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깜짝 놀란 스페인 마트 생선 코너의 새로운 법

산들무지개 2017. 9. 2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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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참 기묘한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머피의 법칙에 걸려 되던 일도 안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기차 시간 놓쳐서 표를 사러 갔다가 창구 대기 줄이 너무 길어 기계로 표를 끊으려다 기계마저 고장 나는 신기한 경험과 (그래서 제시간에 약속을 못 잡아 빵꾸냈다는 이야기) 그 직후, 화장실에 가니 청소 중이라며 들어갈 수 없었던 경험과...... 같은 시간에 사라가 토했다며 학교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오시질 않나...... 무인 세탁소에서 건조하는데 기계가 동전을 왕창 잡아먹지를 않나...... 하하하! 정말 머피의 법칙이 딱~이었습니다. 

도시에 장 보러 갔다 별로 한 것 없이 후다닥 집으로 오게 된 허무한 날이었습니다. 이럴 때는 무조건 집에서 꼼짝하지 않는 게 최상이지요, 불운(?)을 더 키우기 전에......


그런데 스페인 마트의 생선 코너에서 오랜만에 생선을 사러 갔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가능한 한 생선을 살 때 내장과 가시 등을 바르면 꼭 싸달라고 합니다. 우리 고양이들한테 선물로 상납하려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제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우리가 산 생선은 바칼라디야(Bacaladilla)라는 생선으로 대구(바칼라오, Bacalao)와 비슷한 생선으로 대구보다 몸체가 작은 생선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푸른 호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고양이들 선물로 주게 머리랑 내장은 싸주세요~!" 하고 말했더니, 그곳 직원이 그러시네요. 

지난해만 해도 이렇게 머리와 내장을 따로 담아 줬습니다. 

▲ 스페인 마트, 생선 코너의 한 예

"아이고, 죄송하게 됐어요. 스페인 마트에서 법이 바뀌어 그것만은 할 수 없게 된 걸요."

"네? 뭔 소리인지......"

직원은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생선 몸에 사는 고래회충(아니사키스 회충, Anisakis) 때문에 생선을 그냥 팔 수 없게 됐어요. 어떤 생선은 통째로 먹어도 상관없는데 이 대구과의 생선은 함부로 팔 수가 없어요.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꼭 내장과 머리를 없애서 잘 발라서 팔아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머리와 내장은 소비자한테 드릴 수가 없어요."

헉?! 내가 내 돈 주고 물건을 사는데 머리와 내장을 받아갈 수 없다고?! 그것 참 신기했습니다. 

"바다 회충이 잘 익혀 먹으면 상관없는데 혹시나 애완묘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그래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요런 생선은 법으로 유일하게 통째로 팔 수 없게 됐답니다. 꼬옥~ 생선 마트 직원이 발라서 소비자께 전해야 하지요."

오~ 고개가 끄덕 끄덕여졌습니다. 그런 게 있었구나. 미리 고래회충 감염 여부를 "마트에서 생선 내장을 바르면서 확인해 주는구나!", 싶은 게 말입니다.

▲ 어제는 이렇게 깨끗하게 잘 발라 담아 주었습니다.

정말 갈수록 신기한 스페인 마트의 (상업) 법입니다. 아무튼, 소비자가 다~ 알아서(?) 할 텐데 미리 불만을 없애기 위한 스페인 마트의 배려(?)인지, 아니면 꼼수(?)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 돈 주고 산 머리와 내장을 가져갈 수 없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미리 회충 여부를 확인하여 소비자에게 주거나, 감염 확인 시 다른 생선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정말 놀라웠네요. 

(*참고로 제가 간 마트는 메르카도나MERCADONA였습니다.)

저는 오늘은 이만 마치고요, 다음을 위해 즐거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겠습니다. 요즘 추석이 다가온다고 여러분들 정말 바쁘시죠? 장보기가 어떨지 상상만으로도 여러분을 느낍니다. 아자! 힘찬 하루를 위해 다들 여유를 가지시고, 즐거운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아자!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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