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은 없어져야 한다는 남편
뜸한 일기/가족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었죠? 

어제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엄마, 축하해~! 오늘은 여성의 날이야." 그러더군요. 그래서 우리 네 모녀는 "그래, 다 함께 축하하자~!"하면서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지그시 눈을 감으면서 우리 세 딸을 안으며 그러더군요. 

"여성의 날이 없어지는 때가 왔으면 좋겠어."

남편이 세 딸을 안으면서 축하해주는 줄 알았는데, 남편은 씁쓸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빠, 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세 딸이 묻습니다. 

"너희들이 컸을 때는 여성의 인권이 신장해서 이렇게 일부러 날 잡아 축하하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 

딸 가진 아빠의 마음일까요? 아빠는 우리 딸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고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말을 했네요. 물론, 이런 날이 있어 여성의 인권이 더 성장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우리 자신의 인식도 많이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문뜩 떠오르는 일화 하나가 있네요. 

한 한국 친구가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나는 내 아내가 나 좋아하는 양념 좀 우리 어머니한테 배웠으면 좋겠어."

모든 남성이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사회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런 시각이 있습니다. 나는 배우지 않지만, 아내가 좀 배워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 

그러자 산똘님은 그럽니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은 네가 직접 배우지 왜 아내에게?"

물론 친구는 아내가 시어머니와 친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솔직히 생각해 보니, 친구 아내도 남의 집 귀한 자식일 텐데, 자기 좋아하는 요리해주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여자들도 가끔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이 양념 배우고 싶어한다면 왜 며느리는 안 배우냐~ 하고 따질 게 뻔합니다) 어머니도 여자이지만, 아들이 직접 음식 배우는 것은 싫어할 겁니다. 어머니는 옛날 분이라 의식을 변화할 수 없어 그러실 수도 있지만, 요즘 여성들도 그렇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머니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가끔 우리는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며 다른 이에게 어머니가 되어주는 존재는 참 좋습니다. 그러나...... (저도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만 가끔 옆에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습니다)

가끔 많은 여성들이 그럽니다. "사랑하는 남편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주고 싶어~" 그런데 남편들도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을까요? 서로가 그런 마음이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땐 어쩐지 남자를 위해 우리 여성 스스로가 속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남편을 아들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편도 아내에게 어머니가 되어줄 수는 없는지......

뭐 완전한 남녀평등은 있을 수가 없죠. 우리는 어차피 다른 성을 가진 존재들이니까요. 단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아주 중요하답니다. 여성들은 남이 보는 시선에 민감하고, 예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사랑스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함정에 빠집니다. 사람은 타고난 성향과 성품으로 살아가는 바, 다 똑같을 수 없는데 항상 남에게 보여질 것에 더 걱정을 합니다. 

아무튼, 오늘은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한 번 해봤습니다. 

이 짧은 포스팅에 많은 이야기를 쏟아부을 수는 없지만, 여성의 날을 계기로 우리 딸들의 미래도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세 딸이 커서 온전히 자기 능력을 발휘하면서 인정을 제대로 받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아빠의 마음을 보니, 그 눈에서 느껴지는 지금의 안타까움이 전해져 이런 글을 쓰게 되었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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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욤 2017.03.09 21:50 신고 URL EDIT REPLY
참 좋은데요. 저도 어서 여성의 날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성별 인종 종교 빈부의 벽이 빙하 대신 와르르 녹아내리면 좋겠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3.11 03:07 신고 URL EDIT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인간인 이상, 이런 차별은 영원할 것도 같네요. ^^;
고욤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남경현 2017.03.09 22:27 신고 URL EDIT REPLY
제가 일하는 이 곳 터키에서도 터키여직원과 한국여직원들이 모여서 단체로 여성의 날 기념 점심을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여성의 날을 핑계로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간 것처럼 보였지만요. ㅋㅋ... 산똘님의 말처럼 여성의 인권이 남성과 동등해져 굳이 여성의 날을 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3.11 03:08 신고 URL EDIT
반갑습니다. 남경현님. 간혹 올려주시는 터키 이야기 참 즐겁습니다. 항상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기회를 아직 얻질 못했네요. ^^* 산똘님은 터키 음식 참 맛있다며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키드 2017.03.09 22:30 신고 URL EDIT REPLY
맞아요‥차별이 없다면 궂이 기념일을 정해서 축하할 이유도 없지요.
우리아이들이 남녀 차별없이 평등한세상에서 한인격체로 존중받는 그런세상이 빨리왔음 좋겠어요~~가정에서 부터 아이들을 그렇게 교육시키는게 어떨까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3.11 03:10 신고 URL EDIT
네~~~ 맏쓉니다! 그리고 믿쓉니다!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한 것이죠. 가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하는데 점점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키드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선교아재 2017.03.09 22:31 신고 URL EDIT REPLY
그거 아세요? 우리나라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있어요. 일 년 내내 무시하다 하루 생각해 주자는 날인가 싶은 생각이 들죠. 여성의 날도 그렇지만 장애인의 날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3.11 03:11 신고 URL EDIT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인은 유독 차별이 심합니다. 아닐 것 같은데도 가끔 보이는 차별에 마음이 무척 아플 때가 많습니다. 어서 그런 날이 없어졌으면 하네요.
선교아재님. 행복한 주말 되세요. 화이팅!
BlogIcon 비단강 2017.03.10 09:40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제 아내가 내 어머니처럼 고추장 된장을 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배우지 않았지만 나의 아내는 잘 배워서 나에게 그런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게 해 줬으면 하는 마음. 이기적인 마음이지요. 이런 인식들이 누적되고 사회적 권력(가부장제)에 의해서 한 사회에 관습으로 굳어지고 당연한 제도처럼 작동합니다.

그리고 저는 또 생각합니다. 내가 노력하여 아내와 딸에게 좀더 좋고 예쁜 옷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예쁜 옷을 입고 기뻐하는 아내와 딸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마음은 산들님께서 말씀하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에 엄마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글, 잘 읽었습니다.

역사적인 날일 수 있는 오늘.

산들님 안녕하시지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3.11 03:13 신고 URL EDIT
비단강님. 오늘 아침에 이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자고 일어나 제일 먼저 본 소식이었지요.
참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우리 한국인이 참 대단하게 성장했구나 싶습니다. ^^* 이게 법치주의 국가구나. 민주주의구나. 싶은게......
그렇다면 곧 선거일일텐데 재외국민 선거신청을 해야할 것 같네요. 그것도 고민됩니다. ㅠㅠ 다음에는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사실에......

비단강님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화이팅!
BlogIcon Richard 2017.03.10 14:58 신고 URL EDIT REPLY
정말 인상깊은 글이네요~^^ 여성의날.. 평등한 사회에서
이런 날이 만들어졌다는건.. 참..안타까운 일이죠~
좀 더 여성들이 사회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3.11 03:14 신고 URL EDIT
고맙습니다. 오메이징님. ^^*
그래서 많은 부분 여성이 나아갈 수 있도록 인식이 변화해야겠지요. 부끄러운 글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7.03.10 18:49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3.11 03:17 신고 URL EDIT
OOO님. 뉴질랜드로 이사 무사히 잘 하셨다는 소식 잘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참 오랜 시간 소통을 해왔네요. 놀라워라~! 덕분에 저도 이런 소통으로 행복하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저도 서양 할머니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참 세대가 많이 지금 우리 여성 세대와 비슷하구나 느꼈답니다. 가까이 계신 저희 시어머니도 그렇답니다. 직장 여성에 독립적이면서도 참 당당하신 부분도 그렇고...... 시아버님도 같이 옆에서 집안 일 도와주시는 부분도 그렇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참 많다는 걸 깨닫곤 합니다. ^^*
그런데 아랍 국가의 여성에 비해 우리나라 여성들도 여권이 무척 상승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위안이랍니다.

저도 같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즐거워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화이팅!
2017.03.10 19:0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3.11 03:19 신고 URL EDIT
오~ 그 힘든 과정을 무사히 잘 참고 이겨나가신다니 제가 참 다행입니다. 물론 힘들어 포기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긍정 마인드로 꼭 치료에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꼭 좋은 결과가 올 겁니다.
3주 후 다시 입원하시면 며칠 동안 또 계시는지요? 아무쪼록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와 다시 좋은 일들 많기를 바라봅니다.
OO님. 화이팅~! 스페인 고산에서 좋은 에너지 보냅니다.
세레나 2017.03.10 20:41 신고 URL EDIT REPLY
네. 맞아요. 여성의날이 지정되지 않고 남성과 여성모두 평등하게 인정받고 차별받지 않고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사는 세상이 왔음 좋겠어요. 오늘 오전 11시경 여기 한국은 한국의 첫 여성대통령이 탄핵이 됐어요. 파면당했는데 저의 개인생각은 당연히 대통령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때문에 여러가지 이유로 당연히 물러나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한편으로는 첫 여성대통령이였고 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컸던거라 많이 아쉽네요.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 당분간 향휴 대선 여성후보자가 있어도 과연 국민들이 뽑을까 생각도 하게 되고요.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여성들의 사회적진출도 많고 정말 국제적으로도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여성이 많아졌는데요.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도 많이 존재하는 만큼 날날이 여성들의 권리보장이 좀더 존중받았음 좋겠어요~~ 전 자식은 없지만 조카 둘이 여자 아이들이라 작가님 맘처럼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나저나 어머 !!!!!!! 아이들도 많이 자라고 작가님도 더 아름다워 지셨네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3.11 03:23 신고 URL EDIT
그러게 오늘은 두 여성의 분위기가 참 달랐던 날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정미 헌법 재판관.
정말 차이 나는 여성상이었죠?
참 여성이나 남성이나 인성이나 공감 능력, 사람의 자질 등이 대변되어야 하는데 가끔 우리도 모르는 이미지화 된 마케팅으로 속기도 하네요. 그렇게 속았으니 이제 파면이 당연하다고 보네요. 아무튼, 오늘은 미래의 여성들이 닮고자 하는 분을 만나 안도가 되던 날이었답니다.

세레나님. 화이팅~!
BlogIcon 프라우지니 2017.03.11 11:03 신고 URL EDIT REPLY
여성의 날인지 모르고 지났습니다.^^;
코알라야 2017.03.11 13:43 신고 URL EDIT REPLY
저번 결혼은 희생이 아니라 행복하고 싶어서 결혼해야 한다는 남편분 마인드도 참 멋쪘는데요 이번 말씀도 참 좋네요 여자들에게 요리 육아 일방적으로 강요되어지는 한국사회랑 틀려서 아무생각없이 막 살아가던 저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제 아들도 좀 평등하게 키우고 싶네요^^ 항상 자연친화적이고 자유로운 삶 멋찌세요 응원합니다
BlogIcon taeim 2017.03.11 14:13 신고 URL EDIT REPLY
여성과 남성간의 차별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차별문제 처럼 인간들 사이에서 생기는 대부분의 갈등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데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남녀사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는 분명히 눈에 보이는 차이점만 해도 많이 존재 하는데도 불구 하고 자기와 다르면 비판을 하고 비난 하는 풍토가 너무 만연해 있는거 같아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게 되면 굳이 차별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 할 필요가 없을거예요.
박동수 2017.03.12 17:45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은 조직의 리더가 되면 능력을 발휘할 분인데...
본인은 사양하겠지.
오늘은 정말 봄날이다. 햇살을 피해 그늘에서 땀을 식혔네....
BlogIcon 심해물고기 2017.03.15 12:09 신고 URL EDIT REPLY
요즘은 그래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희생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면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남성도 많고 직업성취를 중요시여기는 여성도 많고요! 더 나은, 서로 더 존중하는 사회가 될 거라고 믿어요
Sponch 2017.03.17 13:28 신고 URL EDIT REPLY
여성으로서, 딸 둘을 가진 엄마로서 산똘님 생각에 격하게 공갑합니다. 분명 변화는 있으니 결국 그리 되리라 믿어요. 좀 더 빨리 그런 날이 오면 정말 좋겠지만요! 다같이 노력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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