸함이 막 파고듭니다. 

"내가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상한 '가슴앓이'입니다. 설마? 갱년기? 갱년기는 좀 더 늙어야 찾아오는 것 아닌가? 아니면, 벌써 그럴 징조가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설마? 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 느낌은 참 소녀적인 감성이라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그러다가도 문득 나오는 소리, 

"그럼 이 슬픔을 다른 이와 함께 나눠볼까? 어디 반으로 줄어드나 보게?"

하는 희한한 해결 방법도 제 입에서 나옵니다. 이거, 난감하네~, 제가 불혹이 되니 이런 혜안(?)의 목소리가 문득문득 나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웃기는 건, 참 나이 드니 좀 웃기기도 하구나, 싶습니다.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고, 혼자 이렇게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 보니......

그래서 남편과 이 원인 모를 슬픔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어디, 반으로 나누어지나 보게......

그런데 이 산또르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웃습니다. 

"뭐~ 다들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역시, 반으로 줄지 않는구나, 싶다가도 남편이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니 그것도 아닙니다. 

"아빠, 나는 동물 중에 고양이가 제일 좋아. 아빠는?"

큰 아이가 이런 말을 하니, 아빠는 대답합니다. 

"나는 동물 중에 엄마가 제일 좋아."

아이들은 희한한 눈으로 아빠를 쳐다봅니다. 

"왜? 엄마도 동물이잖아!"

우하하하하! 웃음이 나오네요. 그래, 역시 원인 모를 슬픔이 반으로 줄었구나. 저를 동물로까지 표현하면서도 저를 좋아한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다 제가 오늘 아침 세면대 하수구 청소하다 해결하지 못한 일을 이야기하니, 남편이 그럽니다. 

"하수구 찌꺼기 뭐로 건져 올렸는데?" 

"응~ 나이프로 살짝살짝 건져 올렸어~ 그래서 다 찌꺼기 없앴는데도 자꾸 막히네."

"아이고~ 이 사람아! 한국 사람이 한국식으로 해결해야지. 몰라? 젓가락으로 해결하는 법?"

그러면서 젓가락을 꺼내와 하수구에 들이대고 뭔가를 집어 올립니다. 아~ 하수구 찌꺼기가 막 잡히는 겁니다. 순간, 웃음이 나오네요. 

"나보다 더 한국인 같아!" 

이렇게 저를 웃기게 하려고 노력을 하네요. ^^* 그래서 많이 웃었네요. 역시 부부란 어쩔 수 없이 슬픔과 기쁨은 같이 나누어 보니, 그 나눔을 재미있게 또 나누다 보면, 슬픔은 반으로 줄어들고, 기쁨은 배로 늘어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편은 오늘 작업하는 제 앞에서 아이고 배고파~ 죽는소리를 하면서도 그럽니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밥 다 차릴 게. 당신은 앉아서 어서 작업이나 계속해." 합니다. 

설마? 이것을 눈칫밥이라고 하는 걸까? 어느새 이 남편이 눈칫밥 같은 것을 알아가고 있는 것일까? 

요즘 정신없이 하는 일에 몰두하라고 하는 소소한 배려가 눈에 다~ 보이는 남편입니다. 살아보니, 이제 부부가 남매 같고, 친구 같고, 국적이 모호해지면서 우린 천생 이렇게 사는구나, 어느 화창한 날 소소히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 저작권 방침 *

스페인 고산 생활의 일상과 스페인 이야기 등을 담은 이 블로그의 글과 사진은 글쓴이 산들무지개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글쓴이의 허락 없이 무단 도용하거나 불펌은 금물입니다. 정보 차원의 링크 공유는 가능하나, 본문의 전체 혹은, 부분을 허락 없이 개재하거나 동영상을 제작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사전에 글쓴이의 허락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Copyrightⓒ산들무지개 all rights reserved



이전 댓글 더보기
동경언니 2017.02.23 11:49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의 글을 많이 기다렸어요.
저도 많이 힘들었던가 봐요.
님의 글을 많이 기다렸어요...
늘 님의 삶은 제게 어떤 향기 보다 좋은 ?
음?
다음 뭐라 쓰지?
저 아로마 보디 테타피스트입니다만,
어떤 향기보다
사람이, 최고 입니다.
내가 좋아 하는 사람의.ㅎㅎ
lko 2017.02.23 13:59 신고 URL EDIT REPLY
이번에는 오랜만에 글을 올리셨네요?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댓글은 처음 달아봐요~^^
고욤 2017.02.23 16:48 신고 URL EDIT REPLY
그럴 때가 있지요 :) 그게 뭔지 아시게 되면 이얘기해 주세요.
차돌 2017.02.23 18:18 신고 URL EDIT REPLY
세면대 찌거기 제거용 전용 도구가 있습니다 가격은 천원이하 이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탄성도 있습니다
동네아짐 2017.02.23 18:39 신고 URL EDIT REPLY
처음 댓글을 달아보내요. 님의 글은 언제나 제가 차한잔 같은 위로와 휴식이 되어주어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저도 긴 마흔앓이를 치르고 있는데 오늘 님의 글을 보니 저만 그런건 아닌가보다 싶어 또 위로를 받습니다.
부산 아재 2017.02.23 20:42 신고 URL EDIT REPLY
하수구 찌꺼기는 케이블타이에 가위나 칼로 톱니 모양을 만들어 쓰윽 넣었다 빼면 찌꺼기가 주욱 달려나옵니다
BlogIcon 초연자적 2017.02.23 20:53 신고 URL EDIT REPLY
가끔 내안에 찾아오는 까닭 모를
먹먹함이란.... 사람이기에 치뤄야 할
숙제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아끼는 이들이 있어 다시금 힘을 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는 하지요.
하수구 뚫는 방법은 윗님들이 친절히
알려 주셔서 저 또한 배워갑니다~
상쾌해진 마음으로 다시금 아름답고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밐밐 2017.02.23 21:15 신고 URL EDIT REPLY
빨대로도 납작하게 눌러서 양쪽에 사선으로 가위질 하셔서 해도 좋아요 집에 공주님들이 많으셔서 하수구가 자주 막히시겠네요
힐링커피공방 2017.02.24 08:12 신고 URL EDIT REPLY
저는 감사가 답이더이다.
행복해서 감사하고 슬퍼서 감사하고 살아있어 감사하고 나눌수있어 감사하구요.
BlogIcon 비단강 2017.02.24 10:39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안녕?
하지 못하시군요.

그냥 맥없이 가끔 그런 날이 있지요.
왜인지 설명이 되지 않으며
구태여 그 이유를 캐는 것도 귀찮은 그냥 우울한 날.
한국에 사는 남자라면 만만한 지인에게 술을 청해 먹고
깊은 잠에라도 빠지고 싶은 그런날이 있어요.^^

이렇게 하시면 어떨까요?
볕 좋은날 김밥 싸서 아이들과 뒷산으로 소풍을 가요.
즐겁게 룰루랄라. 아이들에게 합창을 시키며
뒷산의 새들에게 노래를 시키세요.
이제 곧 봄이 오겠지요?
새 봄을 노래하세요. 하 하 하.
이럼 좀 낮지 않을까요?

2017.02.24 10:4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Richard 2017.02.24 14:47 신고 URL EDIT REPLY
ㅎㅎ 엄마도 동물...ㅋㅋ
빵터졌네요 ㅎㅎ
너무 행복해 보입니다^^
젓가락이 편하긴 하죠! ㅎㅎ 한국인이니까 ㅎㅎ
정말 흐뭇하고 피식 웃게되는 글입니다^^
좋은 포스팅 잘 봤습니다!
곽씨네 2017.02.24 15:50 신고 URL EDIT REPLY
향수병이 아닐까 싶네요
거리가 넘 멀어서....ㅠㅠ
가까운 친정 식구들이나 동네친구들과 수다떨면 좀 나아 지려나 싶네요
인간은 누구나 외롭지요
옆에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외로우니 인간인게죠
힘내시고 어떻게든 기분전환하셔서 밝은 행복한소식 기대합니다 ^^
BlogIcon 옥포동 몽실언니 2017.02.24 21:06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의 산들님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네요. 소소하지만 즐거운 일상입니다. 저는 한달에 한번쯤이 아니라.. 거의 며칠씩, 가끔 일주일을 꼬박.. 우을감에 빠지곤 해요. 아마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 아닐까..생각하는데.. 영국에서는 대부분 날이 흐리니 날씨 탓 하기도 좋구요. 늘 즐겁기만 하면 어디 그게 사는 재미겠습니까.. 옆에 가족들이 있으니 참 좋아보여요! 힘내세요!
2017.02.25 09:21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낭랑공주 | 2017.02.25 09:39 신고 URL EDIT
정상이에요. 여자들은 남편이외에
애들 놔두고 친구들 만나서 커피마시면서 아니면
Tea party 하고 조잘대면 우울한것 없어져요
남편보고 애들 대리고 시집에 가 있으라고 하고
여자 친구들만 초대해서 기분 확 풀어요
Sponch 2017.02.27 19:06 신고 URL EDIT REPLY
날씨 탓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겨울되면 이유없이 쓸쓸하고 슬프고 하거든요. 고산에 얼른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네요. 그대신 저는 겨울을 갖겠지만요. ㅎㅎ
배미경그라시아 2017.02.28 17:19 신고 URL EDIT REPLY
갱년기 잘 극복 하기로 해요 우리들 모두...
세면대 막힐때요 스페인도 케이블타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케이블타이를 가위로 어슷하게 잘라요 끝은 자르지 말구요... 지그재그로..양쪽...
그래서 거꾸로 집어넣고 당겼다 밀었다 하면 머리카락이 거기에 걸려 올라와요~~
BlogIcon 뉴가바 2017.03.08 19:04 신고 URL EDIT REPLY
정말 아름다워요^^
쑥향 2017.07.16 09:37 신고 URL EDIT REPLY
부부가 서로 보듬으며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빌어요
햇살처럼 2017.09.10 19:02 신고 URL EDIT REPLY
동물 ㅎㅎㅎㅎ 아무튼 제일 좋아하는 그 어떤 대상이 바로 아내 분 이시라는 거네요^^
한국식으로 젓가락.. 남편분께서 젓가락을 만능이면서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젓가락질을 잘 한 덕에 산들님과 이어져서 그러신 걸까요?
결혼하면 무심 해지고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는 한국의 부부들과 달리
서로 깊이 사랑하고 도우며 사는 모습이 참 이쁘고 부럽습니다.
그리고 고양들고 아이들처럼 많이 컸네요. 그곳에서는 고양이들마저 참 행복해 보여요^^&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