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스페인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는 한국

산들무지개 2017. 10.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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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가을인가 봅니다. 나뭇잎 색깔이 변하면서 가을 색을 자랑하고 있네요. 

"엄마! 난 이 가을에 변하는 나뭇잎이 정말 예쁘고 좋아."

아이들은 학교에 가다가 변하고 있는 나무를 보더니 이런 말을 합니다. 

"얘들아~! 너희들이 몰라서 그런데, 정말 예쁜 나뭇잎은 한국이 최고란다~! 한국 가을은 아름다움의 극치야!" 

가을에 한국에 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함성을 지릅니다. "우와~! 나도 가을에 한국에 가고 싶어!" 

그런데 갑자기 만 5세 사라가 이런 말을 합니다. 

"난 알고 있어. 한국은 북한이랑 남한이랑 두 나라가 있어. 그런데 우리가 가는 곳은 남한이고, 북한은 가지 못하는 곳이야. 북한은 나쁜 아저씨가 사는 곳이야."

아!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아니, 이 아이가 어떻게 남북한에 대해 알고 있을까? 제가 가르쳐 준 적이 전혀 없는데도 말이지요. 아마도 스페인 어른들이 이런 이야길 해줬나 봅니다. 요즘 하도 김정은 전쟁도발 발언으로 스페인 내에서도 뜨겁게 이슈로 달아오르고 있으니까요. SNS에서도 농담 삼아 별 희한한 패러디가 돌아다니고 있는 걸 봐서는 말이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이런 소릴 하니 조금 이상했습니다.  

갑자기 며칠 전, 주성하 기자의 어떤 글을 읽었었는데요, 제가 그만 토끼 소녀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 소녀 얼굴이 잊히지 않는 게 내내 심장을 찌르더라고요. 부모를 잃은 북한 소녀가 아마 산드라 나이 정도 됐을 것 같은데, 토끼풀을 뜯어다 먹는 부분이 나왔어요. 말라깽이 소녀가 풀을 뜯어다 먹는다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그런데 그 아이는 결국 사망했다고 하는데 그 얼굴이 잊히지 않아 내내 먹먹하고 아팠답니다. 저 소녀 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북한에 있을까 하고......

"엄마~! 그 소녀를 초대하자! 이곳에 초대하여 보살펴주자!"라고 말하는 아이들. 차마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아이들은 그 아이의 사연을 듣고 동정심을 보내며 초대하자고 하네요.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로 아이들은 한국에 대해 기억하더라고요. 아주 세세하게......

"우리가 한국에서 매일 먹었던 게 뭔 줄 알아?"

사라가 또 묻습니다. "밥? 흰 밥?" 하고 대답한 건 엄마의 엉뚱한 센쓰.

"아니, 아이스크림~! 이모가 매일 가져다준 아이스크림. 또 먹고 싶다. 있잖아 안에는 딸기잼 있고 겉은 초콜릿으로 쌓인 아이스크림...... 뭐더라? 돼지바? 응, 돼지바 다시 먹고 싶어~!" 이번에는 누리가 그럽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순서대로 나열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할머니도 보고 싶어. 할머니가 바지 꿰매줬는데, 엄마보다 훨씬 잘 꿰매서 좋았어. 아~ 할머니가 사주신 과자 동그랗게 생기고 폭신폭신한 케이크같은 과자도 먹고 싶어."

"응, (사촌) 오빠가 놀리던 때도 재미있었어. 인형들 왜 안 갖고 왔지? 이거 내 거! 하고 우겼는데.......!" 

"나는 사촌 언니 오빠랑 같이 빨간 떡볶이 먹은 게 제일 좋았어. 양념 통닭도!" 

"나는 온니(언니 발음을 잘 못 하는 누리)가 몰래 사탕 줘서 좋았어."

아이들은 그렇게 자주 보지 못한 식구들이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하는 게 확실히 가족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습니다. 역시나 아이들이 기억하는 한국이란 화려한 첨단기기도 아니고, 놀이기구도 아닌 가족이었습니다! 가족! 북한의 나쁜 아저씨보다 배고픈 소녀가 더 기억나는 것처럼 아이들 눈에는 사람이 먼저인 게 확실하네요. 아이들이 이렇게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 요즘 많이 듭니다. 

계절이 변해 그런지 요즘 자주 쓸쓸함을 느끼네요. ^^; 하지만, 가끔 아이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운 활력을 줍니다. 이 아이들도 자주 한국을 기억하는 걸 보면 분명 좋은 추억이 있는 것 같네요. 

▲ 요즘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 어제 밤새도록 업로드한 동영상입니다. 

한국 가족을 생각하면서 만든 동영상입니다. 특히 언니가 요즘 퇴근 후 밤에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12시 넘어서도 잠을 안 자고 있더라고요. 늦은 나이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언니를 위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동영상 만들기를 시작했어요. 화이팅~! 

여러분도 제 동영상이 마음에 드시면 좋아요, 구독, 공유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더 자주 동영상으로 여러분께 다가갈 수 있도록 할게요. https://www.youtube.com/kimtuber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이제 추석이네요. 다들 편안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요즘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많은 사진을 첨부하지 못 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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