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는 한국
뜸한 일기/아이

확실히 가을인가 봅니다. 나뭇잎 색깔이 변하면서 가을 색을 자랑하고 있네요. 

"엄마! 난 이 가을에 변하는 나뭇잎이 정말 예쁘고 좋아."

아이들은 학교에 가다가 변하고 있는 나무를 보더니 이런 말을 합니다. 

"얘들아~! 너희들이 몰라서 그런데, 정말 예쁜 나뭇잎은 한국이 최고란다~! 한국 가을은 아름다움의 극치야!" 

가을에 한국에 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함성을 지릅니다. "우와~! 나도 가을에 한국에 가고 싶어!" 

그런데 갑자기 만 5세 사라가 이런 말을 합니다. 

"난 알고 있어. 한국은 북한이랑 남한이랑 두 나라가 있어. 그런데 우리가 가는 곳은 남한이고, 북한은 가지 못하는 곳이야. 북한은 나쁜 아저씨가 사는 곳이야."

아!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아니, 이 아이가 어떻게 남북한에 대해 알고 있을까? 제가 가르쳐 준 적이 전혀 없는데도 말이지요. 아마도 스페인 어른들이 이런 이야길 해줬나 봅니다. 요즘 하도 김정은 전쟁도발 발언으로 스페인 내에서도 뜨겁게 이슈로 달아오르고 있으니까요. SNS에서도 농담 삼아 별 희한한 패러디가 돌아다니고 있는 걸 봐서는 말이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이런 소릴 하니 조금 이상했습니다.  

갑자기 며칠 전, 주성하 기자의 어떤 글을 읽었었는데요, 제가 그만 토끼 소녀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 소녀 얼굴이 잊히지 않는 게 내내 심장을 찌르더라고요. 부모를 잃은 북한 소녀가 아마 산드라 나이 정도 됐을 것 같은데, 토끼풀을 뜯어다 먹는 부분이 나왔어요. 말라깽이 소녀가 풀을 뜯어다 먹는다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그런데 그 아이는 결국 사망했다고 하는데 그 얼굴이 잊히지 않아 내내 먹먹하고 아팠답니다. 저 소녀 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북한에 있을까 하고......

"엄마~! 그 소녀를 초대하자! 이곳에 초대하여 보살펴주자!"라고 말하는 아이들. 차마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아이들은 그 아이의 사연을 듣고 동정심을 보내며 초대하자고 하네요.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로 아이들은 한국에 대해 기억하더라고요. 아주 세세하게......

"우리가 한국에서 매일 먹었던 게 뭔 줄 알아?"

사라가 또 묻습니다. "밥? 흰 밥?" 하고 대답한 건 엄마의 엉뚱한 센쓰.

"아니, 아이스크림~! 이모가 매일 가져다준 아이스크림. 또 먹고 싶다. 있잖아 안에는 딸기잼 있고 겉은 초콜릿으로 쌓인 아이스크림...... 뭐더라? 돼지바? 응, 돼지바 다시 먹고 싶어~!" 이번에는 누리가 그럽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순서대로 나열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할머니도 보고 싶어. 할머니가 바지 꿰매줬는데, 엄마보다 훨씬 잘 꿰매서 좋았어. 아~ 할머니가 사주신 과자 동그랗게 생기고 폭신폭신한 케이크같은 과자도 먹고 싶어."

"응, (사촌) 오빠가 놀리던 때도 재미있었어. 인형들 왜 안 갖고 왔지? 이거 내 거! 하고 우겼는데.......!" 

"나는 사촌 언니 오빠랑 같이 빨간 떡볶이 먹은 게 제일 좋았어. 양념 통닭도!" 

"나는 온니(언니 발음을 잘 못 하는 누리)가 몰래 사탕 줘서 좋았어."

아이들은 그렇게 자주 보지 못한 식구들이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하는 게 확실히 가족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습니다. 역시나 아이들이 기억하는 한국이란 화려한 첨단기기도 아니고, 놀이기구도 아닌 가족이었습니다! 가족! 북한의 나쁜 아저씨보다 배고픈 소녀가 더 기억나는 것처럼 아이들 눈에는 사람이 먼저인 게 확실하네요. 아이들이 이렇게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 요즘 많이 듭니다. 

계절이 변해 그런지 요즘 자주 쓸쓸함을 느끼네요. ^^; 하지만, 가끔 아이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운 활력을 줍니다. 이 아이들도 자주 한국을 기억하는 걸 보면 분명 좋은 추억이 있는 것 같네요. 

▲ 요즘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 어제 밤새도록 업로드한 동영상입니다. 

한국 가족을 생각하면서 만든 동영상입니다. 특히 언니가 요즘 퇴근 후 밤에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12시 넘어서도 잠을 안 자고 있더라고요. 늦은 나이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언니를 위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동영상 만들기를 시작했어요. 화이팅~! 

여러분도 제 동영상이 마음에 드시면 좋아요, 구독, 공유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더 자주 동영상으로 여러분께 다가갈 수 있도록 할게요. https://www.youtube.com/kimtuber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이제 추석이네요. 다들 편안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요즘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많은 사진을 첨부하지 못 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재미있죠?^^*)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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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2017.10.01 00:42 신고 URL EDIT REPLY
그래요 가을이 성큼 우리앞에 와 있네요
여기는 코스모스 천국이랍니다
아이들 한국 얘기는 여기가 한국인가 착각하게 하네요 예쁜 아가씨들 건강하게 쑥쑥.....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0.01 00:51 신고 URL EDIT
네~ 수선화님, 정말 고맙습니다. ^^*
아이들이 하는 한국 이야기에 저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 아이들이 뭘 기억한다고? 하며 무시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사라는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놀랐답니다.
수선화님도 항상 건강하시고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화이팅~!
2017.10.01 00:50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0.01 00:51 신고 URL EDIT
하하하! 나두~~~
고마워, 사랑해, 그리고 열심히 응원할게~~~!!! 알라븅~!
박동수 2017.10.01 08:05 신고 URL EDIT REPLY
배고파서 죽는 아이가, 그것도 같은 민족이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넘 아프다.
남한에선 쌀이 남아돌아 보관비용만 엄청나다는데 이념이 다르다고 지원을 반대하는 걸 보면
이념과 체제를 사람이 만들어놓고도 한편으로 사람을 얼마나 억압하는지
나이를 먹을수록 피부로 느낀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0.04 22:58 신고 URL EDIT
그렇죠, 박동수 님.
정말 이 세상이 참 희한하네요. 아무튼 조화롭게 잘 흘러가면 좋겠네요
키드 2017.10.01 12:45 신고 URL EDIT REPLY
예전 보다는 명절 분위기 많이 나진 않지만 그래도 맘이 조급해지네요.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서 그래도 다행입니다.
직장을 다니다보니 짧은연휴는 정말 피곤하드라고요.산들님은 이런 명절엔 가족들 생각 더 나겠어요.
떨어져 있음 더 보고싶어 지잖아요.
요즘 코스모스가 한창이예요.
가족들과 행복한 가을 맞으시기 바래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0.04 22:59 신고 URL EDIT
정말 예쁜 풍경이지요, 코스모스
그래도 연휴가 길어 푹 쉴 수 있어 참 좋겠어요. 그걸 잘 이용해야겠지요.
즐거운 한가위 괴세용 ~~~
아소안 2017.10.01 15:50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한국은 긴 추석연휴의 시작이랍니다^^ 오늘은 이태원에서 친구와 메뉴를 고민하다가 빠에야와 감바스 알 아히요를 먹었어요. 내년의 목표는 스페인 여행이에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0.04 23:00 신고 URL EDIT
네! 멋져요~~~
꼭 계획하시는 일 이루어지길 바랄게요. 화이팅!!!
2017.10.01 20:57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0.04 23:01 신고 URL EDIT
고맙습니다
이곳도 카탈루냐 독립으로 불안하네요ㅜㅜ
아무쪼록 함께 응원해요~
아자! 편안한 시국을 위해!
Sponch 2017.10.01 21:49 신고 URL EDIT REPLY
확실히 찬바람이 불면 쓸쓸한 기분이 들죠. 여긴 아직 봄이 다 오지도 않았는데 거긴 벌써 가을인가 봐요. 아이들과 한국 여행 대화로 그리움을 채우는 모습이 제 모습 같아 짠한 마음이 듭니다. 저희 아이들은 한국서 맛있었던 것이 바나나맛 우유하고 오뎅국물에 들어있는 가래떡 꼬치래요. 부산에만
있는지 모르겠어요. 서울사람인 남편은 첨 봤다 하더라고요. ㅎ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0.04 23:03 신고 URL EDIT
네! 여긴 고산이라 다른 곳보다 일찍 추운 계절이 다가오네요.
오~~~ 오뎅국물 최고죠 ~~~
아! 먹고 싶어요!!!
우오오 2017.10.03 23:55 신고 URL EDIT REPLY
누리의 씩씩한 발차기 너무 멋지네요 ㅋㅋㅋㅋㅋ 동네 아이들이 dabbing하면서 뛰어내리는 거 너무 귀엽고요 ㅋㅋㅋㅋㅋ 쪼끄만 애들이 dabbing하는건 도대체 어디서 본 건지 ㅋㅋㅋㅋ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0.04 23:05 신고 URL EDIT
그러게요. 저도 한참 웃었어요. 어디서 dabbing 배운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나온 동작 같아요 ^^*
조그만 애들이 하니 정말 웃겼어요
2017.10.05 08:26 신고 URL EDIT REPLY
넘나 귀여운것
2017.10.06 05:42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젊은느티나무 2017.10.15 12:53 신고 URL EDIT REPLY
인간극장에서 산들님의 예쁜 세딸을 보았어요.
한국의 가족을 기억하며 한국도 좋아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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