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아이를 울게 한 아빠의 여름방학 선물

산들무지개 2017. 8. 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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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되어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다던 산똘님은 몇 달 전부터 아이들에게 해줄 선물 마련에 고심했습니다. 방학이니 특별한 추억 생기면 좋겠다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선물은 으음~ 큰 아이는 운이 좋아 받을 수 있었지만, 작은 쌍둥이 아이들은 그만 운이 나빠 받질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선물을 받은 큰 아이는 선물 받은 날부터 울기를 반복합니다. 눈물이 그렁한 날도 있었고, 설레어 기분이 상승한 날도 있었으며, 걱정으로 잠을 한숨도 못 잔 날도 있었습니다. 아이는 선물을 받고도 처음이라 어쩔 줄 몰랐습니다. 



아이는 아빠의 선물 때문에 펑펑 울었습니다.

아빠는 무슨 심보로 아이를 울리면서까지 이런 선물을 했을까요? 



스페인 사람인 남편은 어릴 때 자신이 경험한 선물을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제가 미국 영화에서만 봤던, 체험캠프였던 것이지요. 알고 보니, 스페인에서는 아주 대중화되어 있는 문화 중 하나랍니다. 아이들이 여름 방학을 맞으면 누구나 한번은 보내는 곳으로 특히, 자연에서 체험하면서 놀고 학습하는 자연 캠프라는 것이지요. 


산똘님의 캠프 경험은 만6세부터 시작되었다는군요. 숲속 캠프에 빠져 집에 돌아오기 싫었던 날들이 많았다는 그, 진정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방학의 추억이었다는데요, 안타깝게도 우리 쌍둥이 아이들은 캠프가 꽉 차서 들어갈 곳이 없었답니다. 몇 달 전부터 준비해도 이렇게 자리가 없으니 내년에는 일찍 신청하는 것으로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캠프를 보낸다는 말이 나온 날부터 아이는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혼자서 샤워를 잘할 수 있을까? 혼자 가서 심심하지 않을까? 아빠, 다른 아이들도 다 혼자 올까? 엄마, 깨워주지 않아도 혼자 일어날 수 있을까? 밤에 깨서 무서우면 어떡하지?" 등등. 


그런데 아이는 마을 친구와 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혼자 가서 직접 부딪쳐보고 싶어."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혼자 가겠다고 당차게 이야기하다가도 또 두려운 듯 이것저것 걱정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걱정을 덜어줍니다. 


"있잖아. 아빠는 너보다 어릴 때부터 캠프에 갔었어. 한번 가면 계속 가고 싶어지는 곳이야. 아빠는 열다섯 살까지 캠프에 참여했단다. 그리고 네가 가는 곳은 아빠가 갔던 캠프야~!"


아빠가 갔던 캠프라는 말에 아이는 안심이 되나 봅니다. 덕분에 산똘님은 자신의 사진첩을 뒤져서 아이에게 아빠의 캠프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그 캠프에 여전히 있는 맥 코이 아저씨 사진까지 복사해와 편지를 써서 아이 편으로 보내게 되었답니다. (와우~! 역시 스페인이다. 한 곳에서 오래 자신의 일을 하며 대를 이은 캠프 아이들을 보니......)



산똘님은 추억이 있다는 사진을 복사했더군요. 

15세 마지막 캠프의 모습이랍니다. 

큰 딸을 위해 아빠가 갔던 캠프를 신청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맥 코이 아저씨께 편지도 썼습니다. 



'람보'라는 별명의 맥 코이 아저씨에게 

자신의 딸을 소개하면서 안부를 전하는 스페인 남편 


그리고 캠프 가는 날이 다가오면서 남편은 분주하게 아이가 챙겨가야 할 물건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딸바보 아빠 아니랄까 봐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도 철저합니다. 



손수 챙기는 아이의 옷과 침낭, 배낭, 소지품 등 



가방에 넣으면서 설명해주는 모습 

쌍둥이 동생들: 언니~ 어딜 가려고? (슬픈 표정) 



아이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매일 설명해주는 아빠. 



그리고 드디어 떠나는 날, 아이는 가슴을 진정할 길이 없어 저렇게 종이접기만 수천 개를 했습니다. ^^; 

처음에는 기분 좋게 집합 장소에 갔는데 막상 버스에 오르는 순간에는 이렇게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르는 사람인데......' 이런 생각으로 울었겠죠. 

처음으로 생판 모르는 곳으로 부모 없이 가는 아이 마음이 얼마나 놀라겠어요? 


그리고 토닥이며 아이를 버스에 올려보냈는데, 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산드라가 울면서 버스에 타니 사라는 슬픈 표정으로 언니 어디 가냐고 묻습니다. 

누리는 언니를 달래기 위해 기쁜 표정으로 언니 잘 다녀 와 인사를 했습니다. 

우는 아이 보내니 확실히 마음이 아프긴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좋아져......

페이스북의 캠프 자원봉사자가 사진을 드디어 뙇~! 하고 올렸습니다. 



울면서 보낸 아이가 자꾸 마음에 걸리더니,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


그리고 그렇게 8일간의 캠프를 아이는 보내고 왔습니다. 


페이스북으로 아이의 발자취를 찾아가니 무척이나 안심되었는데요, 

더 안심되었던 것은......


맥 코이 아저씨가 보내온 사진 덕분이었습니다. 



이곳 캠프에서는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나잇대의 아이들이 협동 단결을 목적으로 하면서 

스스로 참여하는 놀이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체험 캠프입니다.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니 참 좋았습니다. 



다 함께 모여 노래하고 등산도 하고, 야외 취침도 하고......

숲에서 줄타기 등의 체험 놀이도 하고...... 

별별 희한한 놀이를 하더라고요. ^^*



물론, 아이들끼리는 금방 친해져 영혼의 친구로 남기도 한다는군요. ^^*

스페인 현지 친구들 대부분이 이런 이야길 하더군요. 

캠프에서 만난 친구가 평생 친구가 된 경우도 있다고...... 


그리고 보내온 맥 코이 아저씨의 안부와 사진. 

↓↓↓↓↓



아이가 드디어 아빠가 쓴 편지와 사진을 전달했나 봅니다. 

맥 코이 아저씨도 많이 변했다고 하는 남편. 

눈가에 자글자글한 웃음을 지으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하지만 여전한 맥 코이 아저씨 덕분에 딸아이도 행복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 좋다고 말이지요. 

29년이 흘러 다시 만나는 남편과 맥 코이 아저씨 그리고 우리 딸. 


저도 큰 감동을 했습니다. 

세대를 넘는 인연이 이어지는 이런 스페인 사람들의 잔잔한 정 때문에 말이지요. ^^


그리고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좋은 추억과 좋은 친구와 좋은 캠프를 경험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돌아와서도 울었습니다. 


엄마, 아빠를 다시 보는 반가움에,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안타까움에...... 

그렇게 저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크는가 봅니다. 



캠프에서 돌아온 아이. 


여러분, 오늘도 보람 가득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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