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스페인에서 배운 '새'를 사랑하는 법

산들무지개 2017. 7. 2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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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인 비스타베야에는 발렌시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페냐골로사산이 있습니다. 이 산은 생물학적 가치가 아주 뛰어나면서도 지질학적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 지역이기도 하답니다. 자고로 발렌시아 주가 지정한 자연공원이기도 한 이곳은, 또 특별하게도 철새 보호구역이기도 하답니다. 


뭐, 요즘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생태계를 생각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는가,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 제가 스페인에 살면서 본 이곳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보호와 보전은 참 대단하다 싶었답니다. 이런 환경에 살아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자주 접할 기회가 특별히 많아 저는 스페인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자연보호와 생태계 보전 부분이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답니다. 특히 철새에 관해서는 말입니다. 


조류가 왜 중요하냐고요? 왜 철새가 중요하냐고요? 


일단 생물과 동물은 생태계를 각각 담당하고 있는 분야는 확실히 있는 것이고요, 조류의 수에 따라 생태계 변화를 추정할 수 있으며, 문제 해결 또한 할 수 있답니다. 새는 씨앗을 나르는 씨앗 은행이며, 각종 벌레와 곤충을 잡아먹는 자연산 해충예방제이기도 하답니다. 산림에 침범하는 애벌레를 먹어주니, 산림 보호에도 각별하고요. 물론, 이런 먹이사슬 관계가 적당하게 균형을 유지해야만 자연 생태계도 건강하게 살아남는다는 것은 말씀 안 드려도 아실 테고요. 


그런데 요즘 이런 조류의 수가 1/3이 줄었다고 합니다. 왜냐고요? 


철새는 이동하면서 사는데 어떤 철새 휴식지에는 건물이 들어서 모조리 길을 잃은 경우도 있고, 사막을 건너다 죽는 철새도 있고, 철새가 휴식하면서 내려앉은 곳에는 농약을 쳐 잡아먹을 벌레가 없어 죽는 경우도 있고, 또 가장 중요한 인간의 야간 활동이 너무 지나쳐 생체 리듬이 엉망이 되어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고요? 보통 자연은 밤에 어두워야 정상인데, 요즘은 밤에도 불을 켜고 밝히니 이동하는 철새가 감각을 잃고 갈 길을 못 찾아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생체리듬이 파괴된 것이지요. 


오늘,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느냐면요, 지난번 마을 건물 지붕에서 떨어진 칼새의 이야기를 하려고 썼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동물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답니다. 개한테 물려 크게 다친 적도 있고, 동물을 자세히 볼 기회가 없어 오히려 나쁜 선입견으로 동물을 가까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고산에 살면서 처음으로 동물과 교감을 하고 자세히 관찰할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이거 참 중요하다! 싶었답니다. 인간이 인간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동물에 대한 교육이 없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뱀이며, 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뱀이라는 뱀은 다 독이 있어 무섭고 두려운 것이라는 선입견을 떨쳐버린 것은 독 없는 물뱀의 눈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얼마나 동그랗고 이쁘던지...... 저 뱀도 인간을 두려워할 텐데...... 이 인간이라는 작자는 괜히 호들갑이구나 싶었지요. 


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 부리와 깃털~ 발톱~ 참 가까이하기엔 좀 두려운 걸~ 싶었는데 제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린 것은 스페인 고산에 살면서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며 교육받을 기회가 있어 마음을 바꾸게 되었답니다. 게다가 지난달 구출한 칼새에게 먹이를 주며 보살피던 며칠은 저에게 다시 한번 조류를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 여기서 잠깐! 스페인의 조류 보호 정책 


스페인에는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여 자연에 귀환하는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있습니다. 야생동물 중 조류도 상당수랍니다. 왜냐하면 스페인은 유럽 연합 내 조류 특별구역인 ZEPA가 유럽 내 가장 많은 곳입니다. 유럽 연합의 지침(79/409/CEE) 에 따라 유럽 영토 내에는 중요한 조류 서식지와 철새 휴식지, 조류 부양지 구역을 가입국 동의하에 지정하는데요, 철새의 경로와 행보 등을 연구하며 체계적으로 문서로 만들고 비호하는 조류 특별 보호구역(ZEPA, Una Zona de especial protección para las aves)이 정해져 유럽에서는 조류에 대한 이해를 정책적으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ZEPA는 동시에 멸종 위기의 조류 특별 관리를 통해 번식을 돕고, 위기에 처한 다친 새를 구출하며, 재활한 새를 자연에 귀환하는 일을 따로 정하여 보호합니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많은 철새 이동지이자 서식지이기도 한 이베리아 반도는 기후가 따뜻하고 해안가의 풍부한 삼각주와 호수, 습지 등의 자연 재원(財源)이 많아 다양한 조류의 보호구역이 되었답니다. 


참고) 유럽 연합 내의 가장 많은 조류 보호구역인 이베리아 반도에는 스페인 644 ZEPA, 포르투갈 106 ZEPA 구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철새인 칼새는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그 전 에피소드입니다. 
구조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구조를 하여 집에서 열심히 한 열흘 동안 먹이를 주고, 여행 중에도 같이 데리고 다니면서 먹이를 주었답니다. 많은 분이 인간의 동정심으로 새를 죽게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답니다. 모든 새가 빵조각만 먹는 게 아니고, 모든 새가 곤충만 먹는 게 아니었습니다. 새에 따라 먹이 주는 방식도 달라 그것만 잘 알면 얼마든지 둥지에서 떨어진 새를 구조하여 키울 수가 있답니다. 그래서 우리가 키운 칼새는 꼭 곤충이나 그에 달하는 고기(?)를 주었고요, 또 이 칼새는 물에 젖으면 절대로 안 된다고 하여 물도 주지 않았습니다. 곤충 안의 수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산다고 합니다. 오히려 물이 코에 들어가면 폐렴으로 서서히 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를 키우는데 제 손아귀에 들어오는 새의 심장 소리에 또 한번 크게 심쿵했습니다. 이 작은 녀석도 얼마나 두려울까 싶은 게 세상 어떤 소음보다도 "더 크게" 제 손에 전달되는 새의 심장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칼새를 거두어간 곳은 다름 아니라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시는 분들입니다. 특히 조류구조하시는 분들이 오셨는데,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우리 센터에 900마리의 칼새가 있어요! 요즘 칼새 키우기에 여념이 없어요."

그래서 저도 그곳에 우리가 구출한 칼새를 보냈답니다. 900마리 친구들과 함께 자라나 자연으로 귀환하라고...... 

여러분, 조류뿐만 아니라 많은 야생동물이 구조되어 자연에 귀환하는데요, 이 조류 귀환하는 행사에 한번 가본 적이 있답니다. 얼마나 다양한 새가 다쳐서 죽을 처지에 있었는지, 참 경이로운 경험을 했답니다. 평소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올빼미와 수리를 볼 때는 제 심장도 함께 뛰었답니다. 


평소 보지 못하는 새를 직접 가까이서 보는 경험은 참 놀랍답니다. 



이 큰 수리도 크게 다쳤는데 이렇게 구조되어 건강하게 자연으로 귀환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인데 아이들의 감성이 폭발하는 모습과 저 아름다운 올빼미가 얼마나 

황홀한지 저 이후로 직접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지만 

제 추억 속에 각인된 몇 장면이랍니다. 



다시 칼새 이야기로 넘어와, 며칠 전에 조류 보호 센터에서 오신 분들이 칼새를 데리고 갔답니다. 그곳에서 보내온 사진 보여드릴게요~!



이렇게 구조된 칼새는 상자에 여러 마리씩 넣어 기르게 된답니다. 

매일 시트를 깔아줘 깃털에 똥이 묻지 않게 한답니다. 

매시간 먹이를 줘야 하고요. 



이 중 하나가 아이들이 구조한 우리와 함께했던 칼새입니다. 



때가 되어 튼튼해지면 발톱으로 오를 수 있도록 망을 설치하여 스스로 벽을 탈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합니다. 



새 먹이, 메뚜기...... ^^* 


이렇게 하여, 우리 집 칼새의 행방을 여러분들은 아시게 되었습니다. 

어때요? 안심되지 않으신가요? 저도 무척 안심했답니다. 


평소에는 몰라서 가까이 다가가기를 꺼렸던 동물이 실상은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우리도 자연에 귀속된 생태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저 생태 균형이 무너지면 우리도 결국 멸망하는 것이란 걸~ 


아무튼, 저는 스페인에 살면서 야생 동물을 더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제 선입견을 버리려 했답니다. 

동물도 한 존재이며, 위험스러운 상황에서는 무척 두려워하는 존재란 것을~ 

우리가 몰라서 꺼려하는 것이지, 결코 알고 나면 싫어지는 존재가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새 먹이 주던 장면도 함께 남길게요~! 

(저 날은 메뚜기를 못 잡아 저염의 삶은 하몽을 주었습니다)


아무튼, 우리 네 모녀가 구조, 구출한 새가 무사히 다른 동료들과 함께 있고, 

지금도 열심히 자라나고 있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어느날 900마리 새가 다 함께 하늘을 날아 철새로서 

저 먼 곳을 향해서 훨훨~ 날아가길 기대해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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