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편이 현지인들에게 소개한 '한국 막걸리'
뜸한 일기/먹거리

스페인에서 살면서 본 가장 기억에 남는, 이곳 사람들의 호기심 풀기 방법의 하나는 '모여서 진지하게 대화 나누기'였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 다녀온 곳에 대한 이야기를, 김치가 만들고 싶으면 김치 담글 줄 아는 사람 찾아가 진지하게 배우기, 하몬(Jamon, 스페인식 생햄)을 만들고 싶으면 전문가에게 다가가 진지하게 같이 만들기 등...... 뭐든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몸으로 뛰고 진지하게 대화하고 배우는 자세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제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맥주를 담그고 이제는 국제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갈 정도로 실력을 키워 현지 이웃들에게 소문이 났답니다. 이웃들은 언제나 그 맥주의 세계가 궁금하여 시음회를 하자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날짜가 잡히고 산똘님은 '세계의 맥주'에 대한 이웃 호기심을 풀어줄 목적으로 시음회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또 호기심 풀기의 방법으로 작은 만남을 진지하게 이뤘습니다. 

신기하죠? 스페인 고산에서 막걸리라니......


남편은 유명한 수제 맥주를 잔뜩 사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인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맥주들 사이에는 헉?! 한국 막걸리가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아니, 맥주와 막걸리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남편이 스페인 현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것은 넓은 의미로의 곡물주를 소개하고 싶었나 봅니다. 흔히 하얀 거품 이는 보리로 담근 술을 전형적인 맥주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맥주도 일종의 곡물주이니 동양의 한국이라는 나라의 전통 곡물주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맥주만 있는 게 아니라고...... 세상의 중심은 서양만이 아니라고......

사실, 맥주라고 여겨지는 곡물주는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빵을 넣어 발효한 걸쭉한 음식 대용의 국 스타일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지금의 술인 음료 형태로 나타난 것은 동양이 가장 먼저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남편은 동양의 곡물주의 대표로 전통적인 한국 막걸리를 맛보게 한 것이랍니다. 증류하지 않고 발효한 곡물주이기 때문에 소주, 청주보다는 막걸리가 더 맥주와 가까웠던 것이지요. 

따르시오~가 아닌 혼자 술을 따라 막걸리 맛을 보는 스페인 현지인들


그 후, 로마군에 의해, 가톨릭이 퍼지면서 곡물주는 사라지고 슬그머니 포도주가 더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손으로 필사를 담당하던 수도사들에 의해 맥주(곡물주)의 명맥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모든 지식은 그들의 원본 필사본으로 세대를 타고 전해졌지요. 

사실 맥주도 아주 다양한 곡물과 효모, 홉스(hops, 맥주의 쓴맛을 내는 열매)로 만들어졌다네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리와 홉스, 효모가 아닌 아주 다양한 발효종으로 취급되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한국의 막걸리도 이 속에 속한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청주를 라이스 와인(rice wine)이라고 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뜻이랑 성격이 전혀 맞지 않는 영문해석인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해석되어지고 있습니다. 막걸리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차라리 '곡물주' 범위로 취급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저같이 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은근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막걸리에 대한 남편의 소견이었습니다. 

막걸리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음미하면서 맛 보는 친구  

그 옛날 누군가 노래하던 이 가사.

"막걸리~ 막걸리~ 우리나라 술~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술~"

그래서 결론은? 스페인 이웃들은 우리의 막걸리를 좋아했을까요? 

호불호가 갈라지는 음료로 한 번만 마시면 알 수 없는 맛이지요. 저도 막걸리 마신지 하도 오래 되어 가물가물한 맛인데, 스페인 사람들의 한 마디, 

"어이쿠~! 시큼해."

"신비로운 맛이군!" 

"한 번도 이런 술을 마셔본 적이 없어." 

"이상해. 맛있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잘 모르겠지요.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되면 또 막걸리를 가져갈 생각을 하고 있는 남편. 아마 다음에는 다른 맛이 생겨날지도 모르겠지요. (그때는 파전이랑 막걸리랑 같이 시식, 시음회를 해야 하는 것일까...... 파전 없이 마시는 막걸리가 좀 껄끄러운 걸)

맥주를 소개하는 자리에 막걸리를 같이 가져간 남편. (장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레스토랑 주인은 우리 막걸리에 뿅 반했더군요. 한 번에 반하는 현지인도 있다는 사실. 역시나 같이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더 다른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알 수 있겠습니다.  @.@! 

남편도 특별히 즐거운 시음회를 가졌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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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om 2017.02.27 23:45 신고 URL EDIT REPLY
막걸리..

마시는 것은 좋치만 산행뒤 한잔 한 후 일주일간 뻗은 이후에
언제나 몸이 거부를 하더군요.
소주도 그렇고, 맥주도 그렇고,

그런데 수입맥주는 안그렇던데 왜 그럴까요?
오늘은 돈들어온 기면으로 맥주 한캔하고 잡니다.

막걸리 증류해서 소주...
맥주 증류해서 위스키...
포도주 증류해서 브랜디...

산똘 형님에게 증류주도 도전해 보시라 전해주세요.
maison 2017.02.28 00:29 신고 URL EDIT REPLY
바로 엊그제 한국의 매스컴에선 한국산 맥주의 소비 비율이 드디어? 아니 기어코 50% 밑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수입 맥주의 소비 비중이 높아졌다는 얘기죠. 사실 우리나라 맥주가 맛없다는 평가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요. 최근들어 다양한 수입맥주나 가게에서 직접 만든 맥주들이 인기를 끌면서 국산 맥주회사들의 맥주 소비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네요.
양주와 섞어 마시는 한국스타일의 폭탄주 제조용이 아니면 국산맥주를 따로 사서 마시는 젊은이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제가 술을 안마셔서 잘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맥주가 정말 맛이 없나요?ㅎ
맥주 얘기...아니 막걸리 얘기 잘 봤습니다.
나야 2017.02.28 00:30 신고 URL EDIT REPLY
실로 오랜만에 댓글을..
와, 산똘님은 정말이지 누구보다 더 대한민국알리기에 힘을 쏟네요. 오픈마인드와 산들님에 대한 애정의 산물~♡ 겨우내 이어지던 병간호로 친정엄마는 어느 정도 원기 회복하시고 고향으로 가셨고 저도 어느정도 여유를 찾았네요. 그간 읽기만했는데..저희집 막내도 한국나이 6세가 되어서 병설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말 세월이 빨리가는것같아요. 둘째의 장래희망이 과학자라서 그 얘기하고 있는데 막둥이가 자기 꿈은 짠언니 (작은언니-작은언니를 너무 좋아해서~^^;)라네요..이렇게 또 웃는 하루였습니다. 산들님 건강하세요~♡
세레나 2017.02.28 00:30 신고 URL EDIT REPLY
곡물주라고 하는게 맞는 거 같아요!. 맥주라는게 원래 이집트에서 시작했군요. 또하나 배워가요. 남편분께서 우리의 막걸리를 소개해주시니 참 마음이 뜨거워지네요! 스페인 사람이 전통술인 한국 술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시니 감사한 마음도 들고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도 느껴지니 좋네요~~아. 한국은 봄이 오고 있는데 오늘밤은 부침개와 막걸리한 잔 하고 싶네요~~^^
2017.02.28 01:50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키드 2017.02.28 07:34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 대단하세요~~
글 읽을때마다 느끼지만 다른문화에 대한 이타적인 마음이 없는분같아 좋습니다 .
제남편은 막걸리 흔들지 않고 위에 맑은것만 맑은것만 마시더라구요.
암튼 맥주시음회에 막걸리 ‥신선하네요~~~^^
Kay 2017.02.28 08:10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 참으로 멋진분이시네요~
아내분을 너무 사랑하셔서인가요.
한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예요.
훌륭한 남편분을 만나셨네요~^^
밐밐 2017.02.28 10:16 신고 URL EDIT REPLY
ㅋㅋㅋㅋ 순간 따르시오가 스페인어인줄 알고 이게 무슨 말이지? 했네요~
산똘님이 막걸리를 저렇게 소개하시다니 참 멋있으시네요~~
권지혜 2017.02.28 11:11 신고 URL EDIT REPLY
막걸리는 유산균이 최고 많아서 피부 미용에 좋다 - 이렇게 설명해 주면 외국인 여성들 한테 급 인기 폭팔 하더라구요
마시면 배 불러서 포만감도 좋구요 .
지나가다 2017.02.28 13:30 신고 URL EDIT REPLY
청주는 증류주아니고 소주가 증류주지요
물론 청주 중에는 특히 일본 사케 중에는 알코올을 소량첨가하는 제품들도 있습니다만
BlogIcon 비단강 2017.02.28 14:23 신고 URL EDIT REPLY
아하 지난 토요일 계양산에 올랐다가 막걸리 두대접 먹었는데 참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산들님께서 막걸리 얘기를 하시는군요.^^
맥주와 막걸리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술이었던가요?
파전에 막걸리도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두부김치와 막걸리가 더 좋습니다만
산들님 언제 한 번 막걸리 한 잔 하시자구요. ㅎㅎ
은정이 2017.02.28 17:39 신고 URL EDIT REPLY
생막걸리를 대접해야 하는디~ 게다가 전북 정읍에는 (막걸리에 흔히 쓰는 감미료) 아스파탐 하나 안쓰고 우리 쌀로 만든 송명섭막걸리라고 엄청 귀하고 맛난 막걸리가 있는데~ (물론 전국 다 뒤져보면 이런 장인이 만드는 막걸리가 도 있겠지만 전 이거밖에 몰라요) 남편분께 소개하고파~♡ 막걸리가 만들고 2ㅡ3주까지 숙성하며 매일매일 맛이 달라요.
카일 2017.02.28 19:42 신고 URL EDIT REPLY
외국인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정도 잘못 알면 또 어때, 하겠지.
청주는 맑을 청 청주외다. 증류주가 아니라.
BlogIcon 테포르 2017.03.01 10:32 신고 URL EDIT REPLY
잘보고 갑니다. ㅎㅎ
BlogIcon ssongmi0 2017.03.01 11:24 신고 URL EDIT REPLY
막걸리..마실땐 좋은데 담날 일어날때 머리가 너무 아프더라구요ㅜ
BlogIcon Richard 2017.03.02 10:21 신고 URL EDIT REPLY
막걸리를 외국인들이 마시는 모습을 보니 ㅎㅎ
그냥 뿌듯하네요~ 정말 파전이랑 같이 시음을 하셔야 ㅎㅎ
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ㅎㅎ
스페인 분들 막걸리 시음하는 모습이 정말 진지해보입니다^^
좋은 포스팅 너무 잘 봤습니다!
박동수 2017.03.02 11:33 신고 URL EDIT REPLY
소주는 삼겹살하고, 맥주는 치킨하고, 막걸리는 등산하면서....
그냥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요
살다보면 언젠가 산똘님이 만든 맥주를 먹어볼 날이 오겠지.

부산써니 2017.03.05 23:09 신고 URL EDIT REPLY
다음번엔 사이다에 타드시는것도 추천해드려요.ㅎ 물론 그들이 안볼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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