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외국인이라는 걸 절실히 실감한 순간
뜸한 일기/부부

아시는 분은 아시겠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우리 부부는 한국 - 스페인 커플로 연을 이룬 부부랍니다. 결혼 생활은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세월을 같이 했고요, (아~~~놔~~~ 나이 많다는 것을 은연중 표현하는 건가요? ^^; 아~~ 땀 나온다...... 사실 마음은 20대 중반 청춘에 머물러 있는 아주 솨아아아라 있는 사람들입니다. ^^*) 


같이 이 세월을 지내다 보니, 저는 이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전혀 외국인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답니다. 뭐 생긴 게 조금(?) 다를 뿐 살다 보니, 마치 한국인처럼 친숙하고 정다운 게 그냥 무의식적으로 국적을 가리지 않게 되었지요. 그것 보면 참 신기합니다. 자라온 환경과 문화, 나라가 다른데도 이렇게 잘 지내는 걸 보니 역시, 인간 마음 깊숙한 곳에는 국경이 없는 게 확실합니다.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제가 남편이 낯설게 보였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럽'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다름 아니라, 어제는 산똘님 생일이라 생일 축하하고 케이크를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톡으로 산똘님 직장 상사가 깜빡하고 자기 책상에 둔 (자신의) 집 열쇠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직장 상사는 먼저 퇴근하여 사무실 문을 산똘님이 잠그고 왔거든요. 그러니 산똘님이 다시 사무실에 가서 문을 열어줘야 할 판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셨을까요? 

'아이, 짜증 나잖아~ 퇴근하고 와서 좀 쉬려고 하니 

상사가 사무실로 다시 가서 열쇠 가져오라는 거야?!!!' 


이런 소리가 제 마음에서 절로 나왔습니다. ^^; 




하지만, 산똘님은 그 열쇠를 발견하고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내 그럴 줄 알고 집으로 가지고 왔어요. 필요하면 열쇠 가지러 우리 집에 오세요."

하고 톡을 날렸네요. 필요한 이가 필요한 행동을 하라면서 말이지요. 상대적으로 사무실보다 우리 집이 훨씬 마을과 가까우니 오히려 잘된 일인 거죠.  


"오, 남편~! 직장 상사가 집으로 온다고? 어떡하지? 뭐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야?"

자고로 직장 상사가 온다는데 뭐라도 준비하고 손님을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의 말은......


"뭐, 이건 내 개인 시간인데, 일부러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고, 직장 상사라고 내가 특별히 뭘 준비할 필요는 없지. 정말 초대하고 싶다면 나중에 약속 잡아서 초대해도 되고......!"


"그래도, 직장 상사인데...... 오시면, 자기가 만든 시원한 맥주 한 잔이라도 대접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까 얘기했듯이, 직장 외 시간인데 정~ 대접할 일이 있으면 날 잡아서 '공식적'으로 초대하는 게 낫지 않겠어?"

이러는 겁니다. 공식적으로?! 





아~! 역시 유럽인이구나. 공과 사를 분명히 구별하는......

"전(前) 상사였다면 열쇠를 가지고 오지도 않았어. 내가 이 분을 존경하니까 열쇠도 가지고 온 거야." 

하면서 기가 막힌 방식으로 톡을 날리더군요. 


"열쇠를 집 앞 벤치 위에 올려 둘 테니 가져가세요. 나는 낮잠을 잘 예정입니다." 


헉?! 그래도 될까? 정말 대. 다. 나. 다. 

이게 바로 유럽 방식이구나, 저 사람은 상사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직장 외 시간은 그냥 평등한 인간이라는 걸...... 그런데 그게 먹히는 곳이 이곳이구나 싶었습니다. 


▲ 고양이와 노는 사라가 앉은 저 벤치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요즘 한국의 갑질 문화라는 게 생각나더군요. 나이가 많고, 돈 많고,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아랫사람을 이리 오라, 저리 오라, 시키는 문화. 요즘에 아주 많이 이슈가 되어 장군 사모님 갑질 논란도 있었죠. 그런 걸 보니, 공과 사가 확실한 직장 문화는 오히려 정신 건강에 좋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열쇠는 벤치에 놓이고, 산똘님은 시에스타(Siesta, 스페인식 낮잠)하러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좀 너무한 걸~'

이라는 생각은 오직 제 몫이었지요. (이렇게 생각한 게 한국식 생각이라고 감히 말씀드리면 제게 돌 던지시겠어요? 나이 많은 분이 오시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집안에서 쳐잔다?라고 생각한 나......) 집에 오는 손님에 대한 작은 배려를 산똘님은 그냥 기~냥 무시하더라고요. 하지만, 이것이 정이 없어 그런 게 아니라 이 나라 방식으로 다르게 표현하는 겁니다. 

저는 혹시라도 산똘님 직장 상사가 똑똑 현관문을 두드리지 않을까 하여 열심히 책상 앞에서 글을 쓰면서 바깥에서 인기척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50대 중반의 자연공원 책임자이신 산똘님 직장 상사는 소리소문없이 이곳에 다녀 가셨습니다

아~~~ 아무리 아랫사람이라도 개인의 삶은 존중하는구나. 절대로 내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이곳 사람들을 보면 안 되겠다 느꼈던 오후였습니다. 저도 다시 한번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이런 열린 생각으로 나이 들어서 아랫사람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겠다고...... 

그리고 손님 대접하고 배려하는 문화조차 한국과는 다르구나, 싶은 게 말입니다. 손님은 '공식적'으로 초대할 때에만 진정한 대접을 해주는구나 싶은 게...... (그것도 그때그때 상황과 사람 친숙도에따라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산똘님이 한국인이 아닌 다른 문화를 먹고 자란 게 오늘 참 절실히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아무튼, 한국에서도 이런 개인사가 잘 존중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갑질이라는 건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느 선에서 지켜져야 할지 개개인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단 것 또한 느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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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2017.08.29 09:37 신고 URL EDIT REPLY
갑질하는 잘못된 악습을 바로잡으려면 공과 사를 확실히 구별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함부로 할수있는 권리가 주어진 것 마냥 행동하는게 회사 뿐만 아니라 사회에 너무 만연하죠 그 정도쯤은 괜찮지 않아? 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것도 문제죠
세상을손에쥔 왕비 2017.08.29 11:19 신고 URL EDIT REPLY
우와! 좋은데요.
우리나라도 빨리 그런 프리마인드로 바뀌면 좋겠네용.
ㅋㅋ good.good
위잉위잉 2017.08.29 13:20 신고 URL EDIT REPLY
근데 스페인식 낮잠은 뭐야...ㅋㅋㅋㅋ 스페인 사람은 낮잠도 다르게 자나...? ㅋㅋㅋㅋ 글에 이상한 부분이 있네
김김김 | 2017.08.29 14:26 신고 URL EDIT
스페인 밥먹고 2시간 잠자는 문화 있지 않나요? 그걸 말한 게 아닐까요?
주영 | 2017.08.29 16:19 신고 URL EDIT
스페인엔 낮잠 문화가 있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글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비난하시는 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 시에스타라고 자세히 써 주셨는데 검색이라도 해 보셨나요?
히익 | 2017.08.29 17:15 신고 URL EDIT
시에스타라는 낮잠 문화가 있어요. 댕청ㅋㅋㅋㅋㅋ
| 2017.08.29 20:20 신고 URL EDIT
굳이 이렇게 무식한 티를 내고 다녀요 ㅉㅉ;;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BlogIcon 테드.K 2017.08.29 14:16 신고 URL EDIT REPLY
읽다보니 미소가 지어지네요 ^^
앞으로의 삶도 즐거운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BlogIcon 카피카피룸룸 이루어져라 2017.08.29 14:32 신고 URL EDIT REPLY
공사가 정확해지는 대한민국이 빨리 이루어지길..
아직 멀었겠죠;;?
아미고 2017.08.29 15:34 신고 URL EDIT REPLY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도 필요할 땐 한국인의 사생활에 침범할 때도 있습니다. 스페인이라서, 유럽이라서, 외국인이라서라기 보다 업무는 일이 우선이고 실력을 갖춘다면 이외의 일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관점으로 이해하였습니다. 남편분은 업무에 자신감이 있으신 분이구요. 한국도 성과위주의 직장에서는 갑질을 하지 않습니다. 관료주의적인 기업에서는 상사와의 관계를 중요시하여 갑질을 하는데 모든 한국기업이 관료적인 기업은 아닙니다.
Sponch | 2017.08.29 20:49 신고 URL EDIT
산들님은 전반적인 것을 말씀하신 것이고요, "전부", "모두", "예외없이"라고 하신게 아니잖아요. '안 그런 사람도 있다.'나 '예외도 있다.'라는 말씀은 안하셔도 쓰신 분이나 읽으시는 분이나 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있으신 입장에서라면 마음이 좋지 않으실 수 있겠으나 안 그런 사람도 당연히 많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으니 맘 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0070 2017.08.29 21:24 신고 URL EDIT REPLY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외국문화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글쓴이님의 태도도 멋있네요 전 보면서 우리 상사가 이 글을 꼭 봤으면 좋겠네 하는 생각을 했는데 글쓴이님은 나도 아랫사람을 존중하는 이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셨네요 본받을게 많은 글 입니다
6406 2017.08.29 21:59 신고 URL EDIT REPLY
이렇게 열린 마인드를 가지신 분들이 많으신데 아직도 왜 한국의 변화는 멀게만 보여지는 걸까요 ㅠㅠ
막걸리 2017.08.30 00:33 신고 URL EDIT REPLY
안녕하세요. 저는 멀리 호주 시드니에 사는 애독자 입니다. 요즘 제가 바나나 막걸리에 푹 빠져있는 데요. 너무 맛있어서 산돌님께도 강력 추천드립니다.한국 식품점 에서 구하기 힘드시면 직접 만들어보실수도 있답니다. Youtube 에서 막걸리 제조법을 검색해 보세요. Maangchi ( 망치) 님이 자세히 알려 줍니다.
새싹이 2017.08.30 10:26 신고 URL EDIT REPLY
인간극장을 통해 님의 가족을 처음 만난 50대 부산아지매입니다 무심히 들어왔다가 사라를 보고 알아보고 마치 그전부터 알고지낸 이웃처럼 반가웠답니다 가끔씩 들려 스페인전원생활 이야기도 잘 전해듣겠습니다 행복하세요^^
1 2017.08.30 15:24 신고 URL EDIT REPLY
사람마다 다릅니다.
한명만 보고 고정관념을 가지지 마세요
사람은 다 똑같습니다
라일락 | 2017.08.30 15:36 신고 URL EDIT
이게 정답인것 같네요.
?? | 2017.08.30 16:20 신고 URL EDIT
사람은 다 똑같다는건 고정관념이 아닌지?
다다 | 2017.08.30 19:08 신고 URL EDIT
사람마다 다릅니다. 해놓고 사람은 다 똑같습니다 가 뭐죠??
하하 | 2017.08.30 23:16 신고 URL EDIT
ㅋㅋㅋㅋ사람마다 다릅니다. 사람은 다똑같습니다 글이 웃기네요
ㅋㅋ | 2017.09.01 16:47 신고 URL EDIT
아 웃겨. 최근 본 댓글 중 가장 웃기네요. 첫문장과 끝문장의 콤비네이션이 예술. ㅋㅋ
Ruru 2017.08.30 21:40 신고 URL EDIT REPLY
우와.. 이 문화 찬성!!! 적극 도입이 필요합니다~~~~각종 갑질이 판치는 회사에서.. 새정부 트렌드따라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적폐가 뭔지조차 모르는 사무실의 현실이 떠오르네요. 지금 당신이 하는 그 말이 바로 적폐다!! 가서 이글좀 읽어봐라!! 라고 하고 싶네요...^^;;이 문화가 부러우면 이민가야하는 건가요..ㅜㅜ
날아라 고래 2017.08.31 07:29 신고 URL EDIT REPLY
신기해요. 저 같으면 괜찮은척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고 직접 배달 해 줬을거 같아요.
ㅡ 괜찮은 척에 질린 ..
단돈둔 2017.08.31 10:44 신고 URL EDIT REPLY
남편분이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았을때가 궁금하네요~~
그럼 회사열쇠 가지러 남편분 집에 상사님이 오라고 하셨을까요??
바둑킴 2017.08.31 12:52 신고 URL EDIT REPLY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직장상사에게 저런다면 그 직장상사는 정식으로 문제삼고서 저걸이유로 해고 얘기까지 하겠죠. 진짜 작은회사라면 즉각 해고할거고. 사실은 저게 당연한건데 이나라는 어쩌다 이지경까지온건지. 헬조선문화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해도 다니기싫은 직장들뿐.
g 2017.08.31 13:56 신고 URL EDIT REPLY
너무 부러운 사고 방식이네요!
직장동료든 상사든 실제적 친분이 있다면 모를까
왜 근무외 시간까지 나의 삶을 쪼개줘야는건지 알다가도 모를 이 놈에 사회생활!
b 2017.09.01 11:22 신고 URL EDIT REPLY
외국인들 마인드가 정말부럽네요..
공과사를 구분하는...
우리나라는 갑질문화때문인지 그게 사회생활잘하는거라죠ㅋㅋ 또 다들 밖에선 좋은사람이고
집안에선 서로 신경질내고 짜증내고 그러고 에휴..
점차 그런문화는 사라지는 대한민국을 기대해봅니다..
이미나 2017.09.01 14:27 신고 URL EDIT REPLY
전 일본에 15년째 살고있는데...일본인이라면 당연히 님 신랑님과 똑같이 할 거구요...오히려 님이 특이하다고 느꼈습니다..ㅠ..저 나름대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도 있고,,애국심도 있는 사람인데..40대구요...제가 일본식으로 변해버린 건지..아님 원래 그랬는지 아리까리 하네요...여튼...여기식으로 하면 산똘님의 생각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참 착하고 정스러우신 것 같네요...그렇게 착할 필요 없는데...다들 어차피 개인주의인데...하는 생각이 드네요..(참고로 한국에 있는 저희 엄마도 산똘님 같은 생각일 것 같습니다.)
아토스 2017.09.09 07:13 신고 URL EDIT REPLY
이걸 나라간의 차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저는 한국이었어도 남편분과 비슷하게 행동했을 것 같은데 사람의 차이 아닐까요??
BlogIcon 즐거운 검소씨 2017.09.11 08:36 신고 URL EDIT REPLY
직장의 상하관계가 우리나라랑은 좀 다르네요.^^ 서로 부담없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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