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한국에서 식당 아주머니와 실랑이(?) 벌인 사연
한서 가족의 여행기/2017년 봄, 짧은 한국 방문기

한국의 식탁 문화는 또 서양과는 다르지요? 

서양에서는 식탁의 완성이 세팅이라고들 하는데 한국에서는 다르게 식탁이 차려지지요. 보통 서양에서는 식탁 테이블보와 포크 나이프 수저를 놓으면서 와인잔, 물잔 등등을 올려놓은 다음 세팅을 해야 비로소 식탁이 완성된다고 합니다. 음식이 가장 나중에 나오잖아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수저가 가장 늦게 놓입니다. 한국에서는 밥(왼쪽), 국(오른쪽) 그리고 그에 걸맞은 반찬과 장을 위치에 맞게 식탁에 올린 후에 수저가 옆에 가지런히 놓이잖아요? 이게 다 문화의 차이인 것이지요. 

오늘은 지난번 한국에 방문했을 때 남편이 살짝 식당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일 뻔한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이것도 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소소한 것이었는데요, 저는 재미있게 느껴서 여러분과 이 사연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름 아니라 우리 다섯 식구는 오랜만에 한국에 와 한국 식당에 들러 음식을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하도 오랜만이라 어떤 음식을 시켜야 할지 진짜 어리바리했습니다. 그냥 사람 수 대로 그렇게 음식을 주문했는데요, 나온 음식이 우리 두 부부가 먹고도 남을 음식이었습니다. 

튀긴 닭 + 해물 칼국수 + 된장국 백반 + 김치찌개 백반 

이런 식이었지요. 아이들 셋에 어른 둘이 충분히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 음식들은 백반만 먹어도 충분하여 결국 닭이나 칼국수는 맛만 볼 수 있었답니다. 제가 칼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먹질 않았는데요, 남편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칼국수 때문에 아주 고생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 먹지 못해 식당 아주머니께 싸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튀긴 닭은 아이들이 좋아하니 남기기에 너무 아까웠습니다. 

식당 아주머니께서는 흔쾌히 닭을 싸주셨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머뭇거리면서 해물 칼국수도 싸달라고 난리입니다. 

'푸흡~! 남편 왜 그래?'

제가 좀 난처했습니다. 

"아니, 먹다 남은 칼국수 싸달라는 사람이 어딨어? 불어서 맛이 없어. 칼국수는 바로 먹는 거야."

이 소리를 남편에게 막 하는 동시에 식당 아주머니께서도 그러십니다. 

"칼국수 식으면 맛없어. 칼국수 벌써 불었는데, 이 분 칼국수 싸달라는 거예요?" 

아니, 아주머니께서도 난처한 얼굴로 저를 보십니다. 그런데 남편은 순진 난만한 밝은 얼굴로 손짓 발짓 다해가면서 아주머니께 부탁합니다. 

"(어눌한 한국말로) 네~ 네~ (손으로 칼국수를 가리키면서) 팩킹~ 팩킹~ 플리즈!" 

'푸흡!' 

아니, 저렇게 순진하게 불어터진 칼국수 싸달라는 남편 좀 봐, 정말 한국 문화 모르는구나! 싶었습니다. 

스페인 사람인 산똘님과 살면서 제가 누누이 얘기를 했지요. 라면 먹을 때도 불지 말라고 약간 덜 익혀 식탁에 놓거든요. 이 사람들은 불어터진 라면 맛이 어떤 것인지 모르니...... ㅜ,ㅜ 저는 라면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불어터진 라면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누누이 라면하게 되는 날이면 "빨랑 와서 먹어~!" 소리가 고함으로 절로 변한답니다. 

스페인에서도 소면 비슷한 국물 요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불어도 수프로 먹기 때문에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잖아요? 

▲ 스페인식 국수(?), 피데오스(sopa de fideos) 스프

결국,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칼국수 대비 포장 용기가 없다고 말씀하셨고, 남편은 칼국수 꼭 싸가야겠다고 난리를~ ㅜ,ㅜ 사실, 해물 칼국수라 정말 국물이 끝내주게 맛있었거든요. 그런데 결국 식당 아주머니께서는 음식용 비닐팩에 국물까지 싹 넣어 싸주셨습니다. 

남편은 좋다고 남은 칼국수를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와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그다음 날 아침 식사로 그 칼국수를 먹었다는 비화가 전해져 내려온답니다. 

이번에 식구들 다 모였을 때도 그랬습니다. 제가 한턱 쏜다고 우리 친정집 식구들 분식 배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돈가스에서 비빔밥, 쫄면, 떡볶이, 김밥까지 아주 다양하게......! 그런데 남동생이 라면을 시키는 겁니다. 라면은 집에서 해 먹지~ 란 구박을 누나들한테 받으면서까지 주문을 했는데요, 사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분식집 라면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거든요. 내가 하는 라면은 너무 맛없고 남이 하는 라면이 세상어느 것보다도 더 맛있다는 사실, 그 라면을 분식집 요리사가 하면 더 맛있고...... 

▲ 정말 그리운 한국 분식이여~!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들입니다.

그래서 배달된 음식을 식탁에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누나들이 하나같이 그럽니다. 

"남동생아~! 라면 불기 전에 얼렁 먹어라!" 

하하하! 이 느낌은 한국인만 알까요? 식탁이 차려지기를 기다리다간 라면이 불어 맛이 없으니까요! 

그제야 스페인 남편은 이 모습을 보고 그럽니다. 

"아하! 이게 면이 불면, 맛이 없다는 소리인 거지?" 하고요. 


여러분, 이 일화 재미있었나요? 

소소한 문화적 차이이지만 저는 아주 재미있게 느꼈던 칼국수 포장 요구하던 남편의 모습이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하루하루 행복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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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on 2017.09.18 06:49 신고 URL EDIT REPLY
구구절절 공감요.ㅋㅋㅋ 라면은 내가 끓인 라면은 제 아무리 맛나게 끓여도 맛이 없어요. 분식집 라면이 짱이죠.
불은 라면 못먹고요..ㅋ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당연하게 지나치는 것들도 다른 문화앞에선 색다른 시선으로 보여지곤 하니...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산들님네는 얼마나 알콩달콩 재밌고 하루하루가 다이나믹할까 생각해봅니다.

예전엔 식당에서 남은음식 싸달라거나 하는 행위가 좀 체면 구기는 일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는데...요새는 환경보호 영향도 있고 아무래도 경제상황에 따른 영향도 있을테고...남는 음식 싸가는 문화가 많이 보편적으로 잡혀가는것 같아요.
저도 가끔씩 정말 맛있는 음식은 먹다 남으면 싸오기도 하구요.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정말 없어졌어요.

아침이 밝아오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9.20 03:52 신고 URL EDIT
하하하! 맞죠? 정말 라면은 남이 해주는 게 제일 맛있어요. ^^*
요즘은 남은 식당 음식 싸가는 게 당연히 대세죠!!! 대신 용기가 좀더 친환경적인 용기였으면 하네요. 옛날 엄마가 나무 도시락에 싸주던 김밥처럼...... 그런 나무 용기도 참 좋을 듯한데...... 그런데 나무 용기만 쓰기엔 또 나무 잘라야 하니 그것도 좀 문제고...... 플라스틱, 스티로폼 그런 류의 용기는 이제 사라졌으면 하는데...... ㅜㅜ
Maison님도 하루하루 행복하세요! 화이팅!
영진 2017.09.18 07:45 신고 URL EDIT REPLY
음식 문화 차이 재미 있네요
태국에서는 찹쌀밥(카우 니여우) 라는것을
손으로 조그씩 떠어서 엄지.검지 손가락을 이용해 조물닥 조물닥 해서(조금만 인절미) 무삥(숯불 돼지고기 꼬치) 하고 먹어요.
처음에는 왜 손으로 지저분하게 저리 하나 했는데 역시 조물닥 해서 먹어야 제맛 이라은것을 알게 되었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9.20 03:53 신고 URL EDIT
그럼요! 각각의 문화는 존중되어야 하지요!
저도 인도나 네팔 가면 당연히 밥은 손으로 먹는답니다. 손으로 섞어서 손으로 밀면서 먹는 그 맛! 정말 숟가락으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
영진님의 좋은 댓글 고맙습니당~!
푸니쿠니 2017.09.18 08:07 신고 URL EDIT REPLY
한국에 왔다가셨구나..
문화의 차이라는건 습관되는 차이인가봅니다.
어린시절을 각자 부모님의 가족관,교육관 밑에서 자라서 어른이 되어서 결혼으로 만나서도 그 차이를 극복하지못하고 헤어지는 경우들도 꽤 보는데 두분은 그보다 더한 차이를 다름이라는 이름으로 인정하고 지내시는군요~

인간극장을 통해 아이들과 부부가 지내시는걸 보며 부러움과 기쁜맘,설램으로 보았습니다.

이렇게 소통해주시는 이야기들을 통해
함께 나누는 기회되서 좋아요~
오늘도 평안하고 즐거운 날 되세요~^^
내가사는길 | 2017.09.18 21:16 신고 URL EDIT
마드리드가셔서 한식당가셨나봐요ㅋㅋ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9.20 03:54 신고 URL EDIT
네~ 아주 짧은 방문이었답니다. ㅜ,ㅜ
그래도 재미있게 지내다 왔답니다. 좀더 여유가 있다면 자주 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저도 푸니쿠니님과 같은 독자님들과 소통할 수 있어 진짜 기쁘답니다. 언제 이런 소통을 할지 상상이라도 했을까요?
인터넷 덕분에 저도 행복합니다. ^^
오늘도 즐거운 날 되세요. 화이팅!
Sponch 2017.09.18 08:53 신고 URL EDIT REPLY
갓 끓여 탱탱한 면과 불은 면의 맛 차이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게 재밌네요! 산들님네는 면 남아도 걱정이 없으시겠어요. 전 집에서 국수나 파스타 할 때 항상 면 양을 못 맞춰서 남거든요. 불은 면 버릴때 마다 담엔 좀 적게 해야지 하면 또 부족하고요! ㅋㅋ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9.20 03:55 신고 URL EDIT
하하하! 맞습니다. 정말 불은 면도 당연하게 먹는 이곳 사람들이 너무 신기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국물 있는 쌀요리할 때는 또 달라지더라고요. 절대 쌀이 불면 맛 없다고 서둘러 먹더라고요. ^^ 신기하죠?
BlogIcon 조수경 2017.09.18 14:54 신고 URL EDIT REPLY
ㅎㅎ산똘님 취향은 역시
한국사람 입맛 맞네요^^
우리나라 음식은 슬로우 푸드라해서
끓이면 끓일수록 육수
걸쭉하고 기가막힌 음식에
특히 잔치 음식들은 재가열해 먹을 수 있는 먹거리들이 참으로 많은 장점이 있죠~^^
아무래도 대가족화였던 풍습에서
비롯 되었겠지만요.
그래도 팅팅불은 칼국수 재탕은 쫌~
이가 부실한 어르신들이라면 몰라도~~ㅋㅋㅋ
사랑하는 분식 비주얼은
눈에 꼭꼭 담고 싶네요~ㅎㅎ
소소한 재밌는 사연은
부담없는 편안시간 간식타임 같아 좋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9.20 03:57 신고 URL EDIT
저도 이런 소소한 재밌는 사연 쓰기가 가장 쉽고 즐겁답니다. 뭐 별게 있나요? 사는 게 거기서 거기, 다 비슷비슷하고 이런 비슷한 일상 이야기가 더 감동(?) 혹은 공감으로 다가온다는 걸요. ^^*
게다가 조수경님처럼 통찰력 깊으신 긍정 모드의 독자님과 소통하는 건 제겐 매우 큰 기쁨이랍니다. 하하하! 농담 아니에요. 매번 제가 말씀드리잖아요? 맞죠?
오늘도 편안한 하루 되세요. 화이팅!
BlogIcon 김치 2017.09.18 17:27 신고 URL EDIT REPLY
ㅋㅋㅋㅋ 서양사람에겐 "불었다"라는 개념이 없는게 아닐까 싶어요.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예전에 어학연수 갔을 때 홈스테이 할아버지 생각나요. 제가 한국사람이라고 나름 신경써서 한번씩 한국 라면을 끓어주셨는데 품목은 늘 너구리였죠. 근데 2시간을 뭉근히 끓여주셨답니다. 인스턴트 누들은 5분 끓이는 거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드려도 그리고 봉지에 영어로 조리법이 나와있어도 할아버지 고집이 만만치 않았던지라 늘 2시간을 끓여주셨죠... 그 맛은... 음... 상상에 맡길게요.
나름 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메뉴선택을 하셨지 싶은데 그게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배려였는지 끝내 알지 못하셨죠... 너구리 나오는 날이 저에겐 가장 싫은 저녁식사였다는 것을 짐작이나 하셨을까요? 살면서 이런 "배려"는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신 분입니다. 좋은 면도 많으셨지만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9.20 03:58 신고 URL EDIT
헐~~~ 대박! 김치님. 아니 주인 아저씨 너무 자상하시기도 하지만, 2시간 끓이시는 것은...... 음~ 쫌 너무하셨는데요! 그런데 귀여우시네요.
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일화였습니다. 더불어 자기중심적인 배려는 하지 말자라는 교훈과 함께!!! 저도 배웠습니당~! ^^*
오늘도 즐거운 하루요!
수선화 2017.09.19 00:03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 정말 재밌고 귀여우시다 ^^
산똘님이 면발의 차이를 아시는 날엔 하산해야 될거에요
문화의차이 부부사이에도 많이 있잖아요
남을 인정해 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만 있어도
기분 좋을거에요

오늘도 즐겁게 다녀갑니다 ㅎ ㅎ 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9.20 03:59 신고 URL EDIT
하하하!!! 정말 면발의 차이를 습득하는 날엔 정말 하산입니다!!! 아이, 이 재미있는 표현에 빵 터졌어요.

저도 덕분에 오늘 한참 웃었어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화이팅!
BlogIcon 프라우지니 2017.09.19 05:05 신고 URL EDIT REPLY
해물칼국수에 해물이 정말 가득이네요. 두고 나오기 아까우니 챙기시는건 당연하다에 한표입니다.
사실 유럽의 식당에서는 먹다가 남은거 포장은 당연하게 하는데, 한국은 아직 특히나 먹다남은 국물을 포장해달라는 사람이 없기는 하죠.^^ 그래도 산똘님이 싸오셔서 그다음날 아침으로 드셨다니..굿~^^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9.20 04:00 신고 URL EDIT
지니님은 이미 유럽인 마인드이신가 봐요. 하하하! 역시 합리적인 마인드이시네요! 아자! 그런 지니님은 하루하루 행복하시고, 항상 즐거운 일 가득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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